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좌파생활 - 우리, 좌파 합시다!
우석훈 지음 / 오픈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늘을 나는 새는 좌와 우편에 각각 날개가 있다. 비행기도 마찬가지이다. 우와 좌에 날개가 있어서 양력을 일으켜 활공을 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 얼굴에서 좌우 또는 우좌 편에 눈과 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왼손과 오른손, 오른발과 왼발도 마찬가지이다. 유사 이래 정치와 군사 등 많은 영역에서도 좌와 우가 병존했다. 좌군과 우군, 중군.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던가. 우리 현대사에도 우익과 좌익이 충돌한 역사가 있다. 정치는 토론이니 조용하면 안된다고 한다. 본래 시끄럽게(!) 자신의 주장을 하는 장이 열려야 온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갈 수 있다.

서론이 길었다. 전작 ‘88만원 세대’로 이름을 알린 경제학자 우석훈의 신작 ‘슬기로운 좌파 생활’을 읽으면서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3월 대선을 앞두고 사람들은 묻는다. 너는 어느 편이냐? 그런데 저자는 다른 질문을 소개한다. “엄마 페미야?”, 또는 “당신 좌파야?”. 물론 저자는 이런 질문을 환영한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표현하는 현실-자본과 학벌 등-의 문제를 앞에 두고 평가와 진단이 갈린다.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보수와 현실의 문제를 고치려는 진보(?)적 입장이 그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보수와 진보가 아닌 우파와 좌파라는 원초적인 개념을 강조한다. 기실 우리 사회를 진단해 보면 보수와 진보가 아닌 수구와 무늬만 진보라는 평가가 낯설지 않다. 저자는 자신을 ‘진보’가 아닌 ‘좌파’로 불러 달라 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좌파(익)은 불경스런 단어로 인식된다. 그렇게 만들었다.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세력들이. 역사와 자연은 보여준다. 한쪽 날개를 잃은 새는 하늘을 날지 못하고 떨어진다는 사실을.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그 반대의 사람도 존재한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사회가 내재하고 있는 갈등과 곪은 상처는 더 깊어간다. 좋은 것은 지켜내려는 보수와 사회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진보가 서로 긴장감 있게 공존해야 한다. 유의할 것은 이들이 지키려는 것이 부정적 의미의 기득권일 때는 수구가 된다. 이는 자칭 보수나 진보에 속한 사람들이 모두 해당된다. 저자는 이런 면에서 자신은 진보가 아닌 좌파라고 말한다. 좌파는 양념(?)에 절여진 진보와는 결이 다르다. 왕당파나 자본가들이 중심이 된 우파의 반대편에 앉은 사람들을 좌파라 부른 것처럼 우파가 대세가 된 한국 사회에도 균형을 잡아 줄 좌파의 역할-비록 자신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필요함을 저자는 명랑(?)하게 역설한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다른 생각과 목소리를 존중하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이 맹랑한 책을 읽으며 나는 누구에게 어떤 사람인지 생각을 하게 된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말라는 경구를 생각하며.


*** ***
자본주의가 일정 정도 성숙한 이후에 저소득 노동자와 청년을 중심으로 인종주의가 강화되면서 극우파가 핵심 세력으로 대두하는 것은 더 이상 궁금한 일이 아니다. 보통은 같은 노동 시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경쟁해야 하는 저소득층 청년들이 극우파의 새로운 세력이 되는데,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 대신 여성이 그 대상에 놓이게 되었다고 해석하면 어려운 해석도 아니다. 외국인을 여성으로 바꾸면 전체적인 담론 구조가 같다.(134p)

그냥 좋아서 그 일을 하는 프레카리아트의 삶, 그것만큼 비경제적이고 비자본주의적인 삶은 없다. 자본주의에서 예술만큼 자본주의적이면서도 동시에 비자본주의적인 것은 없다. 그 불안한 삶은 시장 관계 속에서 갈등하고 충돌한다. 아름다움은 돈의 가치로 표현되지만, 돈만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또다른 초월적 속성을 갖는다. (239p)

다만 나는 좌파로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삶을 조금은 당당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내 인생에 뭐가 남았나? 약간은 더 가난해진 삶, 훨씬 덜 유명한 삶, 대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살아갈 자유를 얻었다. (283p)

분명히 한국에서 좌파는 서로 주류라고 주장하며 다투는 진보와 보수의 세계에 끼지 못하는 소수 중 소수다. 그러나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앞으로 가자”는 진보와도 다르고, 무엇을 지킬지도 모르면서 결국 소수의 경제 엘리트 이익을 지키는 데에만 혈안이 된 보수와는 전혀 다른 사회에 대한 해석과 경제에 대한 분석에 만들어낸다. (336-33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