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업무 시간 사이에 틈이 생겨, 익숙한 제목의 책 한 권을 빼어 들고, 펼쳐 보다. 

 

난 솔직히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처음에 1984로 잘 못 읽었던 <1Q84>만 정신없이 빨려들며 읽었던 기억은 있다.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 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사라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51

 

쓰쿠루를 지배한 것은 몸의 구성이 고스란히 바뀌어 버린 듯한 이상한 감각이었다. 지금까지 눈에 익었던 사물의 색이 특수한 필터를 덮어쓴 것처럼 다른 색감으로 다가왔다...주변의 중력에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52

 

그것들은 그림자의 무리로서 그의 몸에 머물고 그림자의 알을 한가득 낳았다. 53

 

질투란, 쓰쿠루가 꿈속에서 이해한 바로는,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감옥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죄인이 스스로를 가둔 감옥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거기에 들어가 안에서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철창 바깥으로 던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가 그곳에 유폐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61

 

눈에서는 새로운 빛이 번득였다. 자신에게도 낯선 빛이었다. 고독하고 갈 곳 없는, 한정된 장소에서 완결을 추구하는 빛이었다. 64

 

"한정된 관심." 하이다가 말했다. 73

 

가설의 연장도 없고 도약 같은 것도 없어. 다만 그것을 그 자체로 말없이 받아들일 따름이지. 그게 바로 내 근본적인 문제점이야. 주체와 객체를 구별하는 벽을 제대로 세울 수가 없어." 104

 

 

 

쑥쑥 순식간에 읽게 해 주는 힘은 좋은데, 왜 사람들은 하루키에 열광하는 걸까?

예전에 <상실의 시대>가 <노르웨이의 숲>과 같은 책인지도 몰라, 친구같은 동생한테 핀잔듣고,

<상실의 시대>를 바로 읽어봤었지만, 주인공들의 삶에 잘 공감할 수 없었으며, 사람들이 왜 <상실의 시대>를 외쳐대곤 하는지, 물음표만 남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다시 느낀 것은, 나는 하루키 작가의 책 속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에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스치듯 해 본다.

내 일상적 삶이 이상한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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