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 스치듯 제목을 들을 때마다 성서에 나오는 <마리아와 마르타> 두 자매가 떠오르곤 했었다.
나에게는 낯선 소비에트 문학.
어떤 진지한 이야기들이 묵직하게 내리 누를거라 상상했었지만,
흑마술사 볼란드, 실제는 사탄. 그 수하 코로비예프, 고양이 베헤못 등, 그들이 모스크바 사회 전체를 어둠의 마법으로 조롱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볼란드의 혼란이 만들어내는 사건속에서, 이 책의 주인공 거장이 창조한 <본디오 빌라도>가 줄거리로 엮이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된다.
본디오 빌라도. 이 이름은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끊임없이, 사람들 입에서 증오로, 미움으로 오르 내리고 있나.
어렸을 때는, 이 사람의 이름을 그냥 당연한 악인의 대명사로만 생각했을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타고난 악인이라기 보다는, 거스를 수 없는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을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시대에, 그 자리에, 누가 있었든,
그 사건들은 말씀대로 이루어 질 수 밖에 없었으므로...
"나는 영원히 악을 원하면서, 영원히 선을 행하는 힘의 일부이지요." 괴테<파우스트>
마르가리타는 달빛에 반짝이는 돌로 된 육중한 의자 옆에 귀가 뾰족한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누워, 그 주인과 마찬가지로 불안하게 달을 바라 보고 있는 것도 보았다. 의자에 앉은 사람의 발께에는 깨진 술병 조각이 뒹굴고, 아직 마르지 않은 검붉은 웅덩이가 퍼져 있었다.
... 그는 근 이천 년 동안을 이 단상 위에 앉아 자고 있습니다.
달빛 아래서도 자신에게 평온은 없다고, 자신의 임무는 고약한 것있다고... 달빛 길을. 그는 그 길을 따라가서 죄수 하-노츠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지요. 591~593
"맹세하오!" 동행인이 대답한다. 그의 눈은 왠지 미소를 짓고 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소!" 망토를 입은 사람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소리친다. 그리고는 자신의 동행인을 끌어당기며 달을 향해 점점 더 높이 올라간다. 귀가 뾰족한 커다란 개가 평온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그들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613
나는 이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든다. 마치 고갱이 만들어낸 따스한 노오란 바탕색속에서 달빛을 향해 걷는 두사람과 개 한마리... 한 편의 그림처럼 내 마음속에 따뜻하게 그려진다.
그녀는 혐오스럽고 불길한 노란 꽃을 손에 들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녀는 나만을 쳐다보았습니다. 그 순간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녀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녀의 눈 속에 담긴 아주 특별한,
누구도 본 적이 없을 고독이었습니다! 217
사탄 볼란드가 남긴 현실적인 흔적들을 모스크바 정부가 어설픈 짜집기로 다림질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즐거운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책을 읽으면서 잠깐 들었던 생각은
'어떻게 사탄은, 사람들의 욕망을 즉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전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선함을 드러내는 것은, 오랜 세월의 인고 속에서나 가능한데... 말이지
달빛, 만월이 기다려진다.
그 밝음속에 어떤 특별함이 덧칠해져 있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