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의 역사 - 흑사병부터 코로나까지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리처드 건더맨 지음, 조정연 옮김, 김명주 감수 / 참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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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넘게 일상을 겁박(!)하던 코로나19 팬데믹의 위세가 이제는 꺽여 가는 느낌이다. 이 여파로 많은 일상의 변화를 직면해야 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과 종교 생활, 재택근무 제도 도입,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일상, 거기에 손 소독제는 물론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꼼꼼하게 손 씻는 것은 기본이 되었다. 이런 생활 결과 돌이켜 보면 매년 두 세번은 앓던 감기를 단 한 번도 겪지 않았다.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어 일주일 격리된 것은 별개로 하고. 돌이켜 보면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쓰는 등의 기초적인 위생 관리로 얼마나 큰 예방 효과를 얻는지 교과서가 아닌 삶의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거의 모든 인류가.

2월 중순 여행지 숙소에서 간만에 얻은 쉼의 시간에 한껏 여유를 누리며 읽은 책 ‘감염병의 역사’는 특별하다. 활자로 전해지는 정보보다 사진과 그림, 도표가 일러주는 강렬한 메시지가 빛을 낸다. 저자 리처드 건더맨은 의사이면서 동시에 역사가이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를 살아낸 인류는 과거의 감염병의 역사로부터 병에 대한 지식과 정보, 이를 이겨내기 위한 지혜를 추출해 내야 한다. 이것이 살아있는 역사 공부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감염병을 대비하는 기준을 저자는 3가지로 요약한다. 1) 어디서 왔는가 2)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3) 다음 발생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사실 현미경의 발명 이전에 감염병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인류는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격리하는 선택을 했고 이 방법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거기에 주술과 같은 종교적 행위를 가미하는데 그쳤던 인류는 과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의료 분야에도 큰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세균과 박테리아의 존재를 알아가고, 현미경의 정밀화에 따라 바이러스까지 발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연구자들의 헌신이 있음을 기억해야 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문제는 감염병이 어떻게 발생하고 확산되는지를 아는 것이다. 과거 역사 속의 감염병은 전쟁 때 서로 다른 지역 사람들이 조우했을 때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도시가 형성되고 수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도 집단 발병하였다. 그래서 이를 안 선각자들은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위생적인 하수 처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세계 여행이 일상화되고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도시화가 촉진되고 야생의 공간이 점차 줄어들면서 인간과 접촉하지 않던 바이러스가 인간을 숙주로 하여 세상에 등장하는 상황이 이제는 단회성이 아니라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역사를 읽은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오늘의 상황을 이해하고 내일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얇은 책이라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읽다보면 리필을 생각할 쯤이면 거의 끝나간다.


*** ***

대부분 독감 증상은 열, 콧물, 인후통, 가침, 근육통, 두통, 피로감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우리 기억에서 거의 사라졌지만, 손 씻기와 예방 접종 등 가장 일반적 예방 수칙부터 독감의 생물학적 성질에 대한 최첨단 연구와 항바이러스 약물 개발에 이르기까지 스페인 독감에서 우리는 여전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대유행 독감은 우리의 삶에 주기적으로 발생하게 될 것이다. 지난 팬데믹으로부터 충분히 교훈을 배워, 또 다른 세계적 대재앙이 발생하게 되더라도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108~109쪽)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상 어딘가에 팬데믹으로 변할 수 있는 질병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과 미생물 게놈의 우연한 돌연변이나 박쥐, 조류 등 병원소(reservoir species)와의 접촉만으로도 새로운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시의적절하게 상기시켜 주었다. 팬데믹을 예방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한 가지는 살아 있는 야생동물 거래 시장 등 전파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장소를 감소시키고, 가능한 한 빨리 새로운 감염을 탐지하는 것이다.(151쪽)

생물학적 공동체
이러한 글로벌 시민의식은 더욱 확장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인간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그리고 모든 동식물, 균류, 원생생물, 박테리아, 고세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풍부한 바이러스를 포함한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가 속한 전 세계 생물학적 공동체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서로 경쟁하고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서로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복잡한 생물학적 관계에서 살아남고 번영하려면 우리 스스로를 다른 생명체보다 우세한 존재가 아닌 이웃이자 협력자로 여겨야 한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미생물은 존재할 것이다. 사실 우리는 미생물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미생물은 그 이후로도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생물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공존하고 함께 번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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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 - 간호천사 아닌 간호전사 이야기
알앤써니 지음 / 읽고싶은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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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보지 않은 곳, 또는 내가 해 보지 않은 일은 예전 같으면 호기심에 더해 신비롭기까지 했다. 하지만 미디어의 발전은 간접 경험의 기회를 확대시켜 주었고, 사람들은 서핑에 이은 검색질로 왠만한 것은 다 안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정말 제대로 아는 것일까 싶은 경우가 많다. 피상적으로, 잘못 알면 오히려 모르는 것만 못할 수도 있다.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 쓸모가 있는 것을 분별하는 안목과 지혜를 길러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훑는 것이 아닌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이런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번에 읽은 다소 얇은 책 ‘페이크’는 현직 간호사가 현장에서 직접 겪고 느낀 일들은 주제별로 정리한 에세이다. 병원이란 곳은 가고 싶지 않은 곳 중의 하나이다. 생각해 보면 ‘사’자가 붙은 직업인들이 일하는 곳은 가급적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요즘 같은 세상에선 검사와 판사가 그렇다. 의사와 간호사, 거기에 간호 조무사가 일하는 병원도 왠만해선 안 가는 것을 목표로 자신을 단련하고 가꿔야 한다. 그럼에도 불가피하게 병원에 가게 되면 만나게 되는 전문 직업인들… 그중에 간호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저자가 서두에 미리 말한 것과 다르지 않다. 백의의 천사…

천사이길 바라지만 현실은 전쟁터와 같음을 책을 읽는 내내 독자는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왜그럴 수 밖에 없는지 또한 알 수 있다. 식사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 배치 때문이다. 힘들기 때문에 그만 두는 사람이 많고 또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 취업이 가능하다는 아이러니가 이 직업의 웃픈 장점이라 한다. 그럼에도 아파서 병원을 찾은 환자가 건강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며 전문가로서 보람을 찾고 심신의 피로를 잠시 잊는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보람은 잠깐이고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는 끊임없이 이들을 괴롭힌다는 것.

저자는 책을 저술한 이유의 하나로 간호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생과 사의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현장의 모습을 알려 주고 싶다는 것을 든다. 간호사를 쉬운(!) 상대로 여기는 인식은 아직도 여전하다고 한다. 의사는 선생님이라 부르던 사람이 간호사는 아가씨라 부르는 현실. 여성 (노동자)이기게 저임금에 빡빡한 노동량을 부과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들. 그래 힘들어도, 박봉이어도 그대들은 흰옷을 입은 천사들이니 참고 견뎌 달라? 언제까지 일방의 희생을 ‘아름다운 헌신’이라 미화를 할 것인지 우리 사회는 이제 고민해야 한다. 저자가 후배들에게는 더 나은 근무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하는 고민이 절절히 느껴진다.

*** ***

환자와의 좋은 라포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간호사의 중심이 흔들릴 정도가 되면 안 된다. 보다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을 따뜻하게 제대로 돌보기 위해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은 오히려 차갑고 단단하게 유지해야 한다. 아이러니다. 환자 혹은 보호자와 자신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아니 넘지 않으려는 강이 흐르고 있음을 늘 기억해야 한다.(28쪽)

아무리 험한 것을 보았더라도, 아무리 슬픈 감정을 느꼈더라도 간호사는 참아내야 한다. 어떤 상황을 겪어도 밥 잘 먹고 울고 싶어도 못 우는 사람들, 간호전사들이다. (85쪽)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들이고 부모 형제들이다. 이상한 이유를 갖다 대며 괴롭힐 존재가 아니다. 또한 시스템적인 면에서는 간호사 업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노동 강도에 비해 낮은 페이, 간호 업무 외의 온갖 잡일 수행 등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태움 문화가 점점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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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태어난 마이 홈 인테리어 - 300일의 피 땀 눈물, 불량 시공 극복기
장보라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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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러겠지만 특히 중년에 접어 드니 집에 대한 로망이 생긴다. 이런 저런 매체에서는 저마다 내로라하는 멋진 집을 소개한다. 멋진 인테리어와 더불어 편의성과 친환경 요소까지 갖춘 집을 꿈꾸다 보면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예산과 기간은 제한되어 있지만 집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는 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되새겨야 할 금언이 있다. 세상에 싸면서도 좋은 것-음식, 가구, 집, 전자제품 등등-은 없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실망할 일이 준다.

깊어가는 가을 밤에 시간을 쪼개 아껴 읽은 책. 부제가 인상 깊다. ‘300일의 피 땀 눈물, 불량 시공 극복기’ 이 한 줄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새로 태어난 마이 홈 인테리어’인 듯하다. 한마디로 절친한 친구가 소개해 준 인테리어 업체에 토털 리모델링을 믿고 맡겼는데 사단이 난 것이다. 그 업체는 아마도 여러 현장을 동시에 작업을 진행했고, 그 때문에 공기에 쫓겨 거의 모든 공정에 걸쳐 심각한 하자를 만들었다. 결국 공사는 중단됐고 저자는 불량 시공 현장을 걷어내고 다시 공사를 하는 험난한 과정을 시작한다. 그 현장과 심경을 사진과 글로 엮은 결과가 바로 이 작고 무거운(?) 책이다.

물론 저자는 새로운 보금자리-비록 낡았지지만-를 자신이 원하는 인테리어로 새단장 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눈품과 발품을 팔며 공부를 했다. 토털 인테리어 업체에 자신이 원하는 변신 후의 집의 모습을 설명하고 계약을 했을 터다. 그러나 공사는 지연되고, 이미 시공된 곳은 일반인이 보기에도 엉성한 하자 투성이였다. 결국 공사는 중단되고 손해 배상을 다투는 재판을 진행함과 동시에 다른 업체를 선정해서 잘못된 것을 걷어내고 재공사를 병행한다. 저자는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냉정히 재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을 담담한 필체로 적어 간다. 결코 쉽지 않았을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처음 생각했던 집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작은 책은 각각 대비되는 사진들을 배치하여 잘못된 시공 사례와 재공사 후 바뀐 모습을 보여준다. 하아. 얼마나 오래 참음과 기다림의 시간들이었을까? 사진과 활자를 읽는 독자도 열불 나게 하는 상황이 잔잔하게 설명된다.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나 또한 그런 피해-리모델링하다가 불량 시공-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 저자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도록 나름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다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상세한 공정 설명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저자가 건축 전문가는 아니니 이해할 수 밖에. 세부 공정은 리모델링을 준비하는 독자의 나머지 공부-다른 책과 매체를 활용한-로 남겨 둬야 할 듯.

300일 간의 펼쳐진 피 땀 눈물. 이 책의 이야기를 남의 일이 아닌, 앞으로 독자가 겪을 수도 있는 상황으로 생각한다면 좋을 것이다. 한 번 계약 잘못하면 피 본다는 것.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에. 책 곳곳에 피 같은 조언이 숨어 있으니 보물 찾기하듯 찾아볼 일이다.

*** ***


돌이켜보면 그랬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면, 현장을 살펴기도 전에 공사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니, 현관문 앞까지 갈 필요도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 층의복도에 발을 내딛자마자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복도를 가득 메운 악취, 문을 열자마자 눈가가 따가웠고, 나도 모르게 잔기침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바로 제작한 가구마다 칠해진 '오일 스테인' 때문이었다. (1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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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경복궁 - 궁궐의 전각 뒤에 숨은 이야기
정표채 지음 / 리얼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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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경복궁을 3번 갔다. 구 중앙청(조선 총독부 건물)이 철거되기 전에 한 번, 아이들과 2번 찾았다. 통상 그렇듯 여기가 무슨 전각이구나 하고 풍광을 둘러 보고 사진을 찍었던 게 전부였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주마간산 격이라 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난다.

살다보면 유명한 사찰도 제법 둘러 봤다. 절집마다 부처님을 모신 전각이 다른 것이 궁금해서 찾아 봤다. 가장 많이 보이는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신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아미타불을 모셨고, 가끔 보이는 대적광전은 비로자나불을 모신다고 한다. 이것을 알고 나서 절집을 순례하다 보니 각각의 전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깊어가는 가을 밤에 요즘 보기 드문 흑백 사진과 알 수 없는(?) 도안이 가득한 두툼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책 소개를 받았을 때는 그저 경복궁의 각 건물 특징을 소상히 설명해 주는 정도로 생각했었다. 책을 읽다 보니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주역에 기반한 64괘와 8패 등 조선 왕조가 이상으로 삼았던 성리학의 통치 이념이 건물 곳곳에 형상으로 구현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전각들이 복원되었고, 조만간 복원 예정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런 상세한 설명이 가능한 것은 저자 정표채 선생의 범상치 않은 이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사학을 전공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사서삼경’을 수료하였다 한다. 말로만 듣던 4서와 3경을 공부한 내공으로 15년간 경복궁에서 해설가로 활약하기도 한다.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책장을 넘기면서 드는 생각은 내년 봄에 하루를 온전히 내어 경복궁을 둘러 봐야겠다는 결심이다. 작은 메신저 가방에 이 책과 함께 셀카봉을 챙겨 들고서 말이다. 책에 소개된 흑백 사진의 현장을 찾아서 실물을 눈앞에 두고, 책을 펼쳐 해당 부분을 지나치게 한가하게 멍을 때리며 읽는 그런 범상치 않은 여행을 꿈꾼다. 그리고 천연색으로 사진을 찍어 책 속의 흑백 사진과 대조하는 까칠함도 즐겨 보고 싶다.

솔직히 주역의 64괘와 8패를 설명한 부분은 읽어내기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하늘의 뜻을 받들어 덕치를 기반으로 하는 왕도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건물에 나타낸 부분은 알면 알수록 대단하다. 예전에 읽은 레 미제라블에서 중세 시대에 건축물로 메시지를 보여 주었다는 구절이 생각난다. 물론 일반 백성의 출입이 쉽지 않은 궁궐의 경우는 아마도 왕실과 관료들이 초심을 잊지 말라는 당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조선을 개창한 선각자 정도전이 구상한 경복궁의 여러 속깊은 구상은 많은 화재와 전란, 재건의 혼란 속에서도 면면히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책 이름 그대로 한 권으로 경복궁과 조선의 내밀한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음에 참 행복한 책 읽기다.

*** ***

근정전 조정에서 조하에 참석한 백관들은 어떻게 불렀을까? 공식적인 행사인 만큼 이름보다는 공식적인 직함을 부르는 것이 통례였다. 품계에 정1품 상계, 정3품 하계 등으로 부르지 않고 정1품 상계는 백관이면 ‘대광보국승록대부’, 종친은 ‘현록대부’, 내명부는 ‘빈’, 외명부 백관 부인은 ‘정경부인’ 등으로 불렀다.(59p)

소주방 하면 많은 사람이 으레 ‘대장금’을 떠올린다. 대장금을 궁에서 왕의 음식을 책임지는 제1의 요리사로 생각하지만, 실제 장금은 조선 중종 때 의녀로 기록되어 있을 뿐 음식이나 요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소주방을 관할하던 주무 관청은 이조 소속 사옹원이다.(295~2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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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보기 부끄러워 묻지 못한 맞춤법 & 띄어쓰기 100 - 딱 100개면 충분하다! 교양 있는 어른을 위한 글쓰기의 시작
박선주 지음 / 새로운제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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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논문을 쓰다가 지도 교수에게 자주 듣던 지적이 있다. 글을 쓸 때는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간결하게 쓰되 주술 관계가 명확해야 한다. 만연체가 아닌 단문이 좋다. 어려운 글보다 뜻을 잘 전달하는 글이 좋다. 반백이 다 된 나이에 빨간펜 첨삭 지도를 3개월 정도 받으며 주경 야독하면서 교정과 교열, 윤문의 차이를 조금씩 배우게 되었다.

가장 많이 들어 익히 알고 있는 ‘교정’은 오탈자, 맞춤법, 띄어쓰기, 붙여쓰기, 문장부호 등을 바로잡는 작업을 말한다. 그다음 ‘교열’은 교정 작업에 더해 중복된 단어는 삭제하고 가장 적당한 낱말로 바꾸고, 시제를 바로 잡고, 문장 앞뒤 문맥이 맞지 않거나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맞는지 문법에 맞게 바로 잡는 작업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윤문’은 교정과 교열에 더해서 문법은 맞지만 이해가 쉽지 않은 어려운 문장, 지나친 외래어나 번역투 문장이나 중복된 내용은 삭제하거나, 모호한 표현을 정확하게 바로잡는 과정으로 결코 쉽지 않다.

내가 쓴 글을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읽는 독자-그 사람이 누구든 간에-를 위해서라도 초안을 작성한 다음에는 교정과 교열, 윤문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구입한 책이 기본적인 오탈자나 맞춤법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논문 뿐만 아니다. 요즘은 손편지 대신 각종 SNS에 짧은 글을 자주 올린다. 말과 글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반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허술하기 짝이 없는 글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그런 것을 지적하는 사람을 ‘진지충’이라고 경시하기도 한다.

과연 이래도 괜찮은 것일까? 하지만 적어도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모두 진지해질 것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고도 한다.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 먹거리와 운동에 신경을 쓰는 것처럼 말글살이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하는 것은 헬스장이나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잘못된 습관을 바로 잡아주고 근육을 키워주는 헬스 트레이너처럼 글쓰기 전문가 또한 작문 실력을 늘려 준다.

이번에 만난 글쓰기 선생은 모던걸 교양살롱이란 너튜뷰 채널을 운영하는 박선주 작가이다. 그의 신간 ‘맞춤법&띄어쓰기 100’은 ‘물어보기 부끄러워 묻지 못한’이란 소제목을 달고 있다. 제목 그대로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헷갈리는 100가지 문제를 던져주고 독자가 먼저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생각하도록 한다. 말을 처음 배우던 것처럼, 영어를 처음 배우던 때처럼 반복 숙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헷갈리는 맞춤법 80개와 20개의 띄어 쓰기 사례를 소개한다. 이 책은 그냥 눈으로 읽고 넘어가면 안된다. 종이와 펜을 준비하고 직접 써 보는 것을 권한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내 생각을 오류 없이 전달하는 최선의 도구가 된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섣부른 지적을 하기 전에 먼저 내가 쓰는 글을 살펴보게 되었다.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보는 습관. 안전한 말글살이의 기본기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책상 위 작은 책꽂이에 두었다. 언제든 손을 뻗어 꺼낼 수 있는 위치에.

책 날개를 자세히 보면 맞춤법과 띄어쓰기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모의고사 3회분을 큐알 코드로 제공한다. 책을 읽기 전 또는 읽고 난 후에 시간을 내어 직접 풀어보면 학창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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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우리말 맞춤법에 익숙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맞춤법에 맞게 쓴 글을 많이 보는 것입니다. 우선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책을 읽으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시야도 확장할 수 있는데요. 책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맞춤법에 맞는 말로 쓰여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2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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