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수 시에 붙인 노래들 -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
백창우 엮음, 굴렁쇠아이들 노래 / 보림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를 보면 변호사 사무실 직원인 에린 브로코비치가 폐수를 무단 방류하여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암 질환을 유발한 메이저 석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승리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 영화의 주인공 에린 브로코비치는 그야말로 불운과 역경의 연속인 최악의 상황을 딛고 잡초와 같은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며 이를 이겨낸 인물이다. 미천한 출신에다 전문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지 못한 그에 대한 주변의 편견과 질시, 계속되는 남자 친구와의 이별에 따른 정신적 동요, 맡아서 기르고 두 아이의 양육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궁핍 등 한 여자가 극복하기에는 너무도 힘겨운 환경에서 시작한 변호사 보조 업무이었지만 에린은 이를 특유의 성실함과 냉정한 분석력 및 상대방과의 정서적 교감을 통한 업무 처리 등을 통하여 훌륭히 수행해 나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이루어내며 입지에 성공한다. 그야말로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한 송이 아름다운 꽃과 같이 말이다.

이원수의 동시에 곡을 붙인 백창우의 동요집에 들어있는 <해바라기>를 들으며 나는 에린 브로코비치를 떠올렸다. 갓났을 때부터 울타리 밖에 버림받아 서 있었던 해바라기, 누나도 할아버지도 거들떠보기는커녕 뽑아버리려 했던 해바라기, 하지만 이렇게 외롭게 자라난 해바라기가 결국은 아름답고 큰 꽃을 피워 꽃밭의 다른 꽃들이 시들어져 가는 때에도 웃는 얼굴로 해님을 바라보며 꽃밭을 지키게 될 줄이야.

노랫말에 나오는 이 아름답고 장엄한 해바라기의 피어남은 백창우의 빼어난 곡에 의해 너무나도 극적이고 실감나게 살아나고 있다. 처음 도입 부분의 처량한 해바라기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애잔한 곡으로 숙연하게 하더니 역경을 딛고 피어나는 부분에서는 곡이 밝고 웅장하게 반전되어 화려하게 피어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도록 만들고 있다. 절로 감정이입이 이루어지게 말이다.

동요집에 들어있는 다른 곡도 대부분 동시의 결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붙여져 있다. 의미 심장한 시에는 장중한 곡이, 재미있는 노랫말에는 흥겹고 다양한 악기 구성을 통한 흥미진진함이 배어 있다. 그야말로 동시에 동화된 그리하여 시와 곡이 일체가 되어 우리의 마음결을 은은하게 인도하는 노래로 살려내고 있다.

<해바라기>를 비롯한 백창우의 동요집에 들어있는 곡들은 하나같이 우리 아이들, -아니 어른들에게 더 적합하리라. 특히 메말라지기 쉬운 신경질적인 운전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의 심성을 아름답고 윤택하게 해 주는 노래들이다. 또 아름다움 자체를 생각하게 해 주는 곡들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일그러진 심성과 의식이 한 모금 싸아한 공기처럼, 깊은 계곡의 청정한 자연수처럼 들이키고 싶어지게 하는 곡들이다. 저질 가요와 국적 불명의 노래로 오염되어 있는 우리 아이들의 심성을 정화해 줄 맑고 향기로운 그의 노래들이 많이 불리어 지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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