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고 데이 - 하나님의 모습을 찾아서
구유니스 지음 / 비엠케이(BMK)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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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인접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어수선한 때에 읽은 담백하고 거룩한 책 한권을 소개한다. 러시아 정교회를 믿는 두 나라는 정치, 경제, 지정학적 이해관계 때문에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군대에 아들과 남편을 보낸 여인들의 기도에 온 몸이 떨리는 듯하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나님, 주님의 한결 같은 사랑으로 내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은 자신의 유한함을 체감할 수 밖에 없다. 포탄이 언제 어느 방향에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한계에 봉착한 인생은 자비와 긍휼과 은혜를 구할 따름이다.

‘이마고 데이’라는 생소한 제목을 가진 책.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고 영감 있는 기도를 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고자 하는 저자 구유니스의 그림 묵상집이다. 이마고 데이는 하나님의 모습을 30여 편의 그림 안에서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성화하면 글자 그대로 거룩한 그림이다. 하여 중세 미술의 대부분은 거대한 성당 천정이나 벽면을 장식하는 대작으로 제작했다. 그 시절에는 문맹인 사람이 많아 성서의 내용을 그림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성화를 그렸다고 한다.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진 성화의 이미지는 거룩 그 자체다.

그러나 저자 구유니스가 신작 ‘이마고 데이’에서 소개하는 30여 편의 그림들은 기존의 성화에 대한 선입견을 깬다. 그림이나 음악 등 예술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작가의 의도와 그 시대적 배경을 아는 것이 좋다. 이 책에 소개된 한 작가 중 눈에 띄는 마르크 샤갈, 조르주 루오의 작품에 눈이 간다. 특히 조르주 루오의 투박한(?) 터치는 눈길 뿐만 아니라 분주한 마음의 발걸음도 멈추게 한다. 118쪽을 가득 채운 조르주 루오의 ‘피난’이란 작품은 과거가 현재이자 미래인 것을 보여 준다. 실제 전쟁을 겪고 삶의 터전을 떠나 긴박하게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의 고통을 어찌 모두 체감할 수 있을까?

사순절 기간 중 마르크 샤갈의 연작 ‘성서 메시지’ 중 ‘인간의 창조’ (20p)를 보고 읽는 경험도 새롭다. 한 장의 그림에 성서의 주요 내용을 동화책 삽화처럼 담아내는 내공에 감탄을 한다. 여기에 저자의 잔잔한 설명을 곁들이면 보이지 않던 이야기가 마음 속에 들려 온다. 이런 저런 일로 마음이 무겁고 힘들 때 조용한 시간과 장소에 앉아 그림을 보고 저자의 설명에 마음의 귀를 기울여 보라. 이마고 데이. 절대자의 모습을 찾는 여정이 결코 혼자 가는 외로운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 ***

글을 쓰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성화를 대하는 나의 첫 관점과는 다르게 글이 흘러가서 새로운 결론이 생겼고, 연관이 없는 작품들이 같은 주제로 모아졌습니다. 그리고 그 주제들은 평소 관심이 없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5p)

과학에서 하늘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땅이 움직이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물질 세계의 겉보기는 거의 변함이 없었고, 해석이 불가능했던 오류와 오차들이 조정되었습니다. 승천의 묘사도 예수 그리스도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수를 경험하는 사람들 앞에서 생명의 세계가 닫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 수 있습니다. (1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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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전쟁 - 세금과 복지의 정치경제학
전주성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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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2대 대선이 끝났다. 아직 승패의 여운이 남아있는 듯하다. 여러 이슈 중에 세금과 기본소득에 대한 정책 대결에 관심이 많았다. 과세를 통한 부동산 안정을 도모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주장도 들었다. 복지 정책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기본소득 지급 방안이다. 말 그대로 현금을 나눠주겠다는 것인데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 주장은 있는데 근거가 흐릿해 보인다. 여튼 머리가 복잡하던 차에 솔깃한 제목의 신간을 발견했다. 세금과 복지의 정치경제학이란 부제를 단 ‘재정전쟁’이 그것이다.

저자 전주성은 경재학을 전공한 박사로 대학과 정부 자문 등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년 넘게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란 위기 가운데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는 2022년에 세금과 복지, 정부 지출 등을 둘러싼 재정 논쟁의 필요성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설명한다. 역대로 진보와 보수를 표방한 정부들은 각기 지지층의 기대에 부응(?)하는 세금과 복지 정책을 시행했다. 우리 현대사는 이런 많은 시행착오를 축적하면서 보다 나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기후변화와 재해, 심화되는 양극화, 계층과 세대, 지역 간의 갈등은 대화와 타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 때 성장과 분배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하는 논쟁이 있었다. 저자의 답은 명료하다. 성장과 분배는 서로 떼어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장 없는 분배 없고, 적정한 수준의 보편적 복지가 없이 인구 감소 등의 위기를 막을 수 없기에 분배를 배제한 성장 또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부동산 급등을 막기 위해 종부세 등 보유세를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했는데 이는 시장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이라 봤다.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세 제도를 운영하는 우리나라의 특성 상 아파트 등의 부동산 과세를 높일 때 세입자에게 세금을 전가하게 된다.

결국 복지를 위해서는 세금을 거둬야 하는데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보유세 같은 직접세와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 모두 조세저항의 여지가 있다. 관건은 납세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과세를 수용하는가인데 저자는 정부의 투명성을 강조한다. 내가 낸 세금이 사회 인프라와 복지를 위해 누수(?) 없이 사용된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조세와 재정 정책 등 나라 살림은 무엇보다 균형이 중요하다. 진영 논리에 치우치지 않아야 하며, 현 세대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냉철한 계획 아래 추진해야 한다. 다소 딱딱한 내용도 있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책읽기였다. 가정 경제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도 곳간 관리하기에 달려 있다.

국민연금과 군인, 공무원 연금도 극심한 고령화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분배와 복지를 줄이면 사회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 쉽지 않다. 저자는 말한다. 재정 정책에 정답은 없다. 다만 사익을 버리고 최선을 위한 대책을 사회 구성원의 신뢰와 지지 아래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 ***
결국 앞으로의 복지 논쟁이나 복지 경쟁의 핵심은 누가 더 많은 복지를 약속하느냐가 아니라 누구의 약속이 지속 가능한 복지의 차원에서 신뢰가 가느냐다. (60p)

결국 납세자 주권의 궁극적 표현 방식은 선거가 될 것이다. 어차피 계층이나 이념에 따라 조세에 대한 견해가 갈린다면 집합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세금을 좋아하는 유권자는 드물기 때문에 선거 때 증세 논의가 나오기는 어렵다. (124p)

미국과 영국에서 기업의 독립성과 주주의 권한이 본격적으로 강화된 것은 레이건과 대처가 집권하는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정치 이념의 보수화에 따른 국가 개입의 축소라는 시대 조류를 바탕으로 주주의 권익에 대한 인식이 커졌고, 이는 다양한 형태의 주주 보호 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동시에 공익을 강조하는 여론 단체의 목소리 역시 커지며 환경보호나 인종, 지역 간 배분 등 사회적 성격의 규제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이처럼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된 서구 국가들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정답은 사전적으로 정해졌다기보다 사후적으로 조정되는 측면이 강하다. (187p)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좀 더 시급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재정 규율이다. 요즘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에서 정부의 부채 비율이 빠르게 느는 것 자체를 시비 걸 필요는 없다. 하지만 빚을 지고 난 다음도 생각해야 한다. 평소에는 재정 규율을 유지하며 여력을 비축해야 필요할 때 쓸 수 있다. 불가피하게 적자를 해야하는 경우 짧은 기간에 그치는 것이 좋다. 적자가 구조적 성격을 띠며 장기간 지속되면 경제 안정이 흔들리고, 장기 투자가 소홀해지며, 미래 세대의 세금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228p)

요컨대 성장과 분배의 가치를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라인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은 오류에 가깝다. 어차피 현실 정책의 영역으로 들어서면 보수와 진보 어느 진영도 의식적으로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하기 어렵고, 설사 구조적 차원의 제도 변화를 꾀하려 해도 시대 조류라는 더 큰 힘에 의해 압도당하기 쉽다. 결국 성장이건 분배건 주어진 정책 수단으로 최대한 성과를 내는 유능한 정부가 자신의 이념 성향과 무관하게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아. (236p)

하지만 우리는 있는 제도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제도의 설계가 아닌 개혁을 고민해야 한다. 개혁에는 승자와 패자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리 합리적인 대안이라도 정치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어차피 세금과 복지의 절반은 정치다. 경제 논리와 정치 논리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대안을 만들고 이를 실천하는 정책 능력을 갖춘 세력만이 ‘재정전쟁’의 승자로 남을 것이다. (2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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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인물편 - 벗겼다, 세상을 바꾼 사람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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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처음 들은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정보의 양이 적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정보가 범람하여 옥석을 가리는 것이 쉽지 않다. 이를 노리는 사람과 집단이 있음을 역사 기록들은 보여준다. 온갖 권모술수와 거짓정보들을 상대편에 퍼붓는다. 건물과 무기 등을 파괴하는 폭탄도 무섭지만 말과 문자로 던져지는 공세 또한 역사의 갈림길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볼 수 있다. 저자들은 역사를 읽고 해석할 때 대부분이 승자의 기록임을 유의하라고 충고한다.

치열한 공방 끝에 패권을 쥔 승자는 자신의 약점과 패자의 장점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내는 작업에 대한 유혹을 받는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그 유혹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사대부의 나라를 지향했던 조선은 국왕이 살아 있을 때는 사관의 기록을 열람할 수 없게 했다. 기독교의 성경(서)에도 감추고 싶은 범죄와 치부가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번에 아무개 방송국에서 방영한 ‘벌거벗은 세계사’ 사건편에 이어 인물편이 나왔다.

알렉산드로스, 진시황제, 네로 황제, 징기스 칸, 콜롬버스, 엘리자베스 1세, 루이 14세, 마리 앙투아네트, 나폴레옹, 링컨. 이렇게 10명을 다룬다. 몇 명을 빼면 소싯적에 위인전기(!)를 읽으며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한번 쯤은 생각해 봤던 사람들이다. 그 시절의 단편적 기억이 강렬하여 최신 연구에 의해 밝혀진 반전의 정보를 접할 때마다 놀라곤 한다.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이 단순히 흑인의 인권을 인정한 것으로 알고 살았는데, 그 이면을 보니 정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갈등과 오해, 혐오는 오늘날도 이어지고 있다.

사치의 대명사로 알고 있었던 루이14세의 처 마리 앙투아네트의 경우는 더 억울하겠다. 프랑스와 적대적인 관계였던 오스트리아의 공주가 정략결혼으로 브루봉왕조의 황후가 되었으니 민중들의 반감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여러가지 잘못된 판단으로 국가재정이 파탄나고 왕실과 귀족, 시민과 농민 계층이 대치하던 상황에서 그 유명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고 그 여파로 루이 14세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얼마 후 마리 앙투아네트 또한 온갖 흉한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 죽임을 당한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누구의 관점으로 보는가에 따라 역사 기록은 달라질 수 있다.

콜롬부스 또한 위인전의 단골 인물이다. 그런 그가 저지른 온갖 죄악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10명의 역사학자들의 한 사람씩 맡아 그 인물의 명과 암을 벗겨내는 시도를 접하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분석하고 옥석을 가려내는 통찰력과 문해력이라는 점. 대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쌍방간에 치열하게 맞받아치던 여러 이슈들은 분명 누가 옳고 그른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다만 심판관조차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것이 이 시대의 슬픔이다. 벌거벗은 세계사에 등장한 인물들이 살았던 시대 또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 그렇다.


*** ***
역사를 가리켜 흔히 '승자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바꿔 말하면 기록한 자가 역사의 승자가 된다는 것이죠. 로마의 역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만일 우리가 시대적 배경과 의도를 파악하지 않고 사료에만 의존한다면 누군가 만들어 놓은 편견 속에 생각이 갇힐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사료가 저술된 시대의 배경과 상황, 저술가의 시선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몰랐던 네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를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네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왜곡된 시선과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눈을 가지길 바랍니다.(1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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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브랜든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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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났다. 다름과 틀림이 뒤섞여 서로를 향해 불신과 혐오를 내뱉는 행태는 여전해 보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이해득실에 따라 선택을 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사람들은 자신을 사람이라 생각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동의와 동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피부색과 언어, 종교, 지연과 학연을 도구로 삼아 서로를 인정하고 끌어주고 밀어주기를 기대한다. 반면에 자신과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사람임에도-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배척과 혐오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이것은 그간 누적된 경험-개인이든 단체든, 국가든-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일제 강점기와 6.25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생명과 재산의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가슴 속 깊이 감정이 남아있을 터다. 이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세대간, 계층간의 대화에는 진전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상대 진영을 향해 아쉬움과 비판의 마음을 토로하는 이도 있다.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미운(?) 그대로 수용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처지와 상황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으니까.

이번에 읽은 ‘브랜든’은 웹툰 단행본이다. 작가 d몬의 터치는 간결하다. 때문에 그림만 보고 넘기면 금방인데, 문제는 몇 글자 안되는 ‘대사’가 자꾸만 걸려서 책장을 넘겼다가 다시 돌아오게 한다. 전작 ‘데이빗’이 상대적으로 쉽게 읽혔던 것과 비교된다. 돼지로 태어난 데이빗은 사람의 지능과 언어, 사회성을 습득했다. 과연 데이빗을 사람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하는 논쟁이 흥미로웠다. 작가 d몬의 사람 시리즈 제2부 ‘에리타’는 망해버린 지구에 혼자 살아남은 에리타와 가온을 보여준다. 인간의 사고를 하는 뇌만 남아있는 기계(?)에 대해 사람으로 인정해야 할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할렘가의 루저, 흑인 청년 브랜든이 우연히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다. 거기서 올미어라는 의문의 존재를 만난다. 올미어는 자신이 사람이라 말하며, 오히려 브랜든에게 네가 사람임을 증명하라 한다. 그러면서 원시 인간처럼 보이는 라키모아 종족의 마을로 인도한다. 라키모아들은 그를 신의 대리인으로 숭배한다. 브랜든은 자문한다. 올미어에게는 사람 취급을 못받던 내가 라키모아들에게는 신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고 있는가?

같은 피부색과 종교를 따져서 친소 관계를 정하는 관계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흑인 브랜든은 할렘가에 사는 백수청년이다. 브랜든의 이미지를 우리 동네로 옮겨도 이야기는 연결된다. 취업에 실패하고 온라인 게임에 빠져사는 청년 세대들이 많다. 어른 세대들은 요즘 청년들이 꿈도 없고 근면성도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것만이 전부일까? 영토를 넓히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에 징집된 병사들은 어떤 마음으로 집을 나섰을까?

나의 사람됨은 무엇으로 비롯되는가? 다수에 속하게 되었으니 막 살아도 되는가? 웹툰이지만 정말 쉽지 않았던 책. 브랜든을 읽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복잡하다. 서평 또한 두서가 없다.

*** ***

자신을 사람이라 당연시하는 생물체에게 있어 받아들이기 버거운 혼란이 있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조율하지 못하여 분노로밖에 표출할 수 없다 보니 실현 가능성 없는 협박을 내뱉었을 것이다. (1권 215p)

당신은… 무엇입니까? (2권 3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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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좌파생활 - 우리, 좌파 합시다!
우석훈 지음 / 오픈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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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새는 좌와 우편에 각각 날개가 있다. 비행기도 마찬가지이다. 우와 좌에 날개가 있어서 양력을 일으켜 활공을 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 얼굴에서 좌우 또는 우좌 편에 눈과 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왼손과 오른손, 오른발과 왼발도 마찬가지이다. 유사 이래 정치와 군사 등 많은 영역에서도 좌와 우가 병존했다. 좌군과 우군, 중군.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던가. 우리 현대사에도 우익과 좌익이 충돌한 역사가 있다. 정치는 토론이니 조용하면 안된다고 한다. 본래 시끄럽게(!) 자신의 주장을 하는 장이 열려야 온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갈 수 있다.

서론이 길었다. 전작 ‘88만원 세대’로 이름을 알린 경제학자 우석훈의 신작 ‘슬기로운 좌파 생활’을 읽으면서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3월 대선을 앞두고 사람들은 묻는다. 너는 어느 편이냐? 그런데 저자는 다른 질문을 소개한다. “엄마 페미야?”, 또는 “당신 좌파야?”. 물론 저자는 이런 질문을 환영한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표현하는 현실-자본과 학벌 등-의 문제를 앞에 두고 평가와 진단이 갈린다.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보수와 현실의 문제를 고치려는 진보(?)적 입장이 그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보수와 진보가 아닌 우파와 좌파라는 원초적인 개념을 강조한다. 기실 우리 사회를 진단해 보면 보수와 진보가 아닌 수구와 무늬만 진보라는 평가가 낯설지 않다. 저자는 자신을 ‘진보’가 아닌 ‘좌파’로 불러 달라 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좌파(익)은 불경스런 단어로 인식된다. 그렇게 만들었다.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세력들이. 역사와 자연은 보여준다. 한쪽 날개를 잃은 새는 하늘을 날지 못하고 떨어진다는 사실을.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그 반대의 사람도 존재한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사회가 내재하고 있는 갈등과 곪은 상처는 더 깊어간다. 좋은 것은 지켜내려는 보수와 사회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진보가 서로 긴장감 있게 공존해야 한다. 유의할 것은 이들이 지키려는 것이 부정적 의미의 기득권일 때는 수구가 된다. 이는 자칭 보수나 진보에 속한 사람들이 모두 해당된다. 저자는 이런 면에서 자신은 진보가 아닌 좌파라고 말한다. 좌파는 양념(?)에 절여진 진보와는 결이 다르다. 왕당파나 자본가들이 중심이 된 우파의 반대편에 앉은 사람들을 좌파라 부른 것처럼 우파가 대세가 된 한국 사회에도 균형을 잡아 줄 좌파의 역할-비록 자신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필요함을 저자는 명랑(?)하게 역설한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다른 생각과 목소리를 존중하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이 맹랑한 책을 읽으며 나는 누구에게 어떤 사람인지 생각을 하게 된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말라는 경구를 생각하며.


*** ***
자본주의가 일정 정도 성숙한 이후에 저소득 노동자와 청년을 중심으로 인종주의가 강화되면서 극우파가 핵심 세력으로 대두하는 것은 더 이상 궁금한 일이 아니다. 보통은 같은 노동 시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경쟁해야 하는 저소득층 청년들이 극우파의 새로운 세력이 되는데,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 대신 여성이 그 대상에 놓이게 되었다고 해석하면 어려운 해석도 아니다. 외국인을 여성으로 바꾸면 전체적인 담론 구조가 같다.(134p)

그냥 좋아서 그 일을 하는 프레카리아트의 삶, 그것만큼 비경제적이고 비자본주의적인 삶은 없다. 자본주의에서 예술만큼 자본주의적이면서도 동시에 비자본주의적인 것은 없다. 그 불안한 삶은 시장 관계 속에서 갈등하고 충돌한다. 아름다움은 돈의 가치로 표현되지만, 돈만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또다른 초월적 속성을 갖는다. (239p)

다만 나는 좌파로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삶을 조금은 당당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내 인생에 뭐가 남았나? 약간은 더 가난해진 삶, 훨씬 덜 유명한 삶, 대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살아갈 자유를 얻었다. (283p)

분명히 한국에서 좌파는 서로 주류라고 주장하며 다투는 진보와 보수의 세계에 끼지 못하는 소수 중 소수다. 그러나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앞으로 가자”는 진보와도 다르고, 무엇을 지킬지도 모르면서 결국 소수의 경제 엘리트 이익을 지키는 데에만 혈안이 된 보수와는 전혀 다른 사회에 대한 해석과 경제에 대한 분석에 만들어낸다. (336-3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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