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엔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1941. 9.31)

 

 

 

 

 

 

수목원에서 김응교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의 <윤동주의 마음, 숲의 마음> 인문학 강좌를 듣다

...2013. 10. 5

 

 

윤동주 시인의 별은 지금도 내 마음안에 살아 숨쉬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