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창업을 위한 중개실무 바이블 - 초보공인중개사의 성공을 위한 필독서
김진희.조우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인중개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의식주에서 주거를 중재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상승기, 하락기를 거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상승기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라 불리며 물건은 없고 매수 의뢰인은 많은 상황이다. 반대로 부동산 하락기는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 불리며 물건은 많고 매수의뢰인은 없다. 이럴 때 물건이 없다고, 손님이 없다고 경기 탓만 하며 마냥 손 놓고 있을 것인가?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초보중개사가 실력있는 공인중개사로 발돋음할 수 있는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까? (100쪽)

계약은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좋다. 계약을 서둘러 진행하면 손님들은 “이상하네? 왜 이렇게 서두르지?”하고 불신을 갖게 되고, 중도금 잔금을 거치며 의심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 내 경험상 천천히 계약을 진행할수록 잔금일에 다른 말이 없다. 특히 초보일수록 실수할 확률이 높으니 더욱 천천히 진행하고, “제가 중개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큰 자산을 다루는 만큼 더 꼼꼼히 진행하겠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고객에게 더 큰 신뢰를 줄 수 있다. (161쪽)

*** ***

하늘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아파트값과 전세금이 가파르게 하락한 부동산 하락기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투입한 결과 이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준 금리를 인상한 것이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어쨌든 ‘영끌’하여 대출을 일으켜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전세를 낀 ‘갭’ 투자’-투자로 쓰고 투기라 읽는다-를 한 사람들은 매우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을 터. 정부의 갖은 부동산 정책도 각종 변수가 많은 부동산 시장에서는 효과를 즉시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메도와 매수의 시기를 재는 거래 당사자들, 중개인들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기에 정책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동네 어귀마다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밤새 은은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아파트 승강기 거울도 공인 중개사가 기증한 듯하고, 종종 우편함에 마스크와 함께 명함이 딸려 온다. 동네 상가에 입주한 너댓곳의 중개사무소에서 경쟁하듯 자기 이름 알리기를 하고 있다. 아직은 공인 중개사의 도움을 받을 일은 없지만 나 또한 임대차든 매매든 그들 중 어느 한 곳을 고를 때가 올 것이다. 다른 사람의 직업을 책으로 미리 들여다 보는 것은 시간과 공력을 들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믿는다. 과거 젊은 시절 직거래로 전세계약을 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이유를 마음과 몸에 새기는 계기였다.

몸과 마음이 아프면 의사를 또는 전문 상담자를 만나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거쳐야 하듯, 고가의 부동산을 거래-매매, 임대차, 신탁 등-할 때에도 믿을만한 공인 중개사 또는 법인을 통해 일처리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번에 읽은 책은 공인중개사 시험을 합격하고 창업을 고민하거나 준비하는 사람을 위해 20년 짬(!)을 가진 저자 김진희 박사와 동료 조우리 중개사의 길라잡이이다. 눈에 띄는 것은 ‘김박사 이야기’라는 박스 기사를 통해서 현장 실무에서 겪는 노하우를 공유해 준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초보 중개사의 경우 경험 부족이 가장 큰 약점일 것인데 그런 점을 콕 찝어서 알려 주는 느낌이다.

이런 부분은 공인중개사가 아닌 일반 독자, 소비자에게도 유용한 팁이 될 수 있다. 공인 중개사가 신경 써서 확인해야 할 부분은 동일하게 계약 당사자-매도자vs매수자, 임대인vs임차인-에게도 중요한 착안점이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중개 수수료(보수)를 지급해야 할 손님 입장에서도 자신의 유익을 위해 일해 줄 중개사를 선택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일반인 독자가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볼 이유이기도 하다. 돈을 조금 아끼려다가 오히려 큰 손실-어쩌면 전 재신일수도 있는-을 입게 되는 분야가 바로 부동산 거래이다. 전세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를 속이지 않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최선을 터.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기에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할 준비를 하자.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이런 책을 읽어가며 하나 하나 꼼꼼히 확인하고 점검해야 당하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 크리스천 맞아? 이어령 대화록 2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이 참 무례하다. “당신, 크리스천 맞아?”
사람들은 유명인의 사생활에 관심을 둔다. 이런 경향을 알기에 방송이나 신문, 잡지 등은 유명 인사의 신변잡기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저마다의 아카이브에 담는다. 얼마 전 고인이 된 이어령 교수의 발자취 또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쉽게 지워지지 않을 듯하다. 반백 년이 넘도록 왕성한 저술과 강연, 연구 활동에 천착한 동시대를 살았던 지성인의 묵직한 족적은 그 이름의 무게만큼 깊게 새겨져 있다.

냉철한 분석과 사유를 기반으로 한국과 한국인의 심성을 활자로, 강연으로 정제해 낸, 그 누구보다 논리와 이성을 강조했던 이어령 교수가 어느 날 기독교-개신교-의 세례를 받았다는 기사는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환영하는 목소리 못지 않게 그의 전향(!)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적인 지성인 중의 한 사람이었던 그가 초자연적인 경험 이후 기독교의 세례를 받았다는 것은 인구에 회자되기 충분한 가십거리일 터.

‘당신, 크리스천 맞아?’는 저자 이어령의 생전에 여러 매체와 한 인터뷰 기사를 사후에 묶어낸 책이다. 단정한 빛깔의 양장 제본이라 들고 다니는 느낌이 좋다. 아까운 곶감 빼먹듯 천천히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을 읽는 독자가 질문자의 자리에 앉아 이어령 교수를 마주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한 장씩 읽어가는 것도 몰입감을 주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여러 인터뷰를 모아 엮은 터라 비슷한 에피소드가 반복되는 부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저자의 인생에 변곡점-터닝 포인트-이 되었기 때문으로 받아 들이는 것이 좋겠다.

저자는 인생의 마지막까지도 사유와 성찰의 노력을 경주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신앙인든, 아니든. 사회와 인간의 문제는 쉽지 않다. 저자는 말한다. 지성과 영성이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하듯 ‘정의’와 ‘사랑’ 또한 함께 가야 한다는 것. 그가 고백한 회심 전후에 달라진 점은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노력을 더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묻는다. “당신, 크리스천 맞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누가 해야 할까? 또한 문지방을 밟고 있는 발이 안에 있는지 먼저 살펴볼 일이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의 세계를 알아갈수록 저런 질문은 감히 못할 것 같다.


*** ***
여섯 살 여름 대낮에 보리밭, 옥수수밭 있는 시골에서 혼자 굴렁쇠를 굴리다가 아무도 없는 벌판에 햇빛이 쏟아지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쭉 흘렸어요. 그날 왜 울었는지 몰라서 여태 그 기억을 잊지 못합니다. 집안에 누가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친구랑 싸운 것도 아닌데, 그 여름에 내가 왜 울었겠어요. 그게 영성이죠. (190쪽)

부활을 믿으면 그때부터 지성이 무너지고 영성이 남는데, 이 지성의 사다리가 못자국처럼 남아 있는 것이지요. 지성을 통해 영성으로 가는 것이지, 지성 없이 영성으로 가는 것은 사다리 없이 지붕 위에 올라간 것과 같습니다. 금방 떨어져요.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게 지성이에요. (209쪽)

그러니까, 기독교의 문제는 단순히 기독교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의 문제고 인간의 사는 문제고 살아 있는 생명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생명의 문제가 생명공학에서 생물학자들이 얘기하는 생명의 해결이라면 하나님을 믿으라는 거예요. 시를 쓰고 노래를 하고, 별짓을 해도 해결이 안 될 것 같으면 하나님을 믿어라. 될 것 같으면 안 믿어도 돼요.(21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돈을 지켜주는 친절한 생활 속 법률 상식
곽상빈.안소윤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대화형 인공지능 플랫폼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단순한 지식 검색이 아닌 질문에 대해 나름 완결된 결과물을 내준다는 점에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반도체와 컴퓨팅 기술의 발전은 인공 지능의 시대를 예상보다 앞당기고 있는 모양새다. 무인 자동차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술은 어쩌면 그동안 사람들이 수행하던 직업의 영역을 대체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을 만지며 자란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간에 사고방식이나 인식 체계에 차이가 있음도 이젠 새롭지 않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런 변화의 물결은 우리 삶의 영역에 스며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능과 본성의 영역은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고 하니 경외롭기만 하다. 속담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치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했다. 반백의 인생을 살다 보니 실감이 되는 인생의 경구임에 분명하다. 주경야독격으로 법학을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도 있지만 살다 보면 갑작스럽게 ‘법대로’ 문제 해결을 해야할 당혹스런 순간에 직면할 때도 있다. 돌이켜 보면 호미로 막을 수도 있는 일을 방치하고 일을 키워서 가래로도 못막는 상황에 이른 아찔한 경험도 있다. 애당초 계약 단계세부터 신중하게 잘 검토하고 이후에 생길 수도 있는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서두르다 보면 종국엔 낭패를 보게 된다.

이번에 읽은 책은 제목부터 지나치게 솔직하다. ‘내 돈을 지켜주는’ 책이다. 그리고 친절하기까지 하다. 두 명의 저자는 생활 속 법률 상식을 사례별로 간결하게 소개한다. 간결하기 때문에 장단점이 분명하다. 독자는 목차를 보면서 궁금한 부분을 골라 읽을 수 있다. 기본적인 개념과 단어 설명, 판례까지 한두 쪽 분량으로 정리하니 짧은 시간에 대략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반면 단점 또한 간결하다는 것에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두 저자의 조언을 바탕으로 해서 조금씩 살을 붙여 가면 될 터.

어렵게만 느끼는 법과 소송.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저자들의 길잡이를 따라가다 보면 책 제목 그대로 내 돈과 시간-소송에 휘말리게 되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주의점을 알 수 있다. 특히 내 돈을 노리는 사기꾼과 투기꾼들의 세밀한 전략을 알아보는 안목도 이런 공부를 통해서 기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송에는 돈뿐만 아니라 매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 기간 동안 받는 스트레스는 덤이다. 소송을 할 실익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또 소송을 하게 되면 어떻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일단은 입문서부터 찾아보는 것이 순서일듯.

물론 모두에 언급한 인공지능 플랫폼이 물어보면 다 알아서(?) 대답해주는 세상이라지만 그 내용을 검증하는 안목과 통찰은 오롯이 내 몫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전히 독서가 유효한 이유이다.


*** ***

그래서 상속 포기와는 다른 '한정승인'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상속의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상속으로 취득하게 될 재산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승인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물려받을 재산의 범위에서만 피상속인의 채무를 책임지는 것이므로, 이를 초과하는 범위의 채무는 상속인이 상속인 자신의 재산으로 변제할 의무는 없습니다. 따라서 폭탄 돌리기를 피하기 위해 피상속인의 상속인 중 한명이 한정승인을 받은 뒤 나머지 상속인은 상속 포기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31쪽)

문 :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난 사고도 합의로 해결될까요?
교통사고가 났을 때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와는 합의해도 합의 자체가 무효입니다. 만약 교통사고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그 친권자인 부모와 합의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런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와 사고가 난 경우 피해자인 어린이의 부모와 합의하더라도 형사처벌될 수 있습니다.(100쪽)

문 : 사업을 하려면 개인사업자가 좋을까요, 법인사업자가 좋을까요?
사람이 태어나면 곧바로 출생신고를 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지듯이 기업도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법인 등기를 하고 사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사업자등록은 출생신고와 같아서 사업자로 첫걸음을 내딛는 과정입니다. 이때 사업을 법인으로 할지 개인으로 할지 선택해야 하는데, 사업자마다 업종이 다르고 경영환경이나 목표로 하는 기업의 규모도 다릅니다. 그에 따라 개인사업자가 좋은지 법인사업자가 좋은지 정답도달라집니다.(22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필립 짐바르도 자서전 -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으로 20세기를 뒤흔든 사회심리학의 대가
필립 짐바르도 지음, 정지현 옮김 / 앤페이지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5.18 민주화운동 일부 단체와 당시 계엄군이었던 특전사 동지회 간에 화해와 용서를 위한 합의가 공개되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쟁점은 당시 계엄군도 상부의 지시에 어쩔 수 없이 민간인을 살상할 수 밖에 없었던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이런 시도는 집단적인 반발에 직면했고, 대다수 회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5.18 단체의 일부 임원진이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의 법원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고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 또한 베트남과 한국 양국 정부의 입장, 당시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가해를 한 참전 군인 간의 입장이 상충된다. 전쟁 범죄를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버티는 일본국 정부의 입장은 또 어떠한가? 국가의 거대한 폭력에 부화뇌동하여 마치 호가호위하듯 위세와 일탈을 일삼은 완장찬 개인들의 범죄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들은 오늘도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수십만의 예비군을 징집했다고 한다. 국가의 부름에 양국의 ‘선량한’ 시민들은 죽을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한 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권력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아니 누가 이런 권한을 부여해 준 것일까? 이런 의문과 궁금증을 갖고 읽게 된 노란색 표지의 작은 책 ‘ 필립 짐바르도 자서전’

솔직히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표지에 진지한듯, 익살스러운듯 한 표정으로 두 눈으로 나를 주시하는 그이가 필립 짐바르도 교수란다. 필립 짐바르도와 스탠퍼드란 이름은 기억나지 않아도, ‘교도소 실험’은 여기 저기 인용되는 책이 많아서 그 내용은 알고 있었다. 바로 그 실험을 기획하고 진행한 당사자의 육성 회고록이 바로 이 책이다. 좀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흡입력이 대단하다. 인터뷰 형식으로 되어 있어 어려운 개념들도 대화체로 설명하기에 그런대로 알아 들을만 했다. 다음 챕터 내용이 궁금해서 책장을 덮고 쉽지 않았다.

구미 선진국들이 인간의 심리를 연구한 이유도 곳곳에 뿌려 놓았다. 아무 생각 없이 눈 앞에 펼쳐지는 퍼포먼스에 현혹되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각성’해야 하는 이유도 알려 준다. 그럼에도 대중들은 각성하지 않고 자신들의 불완전한 직감을 신뢰한다. 그 결과 미합중국은 트럼프라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또 1978년 세상을 놀랍게 한 사이비 목사 짐 존스와 추종자 1천여명의 집단 자살 사건인 ‘인민 사원 사건’도 가능했다.

생각하지 않고, 그저 주어지는 것에 만족하면 오늘날의 ‘빅브라더’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한 존재일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일갈한 ‘악의 평범성’도 이런 환경에서 발현될 것이다. 필립 짐바르도는 촉구한다. 악을 부추기는 빅브라더-모든 빅브라더가 그렇다는 의미는 아님- 에 대항하는 ‘평범한 영웅’이 되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야 그 사회와 공동체는 건강할 수 있다. 오늘 우리 사회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잠시 고민하며 노란 책을 덮는다.

*** ***

어떤 역할을 맡든 다 그런 현상이 나타났군요
> 그래요. ‘맡은 역할이 그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겁니다. 그것이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에 담긴 가장 큰 메시지입닏. ‘실제 행동’이 무작위로 ‘주어진 역할’을 따라 가는 거죠. 교도관 역할을 맡은 학생은 교도관이 되었고, 수감자 역할을 맡은 학생은 정말로 수감자가 되었습니다. (135쪽)

‘현재 시간대에 집중해 살아가는 현상’이 수감자들의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었죠. 그들이 현재 긍정적인 상황에 놓여 있었나요? 아니요. 그렇지 앉죠. 오히려 극도의 부정적 상황에 노출되어 있었죠. 부정적인 현재 상황에 집중하는데 어떻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어요. 이는 시간관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자세로 시간을 대하여 살아가는지, 그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해지더군요. 이런 시긴관 연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앞서 이야기한 짐바르도 시간관 검사예요. (167쪽)

제 묘비에 ‘그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의 감독관이었다’라는 글이 새겨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신 ‘그는 사람들을 마음의 감옥에서 해방시켜 주었다’라고 새겨지면 좋겠군요.

그게 좋겠어요?

네, 커다란 묘비에 이렇게 새겨지면 좋겠습니다. ‘그는 수줍음과 무지, 자기합리화의 감옥에서 사람들을 해방시켰다. 그 과정을 즐겼으며, 많은 이에게 평범한 영웅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동기를 불어넣었다’.(255쪽)


어떤 결함이 있더라도 필자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 인간의 행동과 그 복잡한 역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내적 외적 역사적 동시대적 문화적 개인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상황의 힘은 인간의 행동에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이런 역학과 그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커질수록 인간의 바람직한 본성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은 필자의 사명이기도 하다.(268쪽)

우리는 안전보다 자유를 중요시하는 사람, 부당한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하기보다 자유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은 사람과 뿌리가 튼튼한 공동체를 세워 빅브라더에 대항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고결한 공동의 목표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악에 저항하고 선함을 장려하고 지혜로운 행동을 실천하는 ‘평범한 영웅’이 되는 것이다. (29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염병의 역사 - 흑사병부터 코로나까지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리처드 건더맨 지음, 조정연 옮김, 김명주 감수 / 참돌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년 넘게 일상을 겁박(!)하던 코로나19 팬데믹의 위세가 이제는 꺽여 가는 느낌이다. 이 여파로 많은 일상의 변화를 직면해야 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과 종교 생활, 재택근무 제도 도입,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일상, 거기에 손 소독제는 물론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꼼꼼하게 손 씻는 것은 기본이 되었다. 이런 생활 결과 돌이켜 보면 매년 두 세번은 앓던 감기를 단 한 번도 겪지 않았다.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어 일주일 격리된 것은 별개로 하고. 돌이켜 보면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쓰는 등의 기초적인 위생 관리로 얼마나 큰 예방 효과를 얻는지 교과서가 아닌 삶의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거의 모든 인류가.

2월 중순 여행지 숙소에서 간만에 얻은 쉼의 시간에 한껏 여유를 누리며 읽은 책 ‘감염병의 역사’는 특별하다. 활자로 전해지는 정보보다 사진과 그림, 도표가 일러주는 강렬한 메시지가 빛을 낸다. 저자 리처드 건더맨은 의사이면서 동시에 역사가이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를 살아낸 인류는 과거의 감염병의 역사로부터 병에 대한 지식과 정보, 이를 이겨내기 위한 지혜를 추출해 내야 한다. 이것이 살아있는 역사 공부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감염병을 대비하는 기준을 저자는 3가지로 요약한다. 1) 어디서 왔는가 2)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3) 다음 발생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사실 현미경의 발명 이전에 감염병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인류는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격리하는 선택을 했고 이 방법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거기에 주술과 같은 종교적 행위를 가미하는데 그쳤던 인류는 과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의료 분야에도 큰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세균과 박테리아의 존재를 알아가고, 현미경의 정밀화에 따라 바이러스까지 발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연구자들의 헌신이 있음을 기억해야 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문제는 감염병이 어떻게 발생하고 확산되는지를 아는 것이다. 과거 역사 속의 감염병은 전쟁 때 서로 다른 지역 사람들이 조우했을 때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도시가 형성되고 수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도 집단 발병하였다. 그래서 이를 안 선각자들은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위생적인 하수 처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세계 여행이 일상화되고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도시화가 촉진되고 야생의 공간이 점차 줄어들면서 인간과 접촉하지 않던 바이러스가 인간을 숙주로 하여 세상에 등장하는 상황이 이제는 단회성이 아니라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역사를 읽은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오늘의 상황을 이해하고 내일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얇은 책이라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읽다보면 리필을 생각할 쯤이면 거의 끝나간다.


*** ***

대부분 독감 증상은 열, 콧물, 인후통, 가침, 근육통, 두통, 피로감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우리 기억에서 거의 사라졌지만, 손 씻기와 예방 접종 등 가장 일반적 예방 수칙부터 독감의 생물학적 성질에 대한 최첨단 연구와 항바이러스 약물 개발에 이르기까지 스페인 독감에서 우리는 여전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대유행 독감은 우리의 삶에 주기적으로 발생하게 될 것이다. 지난 팬데믹으로부터 충분히 교훈을 배워, 또 다른 세계적 대재앙이 발생하게 되더라도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108~109쪽)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상 어딘가에 팬데믹으로 변할 수 있는 질병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과 미생물 게놈의 우연한 돌연변이나 박쥐, 조류 등 병원소(reservoir species)와의 접촉만으로도 새로운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시의적절하게 상기시켜 주었다. 팬데믹을 예방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한 가지는 살아 있는 야생동물 거래 시장 등 전파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장소를 감소시키고, 가능한 한 빨리 새로운 감염을 탐지하는 것이다.(151쪽)

생물학적 공동체
이러한 글로벌 시민의식은 더욱 확장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인간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그리고 모든 동식물, 균류, 원생생물, 박테리아, 고세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풍부한 바이러스를 포함한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가 속한 전 세계 생물학적 공동체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서로 경쟁하고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서로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복잡한 생물학적 관계에서 살아남고 번영하려면 우리 스스로를 다른 생명체보다 우세한 존재가 아닌 이웃이자 협력자로 여겨야 한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미생물은 존재할 것이다. 사실 우리는 미생물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미생물은 그 이후로도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생물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공존하고 함께 번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15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