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 밀리언셀러 클럽 104
모치즈키 료코 지음, 김우진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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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재능은 인생을 행복이 아닌 불행으로 견인해 갈 수 있나?

 

모치즈키 료코는 1959 학년 에히메현 출신의 작가입니다. 현재는 효고현 고베시에 살고있으며, 은행에서 근무하다 학원을 경영하고 있었지만, 2001년에 하야시 마사코라는 필명으로 <신의 손>을 온라인상에서 연재 데뷔했답니다. 이것이 이례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슈에이 샤 문고에서 책으로 출간하게 되어, 2010년 고흐의 그림을 소재로 한 미술 미스터리 <대회화전>로 제14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 신인상을 수상하게 되었답니다.

 

예전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왜소소설(歪笑小説)도 "소설가의 일"이라는 것을 유머로서 묘사했지만 이 "신의 손"은 "소설가의 일"을 정면에서 진지하게 묘사하고 표현한 의미심장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주인공은 프리랜서저널리스트의 기베 미치코입니다. 이후 현재 ‘기베 미치코 시리즈’로 제2 탄인 "살인자(殺人者)에 3탄인 저주인형(呪い人形)에 현재 4탄인 부엽토(腐葉土)까지 출간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 <신의 손> 그 시리즈의 첫 시작이라는 것 이죠. 그러나 이야기의 시작부분에서 기베 미치코는 등장하지 않고, 그 서술자이자 주인공 격으로 그려져 있는 것은 문예잡지 신문예사의 편집장인 미무라 고조입니다.

 

편집장으로 바쁜 매일을 보내고 있는 미무라에게 고베내과의 히로세라는 의사에게 연락이옵니다. 자신의 환자인 타카오카 마키라고 여성이 갑자기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출판사에 보내고 확인하고 싶다,라고. 그리고 그 소설의 제목이 <녹색 원숭이>라는 말을 듣고 미무라는 경악합니다. 그것은 3년 전에 사라진 작가 지망생인 기스기 쿄코라는 여성의 작품과 동일한 제목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실제로 미무라을 찾아온 타카오 마키가 보여준 <녹색 원숭이>라는 소설의 원고는 바로 기스기 쿄코의 작품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낯선 여성인 타카오카 마키가 기스기 쿄코의 버릇이나 대사를 매우 흡사하게 재현해 보이는 데 경악한 미무라. 이게 도대체 무슨 아이러니한 일일까요?

 

초반은 수수께끼가 수수께끼를 부르는 서스펜스 풍으로 진행이 되며, 타카오카 마키는 도대체 누구인가가 최대의 수수께끼가 될 것입니다만, 도중에 실종되고 그녀의 집도 수수께끼로 흔적만을 남기고 미궁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어서 미무라는 혼란에 빠집니다. 미무라를 중심으로 무엇하나 밝혀지는 것도 없고 그리고 히로세의사도 이상하고 묘한 거동을 보이죠.

 

그러면서 3년 전 아동실종사건을 조사하고 있던 기베 미치코가 등장하면서 크게 상황이 진전하게 됩니다. 기베 미치코는 타카오가 마키와 구면이었으며, 그녀가 신인 신문기자시절에 동기였던 타카오가 마키는 화려하고 인내가 부족하고 근면한 면이 없는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소설따위 아주 쓸 것 같지 않은 인물이 왜 어째서 소설을 쓰게 된 것일까... 그리고 의사답지 않게 추측을 강조하는 히로세. 왜 히로세는 지나치게 쿄코의 소설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렇게 움직이는 것인지...

 

이야기의 추이와는 별도로 이 <신의 손>에서는 진정한 소설가는 것은 어떠한 것인가 라는 것에서 읽는 이로 하여금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쪽으로 작품이 그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소설가”라는 것은 기스기 쿄코일 것입니다만, 절세의 미모를 가지고 모든 사람을 매료하며 살았다는 그녀는 사실 실제론 그러한 의도가 없었으며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며, 그저 자신의 마음속에 잠재하고 있던 소설가라는 이름의 괴물에 지배되어 그에 더 나아가 자신의 정신마저 침식당하여 홀린 것 같이 소설을 써 가며 그렇게 소설을 써 간 끝에 결국엔 파멸의 길을 달렸던 것이 바로 기스기 쿄코였다고 합니다.

 

그녀의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에는 부귀영화같은 허례허식과 같은 의식은 매우 희박하고 한권을 쓰면 바로 다음 소설 쓰기에 옮겨가며 오로지 작품에만 몰두했다고 합니다. 베테랑 편집자이던 미무라가 그 재능을 인정하였지만 7년 동안 한권도 출판지 않았습니다만, 오히려 쿄코는 소설을 쓰고 그것을 누군가가 읽어 준다는 것만으로 충분 것처럼도 보일 정도로 오로지 쓰는 것 에만 몰두 했다고 합니다. 그런 바로 ‘순수소설가’였던 쿄코였지만 갈수록 너무 현실 사회에서 괴리가 생기게 되면서 끝내 스스로에게 좌절과 절망과 채찍질과 같은 학대를 하게되죠.

 

작품의 제목인 <신의 손>은 바로 순수소설가를 뜻하는 듯 합니다. 기스기 쿄코에 깃들어 있던 재능이지만, 이러한 전대미문의 재능은 사람을 파멸로도 인도하게 되며 그것은 행복으로 까지 인도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자신의 재능을 제어하지 못하고 자신이 재능에 먹혀 버리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일어날 수 있는 행복으로 인도하는 재능이 아닌 파멸로 인도하는 능력이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반쯤가면 누가 범인(라고 말해 좋을 있는지 모르겠지만)이며 어떤 결말일지는 대략 예상하면서 읽어나갈 수 있던 작품이지만, 그러나 이야기의 진의는 범인 색출에도 트릭 그 어디도 아니며 실종 된 한 명의 소설가 지망생인 여성을 둘러싼 남자 두 사람의 어떤 사심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심리묘사와 소설에 대한 꺼지지 않는 붓꽃처럼 여전히 불타오르는 죽음보다 진한 집념과 열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모습들을 냉철한 눈으로 바라보며 사건의 핵심속으로 들어가는 여성언론인. 사실 그녀가 주인공이지만 시선은 항상 철저하게 제3자적인 입장에서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맛볼 수없는 감정을 맛보며 느낄 수 있었던 작품으로 이것이 작가의 처녀작이자 데뷔작이라는 말에 놀라움과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벌써부터 나머지 다음 시리즈가 기대되며 빨리 출간되길 희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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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만들다 -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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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학자이자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의 지난 10여년동안 강연과 신문, 잡지 기고문 등을 통해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놓은 작품집인 <적을 만들다 :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이 출간되었습니다. 워낙 방대한 양의 백과사전적 지식을 겸비한 그의 이런 작품은 이전에도 <미네르바의 성냥갑>이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등과 같은 작품들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런 종류의 작품이려니 하면서 읽게 되었죠.

 

"적을 가진다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치 체계를 측정하고 그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그것에 맞서는 장애물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따라서 적이 없다면 (적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움베르트 에코의 이 작품을 내놓게 된 가장 큰 시발점이자 의문을 같게 된 계기는 어느날 뉴욕에서 만난 파키스탄 출신 택시기사가 던진 '당신의 적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참.. 대단합니다.) “적을 만들다.” 사랑하며 살기도 짧은 삶인데 왜 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움베르토 에코는 이 질문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적을 가진다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치 체계를 측정하고 그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그것에 맞서는 장애물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에코는 또한 ‘우리’는 “우리를 위협하는 적을…만들어 내서 악마로 만든다.”고 말하고 있죠.

 

'우리에게는 적이 없다'고 한사코 부인하던 에코는 자신의 조국 이탈리아가 과거 60년 동안 제대로 된 '외부의 적'을 두지 않은 까닭에 끊임없이 서로 싸워야 했던 현실을 깨닫게 되었고, 이것이야말로 이탈리아인들에게 불행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사유는 마녀 사냥이나 유대인·흑인 배척으로 대표되는 역사 속의 '적 만들기'가 어떤 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방식을 통해 이뤄져 왔는지를 분석하는 단계로 이어지며, 본능적인 적의 필요성 앞에서 무력해지고 마는 우리의 도덕관념에 대한 논의로까지 뻗어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참... 보통사람은 그런 종류의 질문을 가지면 그저 단순하게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양반은 참... 좋게 말하면 대단한거고 아니면 인생 참 복잡하게 사는 분인거 같습니다.)

 

'적을 만들다'를 통해 에코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인간 본성의 근원에 자리한 '악'이라고 합니다. 에코는 우리들은 적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람들 꼭 있죠.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증오하지 않으면 삶의 의미와 목적이 없어져서 끊임없이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그런 사람이 있듯이 적 만들기의 극단이라고 할 수 있는 살육과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현재진행형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에코는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평화를 사랑하는 온순한 사람에게도 적의 필요성은 본능적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단지 적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을 증오하지 않음으로써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끔찍한 지옥인 상황”을 다소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그 적 만들기의 최종적 끝판은 살육과 전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직 전쟁만이 계급 간의 균형을 보장하고 반사회적인 요소들을 해결하고 이용하게 한다. 평화는 젊은이들의 불안정과 비행을 생산하지만, 전쟁은 그들에게 '지위'를 부여하면서, 통제하기 어려운 모든 힘을 가장 정당하게 사용하는 길로 안내한다. 환경적인 시각에서 볼 때, 전쟁은 잉여 생명체들을 배출하는 배기관 역할을 한다." (P.37)

 

이 책에는 모두 14편의 글들이 모여 있는데, 한 저자의 글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각각 독립적인 주제와 내용, 접근방식 등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14편의 칼럼이 다루는 주제들은 '불꽃'에서부터 '교회의 보물', '배아줄기세포', '위키리스크'에 이르기까지 놀랍도록 독립적이며 너무 방대하고 깊이있는 내용들로 다루어져 있어서 다채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번에도 참 읽으면서 한권의 책 읽는게 이렇게 힘들구나 라는 좌절감을 안겨준 에코의 책... 방대하고 광범위한 지식의 취합과 치밀한 사유로 엮어내는 솜씨는 그대로이지만 가볍지 않으면서도 읽는 이의 지적 호기심을 놓지 않게 만드는 배려 또한 세심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호학자이며 철학자이자 미학자이면서 살아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인 에코가 이번에도 우리 독자들에게 선사해 준 일종의 한권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었던 보람있고 의미있는 책이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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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The Bees - 랄린 폴 장편소설
랄린 폴 지음, 권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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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린 폴의 <벌>이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책에서 벌집은 신분에 따라 역할과 능력의 한계가 정해지는 세계이며, 재개발이 예정된 오래된 과수원의 한 벌집, 최하층 신분의 청소병 일벌 플로라 ‘717’은 운명을 벗어나려고 하죠. 플로라 일족은 벙어리에 청소와 뒤처리 임무를 맡는 못생긴 종족인데 작가는 인간사회의 축소판 같은 벌집 속 금기와 모험, 계급과 권력, 광기와 사랑 등을 매우 놀라울 정도로 엄청난 필력으로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마치 예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ANTS>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와 같이 엄청난 상상력과 재미와 충격이 녹아들어 있는 작품이여서 무척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작품이였습니다.

 

이 책은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주말 북섹션의 커버를 장식할만큼 큰 관심과 찬사를 받은 소설이자 믿기 힘들지만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철저한 계급사회인 벌의 세계에서 최하층의 일벌로 태어난 암컷벌 한 마리의 모험과 투쟁을 마치 모험소설같이 아주 흥미진지하게 그려나가고 있으며, 철저한 통제와 계급으로 이루어진 벌의 세계에서 금단의 몸과 욕망, 재능을 갖고 태어나 운명을 거스르려 했던 한 일벌의 일생을 통해 비관과 희망이 교차하는 인간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아주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으로 풍자하고 있습니다.

 

욕망은 죄악이며 기형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벌집. 허영과 나태, 질문은 금지된 세계. ‘수용하고 순종하고 봉사하라’는 가르침만이 유일한 곳. 그곳에서 최하층 신분인 청소병 일별 ‘플로라 717’이 태어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플로라 717은 못생기고 몸집이 과도하게 크며 청소병 일벌에겐 허용되지 않는 감지력과 후각, 그리고 발성 능력을 가졌는데, ‘기형’과 금단의 자질을 가진 플로라 717은 벌집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벌들에게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었죠.

 

벌집은 유일하게 생식할 수 있는 여왕벌을 꼭지점으로, 규율과 처벌, 통치를 담당하는 사제벌과 경찰벌, 짝짓는 일에만 열중하고 놀고 먹는 게으른 수펄. 평생 일에 매달리다 결국은 버려지는 일벌 등으로 구성된 세계. 추위와 식량 부족으로 벌집이 위기에 처하자 사제벌들은 벌들의 타락에 대한 심판이라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벌들의 희생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죠. 그러던 와중에 플로라 717은 마지막 금기에 도전한다. 바로 여왕벌에게만 유일하게 허용된 생식을 하게 된 것이다. 몰래 알을 낳게 된 것이다.

 

랄린 폴은 한 일벌이 펼치는 모험과 여정 속에 벌의 생태계를 정교하게 축조하고, 페미니즘과 환경문제, 인간의 본성, 계급 사회의 묵시록을 탁월하게 담아가고 있으며, 이 놀라울 정도로 독특한 상상력으로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는 소설 <THE BEES>. 모든 지위와 역할이 고정된 암울한 벌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용기와 사랑에 대한 이 이야기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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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 소실형 레드 문 클럽 Red Moon Club
가지오 신지 지음, 안소현 옮김 / 살림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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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SF소설 풍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흥미로운 설정의 작품입니다.

상해 사건을 일으킨 아사미 가쓰노리는 집행유예가 붙지 않는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습니다.

징역형보다 수형 기간이 단축되는 조건에 끌려 실험중인 시스템 ‘소실형’을 선택할 수 있는 달콤한 제안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항소를 하지 않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 참작하여 소실형의 선택이 주어졌는데, 소실형은 아직 실험적인 단계에서 소실형을 선택하면 1년의 형기가 8개월로 단축된다고 하여 그 소실형을 선택하게 되죠. 감방에 눌러 앉아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자유도 주어지는데, 목에 특별한 목걸이가 끼워집니다. 바로 ‘베니싱 링’이라는 것이죠. 특수 전파 반지는 착용자를 감싸고 주위의 사람들에게서 보이지 않게 합니다.

전반부는 주인공의 가쓰노리가 왜 감옥에 들어갔는지, “소실 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으며, 하려고하면 링이 조여와서 숨도 쉴 수 없게됩니다. 사람들이 있는 건물 안에도 들어갈 수 없죠.

집에서 기거하며 걸어서 시설에 다니고, 음식이나 일상적인 일용품도 배급을 받으며 살아야 하며, 사람과 접근하면 링이 단단히 조여와서 괴롭히죠. 책도 읽지 못하고, TV도 볼 수 없고 일기나 편지도 쓸 수 없는 상태로 금지 사항이 있고 그것을 억지로 벗으려고 하면 링이 반응하여 목을 조여옵니다. 예를 들어 사람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커뮤니케이션은 있어서는 안되며, 전화, 컴퓨터, 편지, TV 등 모든 사회적인 행위는 금지입니다. 식사와 식료품들은 센터 옆에 설치되어있는 공급기에서 배급하고 제공하는 것만 꺼내서 먹어야만 하죠. 형기가 끝나면 링은 자동 해제되도록 되어 있었는데, 하지만 일이 잘못되어 베니싱 링이 고장이 났는지 반지가 빠지지 않게 되죠.

식량 배급은 끝이 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굶어죽을 날을 기다릴 뿐이던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 나쓰미라고 자칭하는 여성의 목소리.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나쓰미의 집을 찾아 그녀가 현재 행방 불명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여성을 돕게 되죠.

 

소실형? 뭐가 뭔지 매우 궁금증을 유발하는 소재에 이끌려 읽게 된 작품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소실형이 생각했던 것보다 가혹한 형벌이어서 읽어 갈수록 그 상황을 상상해보니 매우 혹독하고 그 형을 받는 사람은 힘들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어나갔습니다. 아무튼, 형벌이므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제한사항이 너무 많고 게다가 아직 테스트단계라는 것부터가 마음에 걸려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위한 구제조치가 마련되지 않았단느게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럴리는 없지만 만일 내가 처런 상황이라면 좀 사양하고 싶은 형벌입니다. 게다가 ‘주인공은 거기까지 될 정도로 죄를 지었나?’라는 의문이 들고... 어쨌든

배니싱 링의 고장(?)으로 인해 형기를 마치고도 투명인간 상태가 해제되지 않아 억눌려 있을 때 감금된 여성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이 주인공이고 자신의 상황에 의미를 찾으려하는 마음은 애처럽고도 그의 그럴 수 밖에 없는 선택에 공감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 소실형을 받고 실종 선고를 받은 사람이 부상이나 질병이 생기면 그야말로 생명의 위기를 넘어서 그냥 개죽음을 당하게 되는구나라고 생각이 드니 이 사람이 죽는 것은 병들어 죽거나 죽임을 당해서 죽는 것이 아닌 진짜로 죽는 것은 사람에게서 잊혀졌을 때라는 말이 사실인 듯 싶어서 한편으론 이 소재와 상황이 정말로 무섭게 다가 왔습니다.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과 전혀 커뮤니케이션이 없다는 것은 다른 차원에 날아간 같은 것이다라고 생각이 드니 생각했던 것보다 기분이 몹시 않좋은 우울하고 무관심한 오늘날 사회적 문제와 실태를 고발하는 듯한 SF적인 요소를 빌린 현실적 사회소설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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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 개정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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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이후 읽는 두번째 김영하 작가의 소설입니다. 놀랍게도 김영하 작가는 꽤 많은 문학상에서 상을 탔었죠. 그중에서 이 <검은 꽃>은 2004 동인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책을 읽기전에는 괜히 무거운 소설일 것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기전까지 저는 몰랐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태평양을 건너 저 멀리 멕시코까지 가서 이런 수모와 고통을 겪었었는지...... 고개숙여 엄숙해질 뿐 입니다. 이래서 훌륭한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으라고 우리에게 권해주시는 거 같습니다. 일단 배에서의 그 혼란스러운 상황은 왠지 배안이기 때문일까? 문득 "파이이야기"가 떠올랐고, 혼란스러움은 "눈먼 자들의 도시"가 떠올랐습니다. "검은꽃"이라는 제목부터가 너무나도 많은 의미와 생각할 문제를 많이 함축하고 있는 것 같아서 선뜻 책을 집기 힘들 정도 였죠.

 

내용은 단순하다면 단순 할 수 있습니다. 구한 말, 조선은 점점 자리를 잃어 갈 때, 잃을 것 없는 사람들은 지구 정 반대편 나라로 배를 타고 넘어 갑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금으로 뒤덮여 있을 거라 생각 했던 곳에서, 모든 것이 끝도 없이 펼쳐진 시커먼 ㅡ그들의 삶 만큼이나 ㅡ 에네켄을 목격 한다. 여기서 난 내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근.현대사 공부를 하면서 하와이, 멕시코 등지에서 고생하던 우리 선조들 얘기를 보긴 봤었던거 같은데, 그것을 딴 영화 '애니깽'도 있지 않았던가. 그 애니깽이 바로 에네켄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의 이름도 아니었고, 어느 곳의 지명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들을 억압하는 또 다른 채찍이었죠.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물러 날 곳이 없는 자들이기에 그 채찍을 맞으며 굳은 살을 만든다. 이것도 한국인의 근성이라고 하면 근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이 소설은 이들의 행보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속엔 사랑도 분명히 있고 배신도 있고 좌절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분홍빛이라기 보단 회색빛 또는 보랏빛에 가깝다. 그러한 우울 속에 시니컬한 웃음을 묻어 놨다. 씁쓸한 웃음. 김영하 작가는 그것을 잘 이용하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상황의 아이러니를 이용한 웃음과 쓰라림을 동시에 안겨 주기. 이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멕시코로 넘어간 그들의 고생은 과연 누구의 잘못때문인가? 그들을 그 곳으로 갈 정도로 내몬 힘없는 대한제국인가? 아니면 그 국가를 지키지 못한 백성들의 잘못인가..

이 소설은 조선 멸망 직전 금의환향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각종 계층의 사람들(몰락한 황족부터 파계신부, 도둑, 보부상, 퇴역군인 등)이 멕시코로 노동이민을 떠나면서 그곳에서의 어려움이 조선에서의 어려움보다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 떠나는 사람들의 심정이었지만 그러나 멕시코로 가는 배위에서 또 멕시코의 농장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수탈과 가혹한 삶의 모습이 정말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그곳에서는 각자가 하루를 살고 또 일어나 하루를 살아가며 노예와 같은 그곳 생활을 벗어나는 것이 모두의 꿈이 됩니다. 4년 혹은 그 이전에 돈으로 갚아 노동계약기간이 끝난 1000여명의 대한제국 이주민들은 그곳에 남아 각방으로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이 소설은 영웅과 같은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이 그 시대의 우리민족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합니다.

 

특히 검은 꽃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삶에 잠시 넋이 나가 버릴 정도이죠. 최소한 그들은 삶을 온몸으로 맞서고 있었으며 스페인어를 배워 더 지독한 통역으로 잘 먹고 잘사는 정우(?)부터 결국 자신의 몸을 통역에게 맞기는 연수. 그리고 이정. 바오로, 아니 박서방. 그리고 말없는 이발사. 이 인간 군상에게는 최소한 하나의 공통점이 존재하죠. 그들은 운명에 온몸으로 맞섰으며 그들의 최후가 어떠했는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마야의 고대 문명지에서 멕시코 반란군의 일원으로 최후를 맞은 이정의 삶이 의미 있는 것은 그가 택한 반란군의 정치적 노선이 올바르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그건 그의 삶이 비겁하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연수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가 끝까지 이정만을 고집하지 않았던 것이 더 마음에 든다. 그녀가 방귀를 뀌는 장면에선 왜 울음과 웃음이 공존했는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아쉬운 점 그래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책의 분량이 조금 짧지 않았나(367쪽)하는 점입니다. 승선에서부터 에네켄 농장에서의 삶의 모습이 눈물겹고 진솔하게 그려졌다면 후반부 멕시코와 과테말라의 혁명에 휘말리게 되는 주인공들의 삶의 모습은 짧고 휙휙 스쳐지나간 듯한 인상을 받았죠. 그래서 조금 더 세밀하고 진득하게 묘사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전체적으론 무척 만족 그 이상의 작품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착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건가? 훌륭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건가? 아니다. 이 책은 운명에 맞서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지키려는 의지. 자신의 인간다움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

 

나에게 있어서 김영하 작가는 모두가 인정하는 일정 수준 그 이상의 작가입니다. 아직 그의 모든 작품을 읽진 않았지만, 그의 작품 하나하나가 다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무척 기대되고 읽은 이후에도 깊은 울림을 주는 가슴 뜨겁게 하는 마력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들... 찾아가면서 읽어보고 싶게 하는 그의 작품을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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