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7대 불가사의 - 과학 유산으로 보는 우리의 저력
이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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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탄을 넘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우리 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은 갖고 있다 자부하는 편이었는데 웬걸, 상식의 범주를 훨씬 일탈하는 새로운 사실에 속수무책으로 압도당하며 터무니없이 빈약한 내공을 자인해야 했습니다. <한국의 7대 불가사의>에는 아예 모르고 있었거나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나 중요한지 미처 생각 못했던 우리의 불가사의한 문화유산들로 빼곡합니다.  의미 없이 잊혀져있던 소중한 우리 것들의 가치가 도드라지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서 나의 그릇을 아프게 깨닫는 경험도 더불어 하게 된 것입니다.


먼저 무릎을 치게 만든 것은 다뉴세문경이었습니다. 이 청동 거울은 21.2센티미터 안에 약 13,000개의 원과 선이 0.3밀리미터 간격으로 채워져 있다 합니다. 선과 골의 굵기는 약 0.22밀리미터이고 골의 깊이는 0.07밀리미터 정도이며 한 곳도 빈틈없이 절묘하게 새겨져 있다 합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단 말입니까? 그 시절에 될 법이나 한 일입니까? 가히 나노 기술을 방불케 하는 다뉴세문경의 빗금 장식 대목을 보고 말문이 막혔습니다. 정말 경탄 정도의 말로는 그 충격을 제대로 표현 못했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슬몃 의심도 되었습니다. 그 정밀하게 그은 것이 청동판에 직접 새긴 게 아니라 주물로 녹여 만든 완제품이라니요. 거푸집을 어떻게 그리 정교하게 제작할 수 있단 말입니까? 가희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고인돌 별자리는 또 무어란 말입니까? 그 시절에 어떻게 복잡하고 오묘한 천문의 이치를 깨달아 이를 정교한 별자리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는지요, 정말 의문이 갑니다. 또 이를 계승 발전시킨 천상 분야 열차 지도는 유례없는 거의 독보적인 경지에 이르렀다 하겠습니다. 오늘날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과학적인 문자체계인 우리의 한글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자모음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아. 설. 순. 치. 후 등 5가지 자음을 각각 오행의 나무. 불. 흙. 쇠. 물에 대응시켜 철학적 의미까지 담았으며, 모음도 음양설과 태극설을 원용하여 고안하는 등 사상과 과학이 오롯이 녹아있는 관념 문화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하나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우리는 까맣게 모르고 있거나 그게 무어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하고 자조하고 있던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아본 작가의 탁월한 안목에 대한 것입니다. 또 불가사의한 우리 문화유산의 진면목을 또렷이 드러내어 새삼 의미를 부여한 다음 잘 포장하여 누구나 쉽게 값어치를 알아볼 수 있도록 안내해준 작가의 의지와 필력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것은 물론 풍부한 배경지식이 바탕이 되었겠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 것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이런 것들의 가치를 알아보고 남다른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작가의 빼어난 문장력이 실감을 더하게 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고요.


그리하여 <한국의 7대 불가사의>는 경탄과 충격, 그리고 놀라운 지적 충만감, 더불어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까지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경험을 제공해주었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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