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ㅣ 문지 푸른 문학
최시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아이들을 휩싸고 있는 '구름 그림자'는 짙고 공고합니다.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을 옭죄어 오로지 한 길, 입시에서의 승리와 세속적 출세의 미망(迷妄)으로만 몰아넣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휘둘리고 있는 대열 속에서는 눈뜨고 있는 일처럼 고역이 없을 것입니다. 제정신인 아이들은 자연 좌절의 비탄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른들에 의해 닦여 아이들에게 주어진 그 길이 인간성을 좀먹고 사회를 황폐하게 만드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어찌 정상적인 심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아이들은 이러한 구조와 상황하에서 좌절하고 굴복만 하는 게 아닙니다. 선재는 선재대로 윤수도 그만의 방식으로 다른 아이들도 모두 아름다운 방황을 하며 그들 나름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표현을 했습니다. 그것이 비록 어설픈 축제 기획이건 일탈적 복장과 파격적 행동 등 정선되지 않은 거친 시도이건 기존의 체제에 순응만 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 나가고자 하는 일단의 시험적 모색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시도하는 이러한 새 길 닦기는 어른들의 시선이 든든한 배후가 되어주어야만 합니다. 몰이해와 비정함 속에서는 아름다운 열매가 맺힐 수 없습니다. 너그러워야 합니다. 부모들과 선생님들은 기다려 주어야만 합니다. 그들의 비상구 찾기마저 봉쇄해버린다면 아름다운 아이들을 모두 사지(死地)로 내몰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이 나름의 다양한 노선으로 미래를 열어 나가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인간이 살아있고 사회가 유기적인 것이 되려면 말입니다. 아름다운 아이들의 새 길 찾기가 울림을 얻고 새 길을 닦아 나가는 데 어른들의 이해와 함께 작은 결실이라도 거둘 수 있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조그만 결단이나마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