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은 그만 사그라져 버렸다. 사랑은 부재로 인하여 조금씩 꺼져 갔고 미련은 습관 속에서 질식해 버렸다. 182

 

그는 그녀의 순진성을 거의 신용하지 않았다. ... 그는 영혼에 가득 찬 생각이 때로는 가장 어설픈 비유로서 표현되기도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굴었다. 그러나 누구도 결코 자기의 욕망, 자기의 관념, 자기의 고통이 정확하에 어느 정도인가를 드러내보이지는 못하는 법이고 사람의 말이란 깨진 냄비나 마찬가지여서 마음 같아서는 그걸 두드려서 별이라도 감동시키고 싶지만 실제는 곰이나 겨우 춤추게 만들 정도의 멜로디바께 낼 수가 없는 것이다. 276

 

<무에 관한 책>이란, 수많은 격동적 사건들, 돌연한 사태의 전환, 놀라움 등 흔히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재미>의 초점이 다른 차원으로 이동되어서, 사건들이나 그 연쇄 같은 것은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부차적인 선으로 물러나 있는 책을 의미한다.

 

스타일은 물질 세계의 <질료>자체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생각>을 지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작품은 스타일의 힘으로 지탱해야 하지만 그 힘은 생각과 혼연 일체가 됨으로써 생겨나는 <내면적> 힘이다. 511

 

쥘 드 고티에가 명명한 <보바리즘>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다르게 상상하는 기능>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환상이 자아내는 병이다. 531

 

 

엠마에게 '불온한 열정'과 더불어 '절제'라는 미덕이 자리잡고 있었더라면, 좀 더 자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생활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도 있었을 텐데... 주체적인 자신을 만들어내지 못한 엠마는, 주위의 환영에 휘둘려, 스스로 파멸의 길로 치닿는다.

 

책들을 읽다보면, 파멸로 가는 길은 거의 엇비슷한 경로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엠마도 본디 '정처없는 마음'을 '미래형 사랑' 이라는 환영에 잘못 꽂는 바람에, 항상 공허하고 권태롭다.

왜 엠마는 책 속에서 지혜로움은 찾지 못하고, 환영만 찾아냈을까?

 

주변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대부분의 남편들은 샤를르의 모습과 흡사하게 그려진다.

갑자기 21세기의 엠마들은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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