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너에게 이것을 주는 건 시간을 기억하라 함이 아니라, 이따금 잠시라도 시간을 잊으라는 것이요, 시간을 정복하려고 인생 전부를 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101

 

아버지는 작은 톱니바퀴들에 의해 째깍째깍 기록되는 한 시간은 죽은 것이며, 시계가 멈출 때에야 비로소 시간이 살아난다고 했다. 113

 

내 그림자가 물 위에 납작하게 기대어 있다...그림자를 물속에 넣어 지워 없애도록 그림자가 익사할 때까지 붙들어둘 수 있는 게 있다면 좋으련만, 포장된 신발 한 켤레처럼 보이는 그림자가 수면에 있었다. 120

 

우리 고장은 걷기만 해도 무언가 달랐다. 그것은 빵에 굶주린 배마저 만족시켜주는, 정적이면서도 격렬한 생산력 같은 그 무엇. 하찮은 돌마저 하나하나 품으며 빠르지 않게 그 주변을 돌아 흐르는 이 고장의 그 무엇과는 다른 것.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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