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진다는 것 창비시선 205
나희덕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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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그리고 미미한 울림마저도 포착해내는 첨예한 감성을 지닌 나희덕 시인. 하지만 그의 시에는 가슴 베이도록 뾰죽하게 날이 서 있지 않습니다. 온화한 보살핌이 듬뿍 담겨있습니다. 나희덕의 이번 시집 『어두워 진다는 것』은 이를 여실히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가슴 아리게 다가왔던 '허공 한줌'은 자칫 공포와 전율을 느낄 법한 이야기를 일견 진부한 듯한 어머니의 사랑으로 따스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읽고 난 다음 기괴함, 처참함, 황량함 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슴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게 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는 이처럼 한결같이 아름답고 따스하고 깨끗한 시입니다. 고요한 울림이 있되 청량감이 들게 합니다.

그렇다고 안이하게 배부른 이야기를 하고 있거나 감상적인 어투로 정서를 배설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품격은 몇 편만 읽어보아도 절로 체감하게 됩니다.목련을 보러 놀러 오라던 친구의 초대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해 저문 겨울날 부음을 받고서야 비로소 찾아가는 애틋한 마음을 담고있는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를 읽으면 이게 그리움이구나 이것이 순정이구나 이런 것이 진실한 인간의 본연이구나 하고 끄덕이게 됩니다.영혼에 싸아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나희덕의 시를 접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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