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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유미리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어느 누구든 그의 일생이 벅찬 드라마가 아닌 이가 없을 것이다. 그가 비록 인생을 정리할 노년의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더라도 지나온 짧은 생애나마 되돌아본다면 나름의 회한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누구보다 치열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혹은 연민이 들 정도로 음울한 삶을 살아온 유미리에게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이를 타인에게 고백하려 할 때 그러한 감정이 더욱 각별할 것이다.
하지만 유미리는 그러한 내면의 떨림을 직설적으로 노출하지 않고 조용히 안으로 삭이며 이를 사전적 형식으로 조심스레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 글은 시간순도 아니고 주제별로 특별히 분류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따라가다 보면 자연 유미리의 삶의 굴곡 전반이 또렷이 그려지게 되고 차분하게 그의 삶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게까지 된다. 어두운 이야기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경쾌하게 때론 재미있게 그리고 있어 억지 감정을 유발하지 않고 편안하게 가벼이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