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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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이 읽어주는 순간의 미학 하이쿠.

 

류시화 시인이 15년 동안 쓴 하이쿠 소개서입니다. 시인은 예전 2000년 하이쿠 모음 <한 줄도 너무 길다>를 엮어 낸 바 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14년 뒤에 다시 내놓은 이 책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는 단순한 하이쿠 번역 소개에 그치지 않고 류시화 시인 자신의 작품 해설과 기다란 하이쿠 소개 글을 포함한 본격 입문서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 줄도 너무 길다'라는 제목의 하이쿠 모음집은 열일곱자로 이뤄진 세계문학에서 가장 짧은 형태의 시라고 합니다.

 

“이상하다/ 꽃그늘 아래 이렇게/ 살아 있는 것”(잇사)

“오늘이라는/ 바로 이날 이 꽃의/ 따스함이여”(이젠)

 

하이쿠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순간의 미학’이라 할 만한 것이죠. 짧은 순간 피었다 지는 꽃의 생리로부터 삶의 유한성에 대한 통찰을 얻게 하며, 이전의 시에 대한 해설에서 류시화시인은 “모든 하이쿠의 명제는 오늘 이 순간이다. 봄에 쓰는 가을의 하이쿠가 있지 않듯이 유일한 진실은 지금 이 순간에 피는 꽃이다.”라고 합니다. 또 잇사의 시에 대해서는“꽃그늘은 나무 그늘과 다르다. 꽃그늘 아래 서면 살아 있는 것의 어떤 불가사의에 놀라게 된다. 세계는 불가사의하고 삶 자체가 불가사의하고, 꽃이 피는 것도 불가사의하다.”라는 해설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세상은/ 사흘 못 본 사이의/ 벚꽃”(료타)

“지는 벚꽃/ 남은 벚꽃도/ 지는 벚꽃”(료칸)

 

순간을 최대치로 불사르고 미련 없이 져 내리는 벚꽃은 하이쿠 시인들뿐만 아니라 일본인들 모두가 좋아하는 꽃입니다. 많은 문학과 소재들로 쓰이는 것이 바로 벚꽃이고 그 중에서도 흩날리는 벚꽃의 모습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묘한 기분에 빠져들게 하죠.

 

“이슬의 세상은/ 이슬의 세상이지만/ 그렇지만”(잇사)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쓴 잇사의 하이쿠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가장 많이 인용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봄은 달아나 버렸다”(산토카)

 

산토카의 이 하이쿠는 기본적인 5·7·5 열일곱자의 정형률을 벗어난 자유율 하이쿠 라고 하는 독특한 시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시대별로 하이쿠 원류인 에도 시대 바쇼, 부손, 앗시, 시키는 물론, 현대의 다코쓰, 만타로, 구사타오 등 에도 시대부터 현대까지 시인130명의 하이쿠 1,370편을 선정해 일일이 감상과 해설을 달았으며 책 뒤에는 하이쿠의 역사와 서양의 하이쿠 시인들에 대해 150쪽에 걸쳐 소개하고 있는 아주 친절한 하이쿠의 세계로 인도해 주는 류시화시인의 노고와 정성이 듬뿍담긴 특별한 하이쿠 소개서라고 할 수 있는 훌륭한 시집입니다.

 

무엇보다 하이쿠의 매력은 절제된 문장들과 마음을 사로잡는 긴 여운이 아닐까 합니다. 꾸밈은 없지만 그 안에는 깊은 인생의 회노애락이 담겨져 있는 것 같은 매력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책은 꽤 두꺼운데 류시화 시인의 오랜 조사와 집필의 결실인 이 책은 일본의 가장 널리 읽히고 작품성이 뛰어난 하이쿠들로 구성되어 하이쿠의 세계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아주 친절하면서도 세세하게 잘 그 세계를 인도해 주고 있습니다.

 

중간 중간의 삽화들도 시와 잘 어울리며 원래 시집이라는 게 두꺼우나 얇으나 한번 읽고 독파해서 꽃아두는 책이 아니기에 이런 의미있는 시집은 한권쯤 가지고 소장하면서 간간히 펼쳐보면 시라는 특징상 그때마다 또 다르게 와 닿는 법이죠.

 

 

류시화 시인의 작품이기에 가장 먼저 끌렸고 또 시집이고 하이쿠라는 독특한 시의 세계에 대한 작품이라서 또 끌렸던 이 하이쿠 시집 정말 시를 즐기고 사색의 시간을 즐기고픈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일단 류시화 시인의 작품이기에 믿고 볼 수 있는 시집이죠. 정말 의미있고 뜻깊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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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4-07-25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췌해 주신 하이쿠를 , 순간의 미학이라 표현하신 부분이 절묘하게 느껴집니다. ㅎㅎㅎ *^^*
저도 이 책 구입하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는뎅 ㅎㅎㅎ
하이쿠로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을텐데,
번역된 시 운율이 기가 막히네요 *^^*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