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여름이었는데, 벌써 눈앞에 가을!" 보들레르는 이렇게 노래했다. 10
토마토, 복숭아, 오렌지, 멜론 같은 과일들, 아직 땅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양파와 호박과 버섯, 녹색과 검은색의 올리브 절임, 토마토 말랭이, 노란 호박꽃 무더기, 올리브유, 타임, 바질, 월계수잎, 로즈메리 등 각종 프로방스 허브...... 향긋한 냄새와 빛나는 색깔과 떠들썩한 사람들의 대화가 오관을 애무한다...여기서는 사람과 사람이 눈빛과 목소리와 미소로 만난다. 29 / 엑스 과일시장
'스완의 집 쪽으로'
덧문 사이로 반사된 햇빛은 기를 쓰며 그 노란 날개를 들이밀고는 문살과 유리 사이의 한구석에 나비처럼 내려앉아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고 머물러 있었다. 37
프로방스에서 보낸 여름날 기억의 한구석에서는 언제나 프루스트가 그려낸 빛의 '노란 날개'가 떨리고 있을 것이다. 38
베란다의 베고니아 꽃 속에 자란자란 고이는 햇빛. 50

여름기억 하나, 집 근처 화단에 살고 있는 나비...
저물어가는 8월 끝자리에서, 내 마음속으로 쑥~ 뛰어 들어와 폴짝 폴짝 뛰어 다니며 내 마음을 푸르게 수놓아가는 나비. 풀숲에서 아침잠을 자다가,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 눈을 뜰까 말까 망설이면서도, 내가 부르는 소리에 갸냘픈 목소리로 "야~옹 야~옹" 답해준다.
우리 나비가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평온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며...
나비야, ♡♡♡ / 처음 찾아온 묘연, 바라보기, 나를 선택한 묘연 지켜주기...^^
나비를 보면서, 나도 영역과 동물이란걸, 알겠다. 나는 고양이과...사람
출근길에 어제 나비와 작은 꼬비가 자고 있던 나무 아래를 살펴보니, 나비는 없고, 작은 꼬비만 새큰새큰 잠들어 있었다. 이제까지 항상 나비만 바라보았었는데,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꼬비를 잠시 내려다 보았다. 밤새내내 이곳에서 잤을까?
쌀쌀한 바람결도 부드러운 손길 같은지, 작은 꼬비의 입가에는 부드러운 웃음이 걸려 있었다.
무슨 꿈을 꾸고 있길래,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채, 저런 미소를 짓고 있는 걸까? 연약한 존재에 대한 안쓰러움이 내 발자국 뒤로 계속 따라 붙는다. (9. 5)

여름기억, 둘

저물어가는 여름 기억, 셋...수목원 해바라기는 시간여행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