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의 역사 - 흑사병부터 코로나까지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리처드 건더맨 지음, 조정연 옮김, 김명주 감수 / 참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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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넘게 일상을 겁박(!)하던 코로나19 팬데믹의 위세가 이제는 꺽여 가는 느낌이다. 이 여파로 많은 일상의 변화를 직면해야 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과 종교 생활, 재택근무 제도 도입,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일상, 거기에 손 소독제는 물론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꼼꼼하게 손 씻는 것은 기본이 되었다. 이런 생활 결과 돌이켜 보면 매년 두 세번은 앓던 감기를 단 한 번도 겪지 않았다.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어 일주일 격리된 것은 별개로 하고. 돌이켜 보면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쓰는 등의 기초적인 위생 관리로 얼마나 큰 예방 효과를 얻는지 교과서가 아닌 삶의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거의 모든 인류가.

2월 중순 여행지 숙소에서 간만에 얻은 쉼의 시간에 한껏 여유를 누리며 읽은 책 ‘감염병의 역사’는 특별하다. 활자로 전해지는 정보보다 사진과 그림, 도표가 일러주는 강렬한 메시지가 빛을 낸다. 저자 리처드 건더맨은 의사이면서 동시에 역사가이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를 살아낸 인류는 과거의 감염병의 역사로부터 병에 대한 지식과 정보, 이를 이겨내기 위한 지혜를 추출해 내야 한다. 이것이 살아있는 역사 공부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감염병을 대비하는 기준을 저자는 3가지로 요약한다. 1) 어디서 왔는가 2)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3) 다음 발생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사실 현미경의 발명 이전에 감염병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인류는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격리하는 선택을 했고 이 방법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거기에 주술과 같은 종교적 행위를 가미하는데 그쳤던 인류는 과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의료 분야에도 큰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세균과 박테리아의 존재를 알아가고, 현미경의 정밀화에 따라 바이러스까지 발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연구자들의 헌신이 있음을 기억해야 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문제는 감염병이 어떻게 발생하고 확산되는지를 아는 것이다. 과거 역사 속의 감염병은 전쟁 때 서로 다른 지역 사람들이 조우했을 때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도시가 형성되고 수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도 집단 발병하였다. 그래서 이를 안 선각자들은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위생적인 하수 처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세계 여행이 일상화되고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도시화가 촉진되고 야생의 공간이 점차 줄어들면서 인간과 접촉하지 않던 바이러스가 인간을 숙주로 하여 세상에 등장하는 상황이 이제는 단회성이 아니라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역사를 읽은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오늘의 상황을 이해하고 내일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얇은 책이라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읽다보면 리필을 생각할 쯤이면 거의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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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독감 증상은 열, 콧물, 인후통, 가침, 근육통, 두통, 피로감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우리 기억에서 거의 사라졌지만, 손 씻기와 예방 접종 등 가장 일반적 예방 수칙부터 독감의 생물학적 성질에 대한 최첨단 연구와 항바이러스 약물 개발에 이르기까지 스페인 독감에서 우리는 여전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대유행 독감은 우리의 삶에 주기적으로 발생하게 될 것이다. 지난 팬데믹으로부터 충분히 교훈을 배워, 또 다른 세계적 대재앙이 발생하게 되더라도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108~109쪽)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상 어딘가에 팬데믹으로 변할 수 있는 질병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과 미생물 게놈의 우연한 돌연변이나 박쥐, 조류 등 병원소(reservoir species)와의 접촉만으로도 새로운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시의적절하게 상기시켜 주었다. 팬데믹을 예방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한 가지는 살아 있는 야생동물 거래 시장 등 전파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장소를 감소시키고, 가능한 한 빨리 새로운 감염을 탐지하는 것이다.(151쪽)

생물학적 공동체
이러한 글로벌 시민의식은 더욱 확장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인간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그리고 모든 동식물, 균류, 원생생물, 박테리아, 고세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풍부한 바이러스를 포함한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가 속한 전 세계 생물학적 공동체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서로 경쟁하고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서로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복잡한 생물학적 관계에서 살아남고 번영하려면 우리 스스로를 다른 생명체보다 우세한 존재가 아닌 이웃이자 협력자로 여겨야 한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미생물은 존재할 것이다. 사실 우리는 미생물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미생물은 그 이후로도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생물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공존하고 함께 번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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