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 글쓰기 수업 -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
잭 하트 지음, 정세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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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쓰는 일이 직업인 사람들이 있다. 기자가 대표적인 사람이 아닌가 한다. 일간, 주간, 월간, 격월간 또는 무크지 형태의 신문이나 잡지, 방송사, 기업의 홍보실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들은 기록하는 사람들이란 낱말의 뜻에 걸맞게 매순간 정확하고 신속한-어쩌면 이율배반적인- 사실 전달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현장을 누비고 있다(?)고 믿고 싶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초연결 사회의 특성상 굳이 현장으로 가지 않아도 일정 분량의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고, 비용 절감을 위해 통신사 자료만으로 작업하고 송고하는 경우 적지 않은 모양이다.

2014년 4월. 뉴욕 맨해튼 아파트 붕괴 사고 때 뉴욕타임스의 낙종 사고가 화제가 되었다.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이 위치하고 있었고 취재 인력을 20명이나 파견했음에도 속보 경쟁에서 경쟁사에 밀리고 말았다. 정확히 확인된 사실만 보도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한다. 재난 현장에서 속보 경쟁은 구호 활동을 방해하기도 하고 피해자의 인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잘못된 정보 전달로 인한 피해는 회복하기가 어렵다. 2016년 세월호 침몰 당시 지역 방송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 본사에서 ‘전원 구조’라는 방송을 강행하는 대형 오보가 발생하기도 했었다. 이렇듯 진실 확인에 방점을 찍지 않은 속보 또는 단독 보도 경쟁은 저널리즘을 손상시킨다.

다른 한편으로 독자가 관심을 갖고 열독할 수 있도록 몰입감 있는 글을 쓰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아무리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 하더라도 독자의 외면을 받는다면 언론 기능을 충실히 해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 읽은 잭 하트의 ‘퓰리처 글쓰기 수업’은 한마디로 말해 평범한 소재를 갖고서도 독자가 몰입하고 열광하며 익는 글쓰기 방법을 다룬다. 다만 이것은 비법은 아니다. 글쓰기의 기본기를 13장에 걸쳐서 수련하도록 이끌어 준다. 때문에 이 책을 읽었다고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치 헬스장에 가서 개인 지도를 받았다고 바로 몸짱이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부단히 자신의 관점이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듯 말 잘하고, 글 잘쓰는 데도 왕도는 없다. 좋은 코치가 있을 뿐, 자신의 것으로 체득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저자 잭 하트는 글쓰기 코칭을 하면서 모은 자료와 경험, 성과를 바탕으로 해서 ‘내러티브 논픽션’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이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거기에 스토리를 부여하여 독자가 보다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발단-상승-위기-절정-하강의 5단계를 거치는데 독자가 긴장감을 갖고 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유려한 문장력을 요구하기 보다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먼저 잘 정리해야 한다. 당연히 취재와 사실 확인을 거친 검증된 정보여야 한다.

마지막 14장에서 저자는 ‘윤리의식’을 다룬다. 기자나 역사가는 진실을 기록하고 전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는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우리는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보아왔다. 국익이나 기업,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저널리즘이 훼손되는 것을 방관하기도 한다. 특히 대선을 앞둔 우리 언론들은 저마다 정론이라고 말은 하지만 사안에 따라 이해 관계를 저울질하는 모습이 필부의 눈에도 쉽게 보인다. 저자는 말한다. 윤리적으로 취재를 하고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진실의 힘을 믿기 때문이라고. 우리 사회에도 이것을 실천에 옮기는 기자와 깨어있는 독자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부터 깨독-깨어 있는 독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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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여행과 같다. 여행은 지루할 때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거울 때도 있다. 고속도로를 타고 시속 이렇다 할 특징 없는 평야를 종일 달리면 지겨워 미칠 지경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시골길을 굽이굽이 돌며 수시로 차를 세우고 예스러운 마을을 둘러본다면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가 될 것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스토리를 살릴 만한 흥미로운 대목을 많이 넣어 독자가 그 부분을 빠르게 읽도록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226p)

우리는 논픽션 내러티브를 읽으며 세상을 이해한다. 같은 시대를 사는 다른 인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여줌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사는 비결을 알려줄 때 우리는 그 힘을 실감한다. 이런 깨달음을 주는 것은 작가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 인간의 공통된 경험을 정의하는 어떤 패턴을 찾아내겠다는 정직한 노력, 여기에 수반되는 온갖 수고와 좌절, 우여곡절을 보상해주기에 충분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윤리적으로 취재를 하고 글을 써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진실의 힘에 있다. (4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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