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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
강성률 지음, 반석 그림 / 평단(평단문화사) / 2025년 8월
평점 :
미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를 운영하는 군주는 고독한 결정을 해야 한다. 오늘날 국가, 기업, 개인 간에 계약을 하거나 파기하는 일련의 과정에서도 선택과 결정의 순간이 중요하다. 어떤 판단과 선택을 할 것인지 통찰하는 능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이런 질문과 대답을 찾아가는 인생 여정이 철학하는 삶이 아닐까 싶다.
동양철학사에 이어 저자 강성률 교수의 서양철학사를 읽었다. 철학자와 주요 개념을 잘 모른다면 쉽게 책장을 넘길 수는 없다. 결코 두껍지 않은 한 권의 책에 방대한 서양철학사를 두루 설명하다 보니 지면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유용한 팁이 있다.
바로 독서대 옆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거치해 놓고 여러 유형의 GPT에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질문하고 답하고 또 질문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단순히 책을 읽는데서 머무르지 않는다. 철학 선생님을 모시고 토론하는 느낌이 든다.
무엇을 질문해야 할까? 생각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책이다. 목차를 보면 철학사 이전에 서양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과 사고 이면에는 치열하게 사유하고 논쟁했던 그들의 거친 호흡이 있다. 저자는 시대를 이끌어간 철학자의 사상을 간명하게 소개하는데 머무르지 않는다. 그가 그런 삶을 살게 된 시대와 가정 배경들을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해 준다.
책을 일독하며 문득 생각한 것은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서 저자의 전작 동양철학사와 시대별로 비교해 가면 읽어봐야겠다는 거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동양과 서양은 철학은 물론 과학과 경제,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격차가 생기게 되었을까 하는 질문 때문이다.
저자가 13쪽에서 언급한 것처럼 독자가 과거로 여행하는 목적은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을 찾아가는 철학을 직접 체험해 보고자 함이다. 지식으로 아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삶의 여정에서 바른 선택과 결정을 할 줄 아는 지혜를 축적해 가기 위함이다. 저자는 이 여행의 성실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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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과거로 여행하는 것은 현대의 기계 문명과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원초적인 물음을 향해 떠나는 근원적 체험이 될 수도 있으리라 믿는다. (13쪽)
마찬가지로 진리라는 옥동자는 배우는 사람 스스로에 의해서 산출되는 것이지, 스승이 대신해서 낳아줄 수는 없다. 가르치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이 스스로 깨닫도록 도와주면 되고, 또 그래야만 한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으나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49쪽)
이렇게 볼 때,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형이상학은 존재론이자 곧 신학이기도 하다. 존재의 근원을 다루는 형이상학에 의해 존재가 질료와 형상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밝혀내고, 형상의 형상을 계속 추구해 가다 보면 순수 형상으로서 정신적 존재인 신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81쪽)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규정한다. 인간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 인간은 자기의 삶을 지키고 완성시켜 나가기 위해 다른 사람이 필요하며, 여기에서 공동체의 윤리가 등장하게 된다.(87쪽)
그런데 거대한 상업경제권을 장악하는 데에는 국가의 중앙집권이 반드시 필요했고, 바로 이 점이 왕족들에게는 유리한 국면으로 작용했다. 이때부터 왕권에 바탕을 둔 절대군주제가 실시되었고, 이것이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이후 오랜 세월 강력한 국가 형태가 되었다.(1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