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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저작과 마찬가지로 김훈의 이번 글에서도 선이 굵은 남성성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지리멸렬하는 논리가 없고 주장에 유야무야가 있을 수 없다. 그 앞에 모든 사물이나 현상은 극도로 단순하고 명료해지며 이러한 사상들은 김훈에 의해 머뭇거림 없이 통렬하게 일갈되어지고 있는 것이다.김훈의 대상으로 삼는 글감이나 글의 내용, 또 그 지향은 일반인의 그것에서 많이 일탈해있다. 통상적인 수준에서 누구나 거론할 수 있는 차원의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거의 없다. 그만큼 견해가 독자적이고 성향이 개인적이며 모든 것 앞에 불안하게 홀로 서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안쓰러움과 더불어 신비감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김훈의 글은 형식이나 대상을 불문하고 시적이고 미학적인 명문이다. 격렬한 주장이나 치열한 논리도 일순 숨을 고른 듯 세련된 문장으로 아름답게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장은 때로 주장의 강도와 긴급성을 완화시키는 감도 있으나 은근하고 친근감이 있으며 격조 있게 씌어진 글로 말미암아 읽는 이들이 자신의 주장에 거부감 없이 동조하게끔 몰고 가는 면도 있다. 어느 사이 김훈에 감화되게 말이다. 치열한 논리에 독특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미학적인 그의 글에 매료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