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영 연합군이 기어이 이라크 침공을 단행한 것입니다. 9.11 테러로 미국 본토가 공격당한 이래 끊임없이 별러왔고 또 실제 이루어지기도 했던 무한 보복이 다시금 자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전지구적 범위의 폭력이 재생산되고 있는 이런 잔인 무도한 상황에 대해 시대의 지성 하워드 진은 결코 비켜가지 않습니다. 미리부터 이런 사태를 예견해왔다는 듯이 우리의 위선적 사고와 우유부단한 행동을 통렬하게 질타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런 선지자적 외침은 일견 미미해 보이는 듯하나 실은 엄청난 무게의 도덕적 힘이 실려 있습니다. 미국의 침공이 국제 사회의 심정적 지지와 공감을 얻지 못하고 공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 한다면 하워드 진의 목소리는 전세계 반전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머리와 가슴에 깊은 울림이 되어 그들의 말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있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일찍이 간디는 눈을 눈으로 갚는다면 전세계가 눈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한 보복의 악순환이 몰고 올 파국적 종말을 지적한 것입니다. 하워드 진도 코소보 사태 발생 당시, 밀로세비치 영도하의 모든 세르비아인들을 가차없이 징벌해야 한다고 주장한 「뉴욕 타임스」 토머스 프리드먼의 칼럼에 대해 '만약 우리가 지난 50년 동안 온갖 전쟁을 일으켜 수백만 명의 사상자를 낳은 각 국 지도자들을 그 국민들이 '암묵적으로' 용인했다고 생각한다면, 우연히 토머스 프리드먼의 글을 읽은 정의로운 하느님은 당연히 인류를 절멸시킬 게다.' (p.26) 고 하며 그들의 잔학행위건 우리의 잔학행위건 어느 하나 정당화 될 수 없는, 비난받아 마땅한 인류의 재앙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하워드 진의 생각처럼 모든 테러와 전쟁은 원천적으로 반인륜적인 악덕입니다. 그 목적과 수단이 정당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한 목적의 보복이란 말은 결코 성립될 수 없는 것입니다. 보복은 악한 방법을 필요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일방적 침공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또 무력은 인류에게 사용하기 부적절한 수단입니다. 특히 그 피해 대상은 쉽게 노출되는 어린이나 여자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대부분입니다.따라서 무한 보복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만 합니다. 선순환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 길은 우선 '이제 그만!' 이라고 외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선한 의지를 결집하여 전쟁 반대 의사를 밝혀야합니다. 그 바탕 위에서 관용과 이해를 통한 평화 공존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 길이 비록 멀고 험난한 것이기는 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하워드 진이 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소중한 전범이 되고 있습니다. 인류의 양식과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로써 우리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법칙이 작동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간디가 외쳤듯이 하워드 진이 이 책에서 간곡하게 일깨웠듯이 온 인류가 온전한 두 눈을 계속 지닐 수 있게 되기를 원한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