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경복궁 - 궁궐의 전각 뒤에 숨은 이야기
정표채 지음 / 리얼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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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경복궁을 3번 갔다. 구 중앙청(조선 총독부 건물)이 철거되기 전에 한 번, 아이들과 2번 찾았다. 통상 그렇듯 여기가 무슨 전각이구나 하고 풍광을 둘러 보고 사진을 찍었던 게 전부였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주마간산 격이라 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난다.

살다보면 유명한 사찰도 제법 둘러 봤다. 절집마다 부처님을 모신 전각이 다른 것이 궁금해서 찾아 봤다. 가장 많이 보이는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신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아미타불을 모셨고, 가끔 보이는 대적광전은 비로자나불을 모신다고 한다. 이것을 알고 나서 절집을 순례하다 보니 각각의 전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깊어가는 가을 밤에 요즘 보기 드문 흑백 사진과 알 수 없는(?) 도안이 가득한 두툼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책 소개를 받았을 때는 그저 경복궁의 각 건물 특징을 소상히 설명해 주는 정도로 생각했었다. 책을 읽다 보니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주역에 기반한 64괘와 8패 등 조선 왕조가 이상으로 삼았던 성리학의 통치 이념이 건물 곳곳에 형상으로 구현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전각들이 복원되었고, 조만간 복원 예정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런 상세한 설명이 가능한 것은 저자 정표채 선생의 범상치 않은 이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사학을 전공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사서삼경’을 수료하였다 한다. 말로만 듣던 4서와 3경을 공부한 내공으로 15년간 경복궁에서 해설가로 활약하기도 한다.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책장을 넘기면서 드는 생각은 내년 봄에 하루를 온전히 내어 경복궁을 둘러 봐야겠다는 결심이다. 작은 메신저 가방에 이 책과 함께 셀카봉을 챙겨 들고서 말이다. 책에 소개된 흑백 사진의 현장을 찾아서 실물을 눈앞에 두고, 책을 펼쳐 해당 부분을 지나치게 한가하게 멍을 때리며 읽는 그런 범상치 않은 여행을 꿈꾼다. 그리고 천연색으로 사진을 찍어 책 속의 흑백 사진과 대조하는 까칠함도 즐겨 보고 싶다.

솔직히 주역의 64괘와 8패를 설명한 부분은 읽어내기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하늘의 뜻을 받들어 덕치를 기반으로 하는 왕도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건물에 나타낸 부분은 알면 알수록 대단하다. 예전에 읽은 레 미제라블에서 중세 시대에 건축물로 메시지를 보여 주었다는 구절이 생각난다. 물론 일반 백성의 출입이 쉽지 않은 궁궐의 경우는 아마도 왕실과 관료들이 초심을 잊지 말라는 당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조선을 개창한 선각자 정도전이 구상한 경복궁의 여러 속깊은 구상은 많은 화재와 전란, 재건의 혼란 속에서도 면면히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책 이름 그대로 한 권으로 경복궁과 조선의 내밀한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음에 참 행복한 책 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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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정전 조정에서 조하에 참석한 백관들은 어떻게 불렀을까? 공식적인 행사인 만큼 이름보다는 공식적인 직함을 부르는 것이 통례였다. 품계에 정1품 상계, 정3품 하계 등으로 부르지 않고 정1품 상계는 백관이면 ‘대광보국승록대부’, 종친은 ‘현록대부’, 내명부는 ‘빈’, 외명부 백관 부인은 ‘정경부인’ 등으로 불렀다.(59p)

소주방 하면 많은 사람이 으레 ‘대장금’을 떠올린다. 대장금을 궁에서 왕의 음식을 책임지는 제1의 요리사로 생각하지만, 실제 장금은 조선 중종 때 의녀로 기록되어 있을 뿐 음식이나 요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소주방을 관할하던 주무 관청은 이조 소속 사옹원이다.(295~2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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