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아이들에게 헌법에 나오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 부분을 가르치다가 문득 '국민'이라는 용어보다는 '시민'이라는 말로 바꾸어서 주제를 이야기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국민학교라는 명칭이 초등학교로 개칭된 연유까지 곁들여 국가주의적 논리에 옭죄어 기를 펴지 못하고 수동적인 사고와 행동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어 보자는 뜻에서였다. 자연 이야기는 국민으로서보다 한 사람의 깨어있는 인간으로 홀로 서 있었던 소로우의 생활과 그의 일화로 이어졌다.

최근 경실련이나 총선시민연대 같은 시민운동 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4.13 총선 관련 낙천,낙선 운동의 전개 과정에 있어 이들 단체들의 선거 개입을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 87조가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경실련에서는 이 법에 대해 시민 불복종 운동 차원에서 법을 어기면서까지도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이의 실현을 위하여 실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여기서 또 나는 소로우를 읽을 수 있었다. 1세기전의 선각자가 지녔던 사고방식과 이에 근거한 의로운 결단이 이제 한국의 시민운동 단체의 행동 지침이 된 것이다.

'악법도 법이다'라고 하여 순응만 한다면 악법의 개폐는 물론이고 사회의 진보도 불가능할 것이다. 악법이라고 판명된 실정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하나의 전형으로 소로우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소로우에게서 나는 또 수세기전 자신의 신념을 위하여 고독한 결단끝에 죽음의 길로 스스로 걸어들어간 토마스 모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헨리 8세의 철권통치하에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던 그의 재혼에 대해 끝내 반대했던 모어는 자신의 의사를 격렬하지 않게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표명을 하였다.

선의의 반대자였던 것이다. 상대방을 파멸로 몰고 가려는 것이 아닌 타인과 우리의 소중한 공동체를 위한 의분으로서 결연하게 그러나 겸손하면서 정중하게 자신의 지향을 지켜나갔던 것이다. 이런 모어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소로우에게서 되살아난 것이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골몰하고 권력에 아첨하며 주어진 구조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 있어 소로우는 악법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자신의 신념은 어떤 행동방식으로 표출해야 하는지, 결국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의 전형을 잘 보여준 선각이요 대스승으로서 우리의 의미있는 삶을 위하여 사숙해 보고 싶은 의욕이 넘치게 하는 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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