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나무의 것이다

사람 사는 일이 아름답지 못할 때
숲에 들면
나무는 얼마나 많은 목숨을 살리는지
내 뼈마디가 다 꺽인다
햇빛을 향해 속살 말랑말랑한 가지는
휘어지고 문득 방향을 틀었지만
그건 억지도 도식도 아니다
햇빛도 나무 때문에 지구에 온다
나무는 햇빛의 속마음을 제 잎사귀에 적어두고
나머지는 온갖 꽃이나 벌레들의 색깔과
뭇 짐승의 체온으로 돌려준다
그래서 만산홍엽이다
사람들은 세상을 위해 무엇 하나 하는 일이 없는데
나무는 제 일이 세상 일이고
세상 일이 제 일이다

지난여름 그 무서운 태풍과 겨뤄본 듯
내 허벅지만한 나무 한 그루,
입동 가까운 세상에게 제 몸을 말려 건네주고 있다
이 세상은 나무가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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