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배를 볼 때마다 그렇게 생각했다. 저렇게 똑 부러지는 삶은 어떠려나, 상상도 되지 않았다. - P14

내가 회사에서 하는 작업들, 정확히는 그 작업을 하러 규칙적으로 출퇴근을 하고 작업 이외의 ‘회사의 시간‘을 보내는 일에 점점 흥미와 에너지를 잃기 시작한 것은 사진을 찍게 되면서부터였다. 따라 그리는 것 말고 있는 그대로의 무언가를 찍고 싶어진 무렵. 이제까지 내 일에 대한 최고의 칭찬은 진짜 똑같다. 였다. 내가 그리는 인형은 실제 모델과 똑같았으면 하고 바랐으나, 언제부턴가 나는 이전의 나와 똑같고 싶지 않았다. 다른 마음이 든 순간부터, 똑같음을 포착하는 일에 점점 질리고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카메라를 얻게 되었다. - P16

신기하게도 카메라로는 똑같은 것을 다르게 찍을 수 있었다. 나는 가방에 카메라를 품고 다르게 찍을 수 있는 대상과 빛을 찾아다녔다. 무엇을 찍을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는 점도 좋았다. 의뢰받아 그리는 일이 아닌 선택한 장면을 찍는 일. - P16

해든아, 아름아, 가 아니고 오로지 이름만으로, 당연히 내가 먼저 시작한 것은 아니고 해든의 방식이었다. 해든이 먼저 그렇게 부르는 걸 보고 나도 해든을 그렇게 불렀다. 해든의 방식으로, 거기엔낯선 다정함이 있었다. 동시에 미묘한 거리감도 있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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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는 항상 바빴다. 항상 다음 한 시간 안에 해야 할 급박한 일이 있었다. 밑창을 간 구두를 찾고, 머리를 감은 뒤 염색하고, 내일 애나가 학교에 입고 갈 코트를 손보는 일. 그 자체로 힘든 바깥일 외에도 로즈는 전에 늘 하던 것과 똑같은 일들을 훨씬 힘든 상황에서 해내고 있었다. 그런 허드렛일들에는 놀라울 만큼 큰 위안이 있었다. - P252

평생 처음으로 그녀는 가정적인 삶을 이해했고 안식처의 의미를 알았으며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 P256

그녀는 자랑스러웠다. 자식을 위해 소리지르고 욕하고 분탕질을 하는 빈민가의 맹렬한 엄마가 된 기분이었다. 빈민가의 엄마들은 너무 피곤하고 얼이 빠져서 좀처럼 맹렬하게 굴지 않는다는 사실은 잊고 있었다. 그녀가 그토록 힘을 내고 고자세로 압박할 수 있게 한 것, 집주인을 두렵게 한 것은 그녀의 중산층다운 확신, 정의에 대한 기대였다. - P261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터진 돈복. 상실과 행운의 연속. 그녀가 과거나 미래에, 사랑에, 혹은 그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았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때,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다. - P271

유명하다면 자동적으로 부유할 거라고 생각했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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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공원에서 그네를 탄 애나를 밀어주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았다. 비키니를 입고 히죽거리는 모습도 있었다.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닌 모습들. - P244

우리는 우리가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전혀 갖추지 못한 결합을 통해 세상에 나온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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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책을 만드는 이유는 오로지
무덤 너머의 사람들과 계속 이어져 있기 위해,
생의 가장 무자비한 적인
흐르는 시간과 망각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지."
「서적상 멘델(1935). 슈테판 츠바이크 - P9

"아이들은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다 인재가 될 수 있다."
‘감옥을 방문하고 나서 씀‘(1881), 빅토르 위고 - P9

"그저 스스로에게 위엄을 갖추고 있을 따름"이라고, - P13

그레구아르 젤랭? 출석-결석, 출석은 했지만 결석한 거나 마찬가지인 존재! 그야말로 완벽한,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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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두 번째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신경써서‘ 듣거나 보지 못해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지만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 줄 알게 된다. 그리고 ‘대성당‘의 화자는 맹인에게 보는 법을 배우고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라고 말을 한다.
그는 정말 뭔가를 보게 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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