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태어난 마이 홈 인테리어 - 300일의 피 땀 눈물, 불량 시공 극복기
장보라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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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러겠지만 특히 중년에 접어 드니 집에 대한 로망이 생긴다. 이런 저런 매체에서는 저마다 내로라하는 멋진 집을 소개한다. 멋진 인테리어와 더불어 편의성과 친환경 요소까지 갖춘 집을 꿈꾸다 보면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예산과 기간은 제한되어 있지만 집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는 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되새겨야 할 금언이 있다. 세상에 싸면서도 좋은 것-음식, 가구, 집, 전자제품 등등-은 없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실망할 일이 준다.

깊어가는 가을 밤에 시간을 쪼개 아껴 읽은 책. 부제가 인상 깊다. ‘300일의 피 땀 눈물, 불량 시공 극복기’ 이 한 줄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새로 태어난 마이 홈 인테리어’인 듯하다. 한마디로 절친한 친구가 소개해 준 인테리어 업체에 토털 리모델링을 믿고 맡겼는데 사단이 난 것이다. 그 업체는 아마도 여러 현장을 동시에 작업을 진행했고, 그 때문에 공기에 쫓겨 거의 모든 공정에 걸쳐 심각한 하자를 만들었다. 결국 공사는 중단됐고 저자는 불량 시공 현장을 걷어내고 다시 공사를 하는 험난한 과정을 시작한다. 그 현장과 심경을 사진과 글로 엮은 결과가 바로 이 작고 무거운(?) 책이다.

물론 저자는 새로운 보금자리-비록 낡았지지만-를 자신이 원하는 인테리어로 새단장 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눈품과 발품을 팔며 공부를 했다. 토털 인테리어 업체에 자신이 원하는 변신 후의 집의 모습을 설명하고 계약을 했을 터다. 그러나 공사는 지연되고, 이미 시공된 곳은 일반인이 보기에도 엉성한 하자 투성이였다. 결국 공사는 중단되고 손해 배상을 다투는 재판을 진행함과 동시에 다른 업체를 선정해서 잘못된 것을 걷어내고 재공사를 병행한다. 저자는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냉정히 재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을 담담한 필체로 적어 간다. 결코 쉽지 않았을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처음 생각했던 집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작은 책은 각각 대비되는 사진들을 배치하여 잘못된 시공 사례와 재공사 후 바뀐 모습을 보여준다. 하아. 얼마나 오래 참음과 기다림의 시간들이었을까? 사진과 활자를 읽는 독자도 열불 나게 하는 상황이 잔잔하게 설명된다.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나 또한 그런 피해-리모델링하다가 불량 시공-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 저자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도록 나름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다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상세한 공정 설명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저자가 건축 전문가는 아니니 이해할 수 밖에. 세부 공정은 리모델링을 준비하는 독자의 나머지 공부-다른 책과 매체를 활용한-로 남겨 둬야 할 듯.

300일 간의 펼쳐진 피 땀 눈물. 이 책의 이야기를 남의 일이 아닌, 앞으로 독자가 겪을 수도 있는 상황으로 생각한다면 좋을 것이다. 한 번 계약 잘못하면 피 본다는 것.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에. 책 곳곳에 피 같은 조언이 숨어 있으니 보물 찾기하듯 찾아볼 일이다.

*** ***


돌이켜보면 그랬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면, 현장을 살펴기도 전에 공사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니, 현관문 앞까지 갈 필요도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 층의복도에 발을 내딛자마자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복도를 가득 메운 악취, 문을 열자마자 눈가가 따가웠고, 나도 모르게 잔기침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바로 제작한 가구마다 칠해진 '오일 스테인' 때문이었다. (1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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