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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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단계회복이 효과를 거두나 싶었는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연말 분위기를 다시 얼어붙게 만들었다. 2년 넘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지구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역과 거리두기, 이동 제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 인간의 노력은 어느 순간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동시대를 사는 지구인들을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하는 현재 진행중인 재앙인 셈이다. 이 시기에 정권을 잡고 있는 정치인들의 성적표도 극명하게 갈린다. 일테면 일본국의 아베 총리는 올림픽을 앞두고도 코로나 방역 정책 실패로 퇴진을 하고 만다.

기후 위기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전 지구적인 이슈이다. 이것이 무서운 이유는 다른 것과 다르게 임계점을 넘으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국제 사회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온실가스와 탄소 감소를 강제하는 조치를 시작했다. 미합중국과 자웅을 겨루는 형세의 중화인민공화국도 국제 사회의 압력에,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천명할 정도이다. 우리나라도 탈원전 등 에너지 정책에 대해 정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허위뉴스나 무책임한 정보를 걷어내고 나면 기후 위기는 사상과 종교, 정치적 정파의 문제가 아님을 금새 알 것이다. 그 순간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

이번에 읽은 책. 니얼 퍼거슨의 신간 ‘둠. 재앙의 정치학’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를 위기에 빠뜨린 2020년에 출간되었다. 저자는 영국의 역사학자로 21세기 최고의 경제 사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니얼 퍼거슨은 역사학자답게 인류사에 큰 변곡점이 된 전쟁, 감염병 팬데믹, 대형 사고, 지진과 홍수 등의 재앙과 극복의 역사를 분석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원인 없는 결과가 없고, 이상 징후 없는 사고나 재앙 또한 없다는 점이다. 저자가 재앙의 정치학이란 책이름을 쓴 이유를 7백쪽 넘는 두툼한 책을 읽어가며 느낄 수 있었다. 재앙을 징후를 미리 예견하고 예바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대형 사고, 감염병 등의 거대한 재앙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나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크시마 원전 사고 당시 정부는 사고 사실과 규모를 감추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 결과 초기 대응을 잘못했고 피해는 더 커졌다. 저자는 한국의 세월호 침몰 사고라는 부끄러운 기억을 상기시켜 준다.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여 줬던 이 사고는 결국 당시 대통령을 불명예스런 탄핵으로 이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모든 재앙은 결국 인간이 만든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위기를 예견하고 예방하는, 또한 대응을 잘 할 수 있도록 사회, 정치적 시스템을 잘 구축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을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도둑들이다. 다시는 도둑들이 노릴 수 없도록 튼튼하게 울타리를 치고, 경보 장치를 갖춘 외양간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태평하다고 안심하고 방심하는 순간 위기는 조금씩 시작한다. 이런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것이 또한 인간의 연약함임을 저자는 역사의 기록으로 설명해 준다. 반면교사는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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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건이 분명히 예측 가능한 ‘회색 코뿔소’에서 지극히 충격적인 ‘검은 백조’가 되었다가 마침내 엄청난 규모의 ‘드래건 킹’으로 발전하는 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역사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회색 코끼리’에서 ‘검은 백조’로 바뀌는 것은 잎장에서 이야기했던 인지적 혼동 문제를 잘 보여주는 예에 해당된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예견했던 재난인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자 모두가 그걸 청천벽력이라 여기는 상황을 어찌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142p)

요컨대 어떤 재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확산contagion의 여부다. 다시 말해 최초에 가해진 충격이 생명체의 생물학적 네트워크 혹은 인류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는 일정 방식이 존재하는가의 여부인 것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과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 없이는 그 어떤 재난도 결코 이해할 수 없다.(188p)

이렇게 보다 큰 틀에서 각종 재난들을 바라보면 민주적 제도 자체가 모든 종류의 재난들에 대해 충분한 안전장치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정규분포가 아닌 멱법칙 분포를 따르는 재난들은 민주적 제도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니다. 우리가 그것들을 자연적 재해로 분류하든 인공적 재해로 분류하든 상관없이 말이다.(324p)

역사는 재난이라는 거대한 마침표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순서로 찾아올 것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친다. 성경의 계시록에 나오는 정복, 전쟁, 기근, 창백한 죽음의 네 기사들은 그 어떤 기술 혁신이 있다 해도 인류를 무적의 상태로 만들 순 없음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매우 무작위적으로 보이는 간격을 두고 등장한다. (6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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