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놀이 이야기 우리 문화 그림책 1
곽영권 그림, 김동원 글 / 사계절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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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님은 <나무야 나무야>에서 사람의 내면은 그를 에워싸고 있는 산천을 닮는다고 곡진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이러할진대 역사와 문화와 운명의 동질적 공동체인 민족 구성원의 심성과 그 심성의 외적 실현인 생활 양식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들 공통의 삶의 여건인 자연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한 시대의 사회적 상황은 동시대인들의 의식과 삶의 모습을 규정하는 토대로 작용합니다. 『사물놀이 이야기』는 사물놀이도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자연과 사회적 상황에 크게 관련을 맺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곧 사물놀이를 우리 산천, 우리의 자연과 교감하는 생태의 소리이자, 민족 구성원 개개인의 숙명적 정한과 시대의 구조적 모순을 풀어 나가는 해원의 과정으로, 또 이를 통해 실현되는 통합과 상생의 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는 사회적 산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하고 자연과 친화하며 고요히 살아온 선한 겨레였습니다. 그런 우리를 외세는 한시도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무수한 시련과 갈등, 암흑의 시기를 거쳐왔습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우리는 결코 좌절하지 않고 슬기롭게 맞서 나갔습니다. 때론 투혼을 불태우기도 하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런 우리 겨레의 강인한 모습을 잿빛귀신의 위세에도 굴하지 않고 사람의 탑을 쌓으며 하나님께 간절한 염원을 담은 기도를 드리는 장면으로 꿋꿋하게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무리하게 억지를 부리지 않고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면서 꾸준하게 슬기를 발휘하여 기어이 뜻을 이뤄내곤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민족의 의지와 지혜를 지은이는 사물놀이 기구들을 얻는 과정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쪽 주작에게서 천둥과 번개를 가리키는 꽹과리를, 북쪽 현무로부터는 바람을 일으키는 징을, 동쪽 청룡한테서는 장고를 그리고 서쪽 백호와 맞서서는 구름을 불러오는 북을 얻는 과정은 그야말로 끈질긴 도전 정신과 자연의 순리를 따르면서도 슬기롭게 이를 극복해 내려했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 보이고 있습니다.

꿈에 그리던 사물놀이 기구들을 손에 넣은 임금님의 아들딸들이 백두산에 모여 사물을 울리는 모습은 과히 압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동과 해원의 지경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사물이 울리니 그렇게나 잠잠하게 있던 태평소가 신비롭게도 울리게 됩니다. 태평 성대를 알리는 밝고 흔쾌한 가락이 뿜어져 나온 것입니다. 이윽고 우리 겨레는 사물놀이와 더불어 하나로 어우러지게 됩니다. 대동 세상, 통합의 한 마당이 실현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분출된 상승적 시너지에 의해 잿빛귀신의 암흑 세상이 물러가고 광명의 신천지가 열리게 됩니다. 이제 만물은 본연의 제자리를 찾게되고 생태와 공존하는, 자연과 교감하는 우리 인간의 참모습도 회복되었습니다. 천지인이 합일하고 더러운 것이 씻겨지는 크고 하나된 울림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참으로 역동적이고 실감나게 그려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지은이는 이처럼 사물놀이를 구성하는 악기의 성질과 그 연주의 역동적 과정 및 악기간의 통합적인 상승작용에 의한 하나됨의 과정을 우리의 역사와 신화, 생태와 자연 및 심성과 문화에 이입하여 생동감 있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오염된 우리의 산천, 일그러진 민족의 심성과 겨레의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해결함으로써 통합을 이뤄내어 마침내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모습을 사물놀이에 비유한 것입니다. 진정 자연과 교감하며 해원과 상생을 지향하는 민족의 소리 사물놀이처럼 우리 민족 개개인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과 사회의 제반 모순과 질곡들도 남김없이 해소되어 밝은 누리 참 인간 세상이 펼쳐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게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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