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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ㅣ 밀레니엄 (문학동네)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평점 :
스웨덴에서 건너온 최고의 시리즈인 밀레니엄 시리즈. 그 첫 시작은 바로 이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이죠. 워낙 유명한 작품으로 3부까지 나오다가 작가인 스티그 라르손의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그 맥이 끊겨버려서 많이 아쉬움으로 남은 유작이 되어버린 작품이 바로 이 밀레니엄 시리즈입니다.
원래 작가는 10부작으로 계획했다 하는데 3부까지의 원고만 출판사에 넘긴 채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돌연 끝을 내지 못한 작품으로 3부까지 나온 상황에선 이 시리즈는 이제 겨우 맛보기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으로 차가운 유럽의 살얼음같이 냉혹하고 긴박한 스릴과 특유의 유럽문학을 국내에 선보인 선구자적인 작품으로 한번 보면 이 시리즈에 대한 찬사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충분히 알 수 있게 해준 시리즈의 시작이 바로 이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시사월간지 '밀레니엄'의 공동 사주이자 편집장을 맡고 있는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슈퍼 블롬크비스트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사회의 치부를 고발하는 기사로 유명한 기자이지만 베네르스트룀이란 기업가의 부정행위를 고발하는 기사를 썼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게 됩니다. 신뢰의 추락과 함께 경영 위기에까지 처한 블롬크비스트에게 방예르 그룹의 전 회장인 헨리크 방예르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형의 손녀인 하리에트 방예르 실종사건의 진실을 밝혀 달라고 부탁하게 되는데...
처음에 이 작품이 나왔을 땐 조금은 낯선 스웨덴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지명 등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을 법도 합니다. 이 작품은 이전에 뿔과 아르테에서 두권씩 분권되어서 총 6권으로 출간되었는데 현재 문학동네에서 한권씩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과 멋스럽게 이미지를 바꿔서 출간이 되었죠. 당시엔 스웨덴 문학이 낫설었지만 역시나 이 작품이 선구자적인 작품이 되어서 이후에 많은 스웨덴 문학이 국내를 강타하게 되는데 디딤돌 역할을 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알 수 있죠. 대표적인 스웨덴 작가가 100세 영감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과 오베의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을 들 수 있는데 진짜 너무도 안타까운 작가가 바로 스티그 라르손입니다.
우선 남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신문사 기자 블롬크비스트와 제멋대로인 컴퓨터 전문가 살란데르의 캐릭터가 너무 강렬합니다. 반골 기질의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기자와 어두운 과거를 지녔고 사회에 별로 적응할 생각이 없는 외로운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펼쳐지는 사건들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어쩌면 작가의 성장 배경이 녹아들어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먼저 지인으로부터 알게 된 베네르스트룀의 비리를 기사로 썼다가 오히려 명예훼손의 누명(?)을 쓰고 곤경에 처한 블롬크비스트가 헨리크 방예르의 의뢰를 받고 16살의 나이로 쥐도 새도 모르게 이 세상에서 증발해버린 하리예트 방예르의 실종사건을 조사하게 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리예트 방예르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재벌 회장이 40년 동안 온갖 수단을 써서 조사했음에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으니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 할 수 있죠.
그녀가 실종될 당시 때마침 유조차 전복사고로 섬의 유일한 출입로인 다리가 봉쇄되어 밀실 상태라 할 수 있었는데 그녀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헨리크 방예르는 비정상적인 자신의 가족들 중 누군가가 그녀를 살해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가지게 되고, 과연 그녀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궁금해서 다음 책들을 안 읽고는 못 배끼게 하는 감질맛이 일품인 작품입니다.
한편 여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더욱 살벌하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죠.
밀턴 시큐리티라는 보안회사에 다니면서 출퇴근도 맘대로 하는 통제불능의 그녀를 상사인 아르만스키가 그녀의 탁월한 조사능력을 알아보고 편의(?)를 봐주면서 겨우 해고를 면하게 되지만 그녀의 후견인인 비우르만 변호사는 그녀에게 정말 끔찍한 행동을 합니다.
정신상태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성인임에도 후견인을 선임해주었지만 후견인이란 작자는 변호사의 탈을 쓴 악마와 다름이 없는데, 진짜 이런 악마들은 어디에나 꼭 한명씩 있기 마련이죠.
국가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만든 성년후견제도가 이를 악용하는 자들에 의해 오히려 끔찍한 고통을 가하는 제도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걸 쓰는 사람들이 어떤 인간이냐에 따라 매우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고도 살란데르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통쾌한 복수를 가하는데 위선의 탈을 쓴 악마에 대한 응징으로선 충분히 적절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진짜 3부 이후로 감감무소식에 슬픈 유작으로 남은 이 밀레니엄 시리즈가 문학동네에서 새로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온다는 소식에 뭔가 있나? 했는데 역시나 이 밀레니엄을 쭉 이어나가게 된 기쁜 소식을 안고 새로 단장을 하게 되었음을 듣고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오게 되었습니다. 스티그 라르손이 아니지만 이 밀레님엄 시리즈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라는 분이 4부를 쓰고 현재 4부가 나왔는데, 평이 매우 좋은 것이 역시 괜히 이 시리즈에 손을 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부분으로 안타깝게 유작으로 남을 법한 스웨덴의 이 밀레니엄 시리즈 진짜 너무 기쁘고 감격스러움이 밀려듭니다. 정말 안타까웠던 밀레니엄 시리즈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그 재미와 스릴이 장난이 아닌 작품으로 앞으로도 계속 쭉 나와주길 간절히 바라는 시리즈에요.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