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물리치료사와 함께하는 30일 체형 교정 - 움직임을 알면 체형이 바뀐다
남궁형.유성현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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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겨울철에 ‘삼한사온’이란  기후현상이 있었다. 3일은 춥고 이어지는 4일은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었는데,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이제는 겨울철 날씨를 예측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지구의 건강 상태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라고  한다. 우리 몸은 어떨까? 건강할 때는 잘 못느낀다. 다치거나 속병이 들었을 때에야 건강의 소중함을 실감한다. 

얼마 전에 위암으로 투병하던 이의 고백이 기억난다.  암으로 고통을 받고 보니 아무 생각없이 식사를 할 수 있었던 지난 날이 얼마나 행복했는가 하는 그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나 또한 어깨 회전근이 노화(?)되어 옷을 혼자서 벗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보냈다. 물리치료와 침을 맞아도 그때 뿐이었다.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분의 조언을 듣고 어깨 스트레칭을 2년 넘게 했다. 문틀에 작은 철봉을 달고 어깨와 허리를 쫙 펴는 동작을 매일 반복했다. 통증 부위가 아닌 주변 근육에 자극을 주는 정도로 스트레칭을 하라는 조언을 따랐다. 

이제는 많이 좋아져서 혼자서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몸의 기능이 퇴화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급격히 퇴화하는 것을 막을 필요는 있다. 더구나 현대인들은 각자의 직업 특성에 따라 체형이 왜곡되는 일이 많다.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나 책을 보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그렇다. 게다가 스마트폰 등 기기를 하루종일 보다보니 거북목 진단을 받는 사람도 늘고 있다. 사람이 졸리면 자고,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는 것처럼. 몸이 보내는 신호에 민감해야 할 때가 있다.

왜곡된 체형은 통증이란 신호를 보낸다.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관절이다. 뼈와 뼈를 연결하는 관절과 그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해 주는 연골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극심한 통증은 물론 체형의 불균형까지 일으킨다. 두 명의 현직 물리치료사가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30일 체형 교정’은 보통의 책 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롤로그와 마지막 제6장 질문과 답 ‘내 몸, 이것이 궁금해요!’편을 먼저 읽으라. 그 다음에 독자가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해 보고 이상이 있다고 생각되는 신체 부위를 다룬 꼭지를 찾아 읽으면 될 일이다. 이 책의 목적은 그저 지식을 얻는 데 있지 않고 30일간 책에 나온 조언과 사진 자료의 동작을 꾸준히 실천하도록 동기부여 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1장부터 4장까지가 그렇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운동 순서대로 절대로 무리하지 않고 30일 동안 실천해 보자.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5장은 일상생활 습관 교정을 소개한다. 앉고 서는 자세는 물론 스마트폰 보는 자세도 조언한다. 

*** ***
체형은 우리의 근육, 신경과 연관 지을 수 있습니다. 즉, 질병을 치료 또는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체형은 우리 몸이 받아들이는 중력을 견뎌 내며 활동(움직임)으로 인해 축적되어진 흔적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좋은 체형은 좋은 움직임으로부터 만들어지며 정상 체형(neutral posture)을 유지하는 사람은 좋은 움직임을 갖습니다.(9p)

통증을 참으면서 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통증은 우리 몸이 보내는 경고입니다. 그 경고를 무시하면서 계속해서 무리한다면 우리 몸은 결국 망가져버립니다. (2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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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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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단계회복이 효과를 거두나 싶었는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연말 분위기를 다시 얼어붙게 만들었다. 2년 넘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지구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역과 거리두기, 이동 제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 인간의 노력은 어느 순간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동시대를 사는 지구인들을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하는 현재 진행중인 재앙인 셈이다. 이 시기에 정권을 잡고 있는 정치인들의 성적표도 극명하게 갈린다. 일테면 일본국의 아베 총리는 올림픽을 앞두고도 코로나 방역 정책 실패로 퇴진을 하고 만다.

기후 위기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전 지구적인 이슈이다. 이것이 무서운 이유는 다른 것과 다르게 임계점을 넘으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국제 사회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온실가스와 탄소 감소를 강제하는 조치를 시작했다. 미합중국과 자웅을 겨루는 형세의 중화인민공화국도 국제 사회의 압력에,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천명할 정도이다. 우리나라도 탈원전 등 에너지 정책에 대해 정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허위뉴스나 무책임한 정보를 걷어내고 나면 기후 위기는 사상과 종교, 정치적 정파의 문제가 아님을 금새 알 것이다. 그 순간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

이번에 읽은 책. 니얼 퍼거슨의 신간 ‘둠. 재앙의 정치학’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를 위기에 빠뜨린 2020년에 출간되었다. 저자는 영국의 역사학자로 21세기 최고의 경제 사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니얼 퍼거슨은 역사학자답게 인류사에 큰 변곡점이 된 전쟁, 감염병 팬데믹, 대형 사고, 지진과 홍수 등의 재앙과 극복의 역사를 분석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원인 없는 결과가 없고, 이상 징후 없는 사고나 재앙 또한 없다는 점이다. 저자가 재앙의 정치학이란 책이름을 쓴 이유를 7백쪽 넘는 두툼한 책을 읽어가며 느낄 수 있었다. 재앙을 징후를 미리 예견하고 예바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대형 사고, 감염병 등의 거대한 재앙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나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크시마 원전 사고 당시 정부는 사고 사실과 규모를 감추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 결과 초기 대응을 잘못했고 피해는 더 커졌다. 저자는 한국의 세월호 침몰 사고라는 부끄러운 기억을 상기시켜 준다.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여 줬던 이 사고는 결국 당시 대통령을 불명예스런 탄핵으로 이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모든 재앙은 결국 인간이 만든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위기를 예견하고 예방하는, 또한 대응을 잘 할 수 있도록 사회, 정치적 시스템을 잘 구축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을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도둑들이다. 다시는 도둑들이 노릴 수 없도록 튼튼하게 울타리를 치고, 경보 장치를 갖춘 외양간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태평하다고 안심하고 방심하는 순간 위기는 조금씩 시작한다. 이런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것이 또한 인간의 연약함임을 저자는 역사의 기록으로 설명해 준다. 반면교사는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 ***
한 사건이 분명히 예측 가능한 ‘회색 코뿔소’에서 지극히 충격적인 ‘검은 백조’가 되었다가 마침내 엄청난 규모의 ‘드래건 킹’으로 발전하는 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역사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회색 코끼리’에서 ‘검은 백조’로 바뀌는 것은 잎장에서 이야기했던 인지적 혼동 문제를 잘 보여주는 예에 해당된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예견했던 재난인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자 모두가 그걸 청천벽력이라 여기는 상황을 어찌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142p)

요컨대 어떤 재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확산contagion의 여부다. 다시 말해 최초에 가해진 충격이 생명체의 생물학적 네트워크 혹은 인류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는 일정 방식이 존재하는가의 여부인 것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과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 없이는 그 어떤 재난도 결코 이해할 수 없다.(188p)

이렇게 보다 큰 틀에서 각종 재난들을 바라보면 민주적 제도 자체가 모든 종류의 재난들에 대해 충분한 안전장치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정규분포가 아닌 멱법칙 분포를 따르는 재난들은 민주적 제도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니다. 우리가 그것들을 자연적 재해로 분류하든 인공적 재해로 분류하든 상관없이 말이다.(324p)

역사는 재난이라는 거대한 마침표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순서로 찾아올 것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친다. 성경의 계시록에 나오는 정복, 전쟁, 기근, 창백한 죽음의 네 기사들은 그 어떤 기술 혁신이 있다 해도 인류를 무적의 상태로 만들 순 없음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매우 무작위적으로 보이는 간격을 두고 등장한다. (6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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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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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터 우리 사회에는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다는 탄식이 들려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부귀와 영화를 가까이 하지 않고 자신의 입신과 영달보다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사는 진정한 어른을 우리 사회는 보유하고 있는가? 이런 발칙한 질문을 던져본다. 사실 지난 여름 올림픽 때 에스엔에스에서는 김연경 보유국이란 신조어가 유행했었다.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영역을 넓혀 우리의 의식 수준과 사고의 틀을 넓혀주는 스승과 지도자를 우리는 갖고 있는가? 아니 우리 사회는 이런 사람들이 나올 수 있는 토양과 환경을 갖추고 있는가를 먼저 점검해 봐야 한다.

모두의 당돌한 질문은 나의 게으름에서 비롯됨을 고백한다. 내가 모른다고 해서 있는 사실이나 존재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평생을 두고 인간에 대해 질문하고 연구한 노학자, 이제는 암과 동행(?)하며 죽음의 순간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이어령 선생 이야기다. 그를 소개하는 글은 한 페이지로 부족하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지성에서 영성으로’. 그의 책 중에 읽었던 것들이다.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더 많은 독서였다. 그래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선생의 글은 독자로 하여금 좋은 질문을 하게 한다는 점이다. 왜 그런지 생각하고 질문하는 것에서 인간은 지성과 문명의 벽돌을 하나씩 쌓아올릴 수 있었다.

이제 그는 늙었고 병들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직면해야 하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 그런 그에게 관록의 기자가 매주 찾아가 질문을 던진다. 질문과 대답이 마치 칼과 창이 부딪히는 것처럼 날이 시퍼렇다. 이어령을 말한다. 평생 질문하는 삶을 살았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속해있는 국가나 사회, 학교, 종교 집단의 가르침을 별다른 의심없이 수용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무탈하고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 무난함을 거부하고 왜 그러한가 질문하고 파고 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내내 같은 것을 보고도 사람에 따라 이렇게 생각과 인식의 차이가 나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질문받는 것을 싫어하는 부류가 있다. 권력이나 부를 선점하고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인류 사회가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감염병이나 기후 변화로 인한 전지구적인 위기를 극복하려면 멈춰서서 질문해야 한다. 인류는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 자연환경은 물론 인간 관계 또한 파괴한 과오에서 돌이켜야 한다. 과학 기술 개발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에 대해 사유하는 인문학에 공을 들여야 한다. 노학자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16편의 인터뷰는 강렬한 울림이 있다.

생각하기를 멈추는 순간 만만한 사람이 된다. 질문하지 않고 왜 그런지 따지지 않는 사람을 예로부터 지배층들은 선호했다. 그간 우리 사회는 뒤늦게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뤄내기 위해 하나의 정답만을 고르는데 익숙한 교육을 실시했다. 그 결과 경제 성장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다양성과 토론을 존중하는 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러나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이어령 선생의 강의는 묵직하게 도전한다. 예전에 함석헌 선생이 일갈한 것처럼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경구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바라기는 이어령 선생이 건강을 회복하여 마지막 수업이 계속 이어지길 소망한다.

*** ****

"재미있지. 배꼽을 만져보게. 몸의 중심에 있어. 그런데 비어 있는 중심이거든. 배꼽은 내가 타인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물이지. 지금은 막혀 있지만 과거엔 뚫려 있었지 않나. 타인의 몸과 내가 하나였다는 것, 이 거대한 우주에서 같은 튜브를 타고 있었다는 것. 배꼽은 그 진실의 흔적이라네." p 39

"촛불은 끝없이 위로 불타오르고, 파도는 솟았다가도 끝없이 하락하지. 하나는 올라가려고 하고 하나는 침잠하려고 한다네. 인간은 우주선을 만들어서 높이 오르려고도 하고, 심해의 바닥으로 내려가려고도 하지. 그러나 살아서는 그곳에 닿을 수 없네. 촛불과 파도 앞에 서면 항상 삶과 죽음을 기억하게나. 수직의 중심점이 생이고 수평의 중심점이 죽음이라는 것을." p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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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글쓰기 수업 -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
잭 하트 지음, 정세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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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쓰는 일이 직업인 사람들이 있다. 기자가 대표적인 사람이 아닌가 한다. 일간, 주간, 월간, 격월간 또는 무크지 형태의 신문이나 잡지, 방송사, 기업의 홍보실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들은 기록하는 사람들이란 낱말의 뜻에 걸맞게 매순간 정확하고 신속한-어쩌면 이율배반적인- 사실 전달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현장을 누비고 있다(?)고 믿고 싶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초연결 사회의 특성상 굳이 현장으로 가지 않아도 일정 분량의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고, 비용 절감을 위해 통신사 자료만으로 작업하고 송고하는 경우 적지 않은 모양이다.

2014년 4월. 뉴욕 맨해튼 아파트 붕괴 사고 때 뉴욕타임스의 낙종 사고가 화제가 되었다.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이 위치하고 있었고 취재 인력을 20명이나 파견했음에도 속보 경쟁에서 경쟁사에 밀리고 말았다. 정확히 확인된 사실만 보도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한다. 재난 현장에서 속보 경쟁은 구호 활동을 방해하기도 하고 피해자의 인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잘못된 정보 전달로 인한 피해는 회복하기가 어렵다. 2016년 세월호 침몰 당시 지역 방송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 본사에서 ‘전원 구조’라는 방송을 강행하는 대형 오보가 발생하기도 했었다. 이렇듯 진실 확인에 방점을 찍지 않은 속보 또는 단독 보도 경쟁은 저널리즘을 손상시킨다.

다른 한편으로 독자가 관심을 갖고 열독할 수 있도록 몰입감 있는 글을 쓰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아무리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 하더라도 독자의 외면을 받는다면 언론 기능을 충실히 해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 읽은 잭 하트의 ‘퓰리처 글쓰기 수업’은 한마디로 말해 평범한 소재를 갖고서도 독자가 몰입하고 열광하며 익는 글쓰기 방법을 다룬다. 다만 이것은 비법은 아니다. 글쓰기의 기본기를 13장에 걸쳐서 수련하도록 이끌어 준다. 때문에 이 책을 읽었다고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치 헬스장에 가서 개인 지도를 받았다고 바로 몸짱이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부단히 자신의 관점이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듯 말 잘하고, 글 잘쓰는 데도 왕도는 없다. 좋은 코치가 있을 뿐, 자신의 것으로 체득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저자 잭 하트는 글쓰기 코칭을 하면서 모은 자료와 경험, 성과를 바탕으로 해서 ‘내러티브 논픽션’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이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거기에 스토리를 부여하여 독자가 보다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발단-상승-위기-절정-하강의 5단계를 거치는데 독자가 긴장감을 갖고 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유려한 문장력을 요구하기 보다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먼저 잘 정리해야 한다. 당연히 취재와 사실 확인을 거친 검증된 정보여야 한다.

마지막 14장에서 저자는 ‘윤리의식’을 다룬다. 기자나 역사가는 진실을 기록하고 전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는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우리는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보아왔다. 국익이나 기업,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저널리즘이 훼손되는 것을 방관하기도 한다. 특히 대선을 앞둔 우리 언론들은 저마다 정론이라고 말은 하지만 사안에 따라 이해 관계를 저울질하는 모습이 필부의 눈에도 쉽게 보인다. 저자는 말한다. 윤리적으로 취재를 하고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진실의 힘을 믿기 때문이라고. 우리 사회에도 이것을 실천에 옮기는 기자와 깨어있는 독자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부터 깨독-깨어 있는 독자-이 되어야 한다.

*** ***

스토리는 여행과 같다. 여행은 지루할 때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거울 때도 있다. 고속도로를 타고 시속 이렇다 할 특징 없는 평야를 종일 달리면 지겨워 미칠 지경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시골길을 굽이굽이 돌며 수시로 차를 세우고 예스러운 마을을 둘러본다면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가 될 것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스토리를 살릴 만한 흥미로운 대목을 많이 넣어 독자가 그 부분을 빠르게 읽도록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226p)

우리는 논픽션 내러티브를 읽으며 세상을 이해한다. 같은 시대를 사는 다른 인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여줌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사는 비결을 알려줄 때 우리는 그 힘을 실감한다. 이런 깨달음을 주는 것은 작가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 인간의 공통된 경험을 정의하는 어떤 패턴을 찾아내겠다는 정직한 노력, 여기에 수반되는 온갖 수고와 좌절, 우여곡절을 보상해주기에 충분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윤리적으로 취재를 하고 글을 써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진실의 힘에 있다. (4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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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의 음모 : 반화
공도성 지음 / 이야기연구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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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배하던 무성한 참나무와 느티나무 잎사귀가 벌겋게 물들더니 추적거리는 가랑비와 서늘한 바람에 우수수 떨어진다. 낙엽을 보며 나이 먹어감을 생각한다. 겨울을 나기 위해 스스로를 부인하는-양분 소모를 줄이기 위해 잎사귀를 희생시키는-나무들처럼 나는 인생 석양길에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왠지 옷깃을 세우고 뜨끈한 커피 한 잔을 마셔야 할 것 같은 늦가을 오후에 작고 무거운 책 한 권을 만났다.

모두 6권으로 이뤄진 우화의 음모. 그 첫번째 책. 반화. 작은 크기의 양장본에 뺴곡하게 저자 공도성의 눈으로 읽어낸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각 나라와 작가의 우화가 소개된다. 안데르센과 그림형제, 이솝의 글들. 그리스, 독일, 메소포타미아, 미얀마와 이집트 등에서 구전되고 창작된 우화를 먼저 소개하고 각 장의 말미에 저자의 해석을 덧붙이는 형식이다.

책 제목에 쓰인 반화(反話)란 단어가 생소해서 국어사전을 검색해 봤다. 나오지 않는다. 책 뒤에 부록으로 이야기 사전이 있다. 거기에서 저자는 반화를 이야기 원형의 기준을 반대하는 이야기를 반화라고 규정하고 있다.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야기의 원형은 또 무엇인가? 저자는 기독교의 성경의 내용과 목적에 반하지 않는 성경에 기록된 이야기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탄의 교의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거나 알 것 같은 재미있는 우화가 사실은 사탄이 인간을 교묘히 속이기 위한 도구라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동의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때로는 논리의 비약이 심한 부분도 곧잘 있어서 저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와 설명의 부족을 느끼기도 했다. 구약 성경과 고대 근동의 문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독자라면 쉽게 접근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그리스도교. 즉 기독교를 거짓 종교라고 주장하는데 근거와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저자는 사탄이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우화를 이용했고, 기독교의 신교와 구교 어느 것을 선택하든 하나님의 의와 구원에서 빗나가게 만들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공감이 가는 부분도 어느 정도 있지만 수천년간 검증을 거쳐온 전통과 상식에 충돌한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부분에 대한 보다 정합적인 설명이 뒷받침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4백개가 넘는 우화를 분석하고 그것에 담긴 의미와 의도를 해석해 내는 시도는 나름의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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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완전하므로 불완전한 형상, 그러니까 거짓 형상을 의(義)나 이치(理致)보다 먼저 접하게 되고 선입견이나 편견을 통해서 더 쉽게 자긍심을 키우게 된다. 이렇게 거짓 형상과 일체화가 된 후에 만나게 되는 의나 이치는 더 쉽게 거짓 형상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거짓 형상에 속는 결과가 바로 사탄이 의도하는 것이다. (31p)

많은 신화에서는 인간의 영생에 대해서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죽음은 이미 정해져 있는 자연적인 규칙과도 같은 것으로 다루어진다. 인간의 영원한 생명을 언급하고 구원을 통해서 인간의 완전성이 회복될 것이라는 가르침이 있는 신화는 아마도 성경이 유일할 것이다. (3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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