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브랜든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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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났다. 다름과 틀림이 뒤섞여 서로를 향해 불신과 혐오를 내뱉는 행태는 여전해 보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이해득실에 따라 선택을 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사람들은 자신을 사람이라 생각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동의와 동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피부색과 언어, 종교, 지연과 학연을 도구로 삼아 서로를 인정하고 끌어주고 밀어주기를 기대한다. 반면에 자신과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사람임에도-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배척과 혐오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이것은 그간 누적된 경험-개인이든 단체든, 국가든-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일제 강점기와 6.25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생명과 재산의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가슴 속 깊이 감정이 남아있을 터다. 이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세대간, 계층간의 대화에는 진전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상대 진영을 향해 아쉬움과 비판의 마음을 토로하는 이도 있다.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미운(?) 그대로 수용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처지와 상황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으니까.

이번에 읽은 ‘브랜든’은 웹툰 단행본이다. 작가 d몬의 터치는 간결하다. 때문에 그림만 보고 넘기면 금방인데, 문제는 몇 글자 안되는 ‘대사’가 자꾸만 걸려서 책장을 넘겼다가 다시 돌아오게 한다. 전작 ‘데이빗’이 상대적으로 쉽게 읽혔던 것과 비교된다. 돼지로 태어난 데이빗은 사람의 지능과 언어, 사회성을 습득했다. 과연 데이빗을 사람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하는 논쟁이 흥미로웠다. 작가 d몬의 사람 시리즈 제2부 ‘에리타’는 망해버린 지구에 혼자 살아남은 에리타와 가온을 보여준다. 인간의 사고를 하는 뇌만 남아있는 기계(?)에 대해 사람으로 인정해야 할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할렘가의 루저, 흑인 청년 브랜든이 우연히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다. 거기서 올미어라는 의문의 존재를 만난다. 올미어는 자신이 사람이라 말하며, 오히려 브랜든에게 네가 사람임을 증명하라 한다. 그러면서 원시 인간처럼 보이는 라키모아 종족의 마을로 인도한다. 라키모아들은 그를 신의 대리인으로 숭배한다. 브랜든은 자문한다. 올미어에게는 사람 취급을 못받던 내가 라키모아들에게는 신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고 있는가?

같은 피부색과 종교를 따져서 친소 관계를 정하는 관계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흑인 브랜든은 할렘가에 사는 백수청년이다. 브랜든의 이미지를 우리 동네로 옮겨도 이야기는 연결된다. 취업에 실패하고 온라인 게임에 빠져사는 청년 세대들이 많다. 어른 세대들은 요즘 청년들이 꿈도 없고 근면성도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것만이 전부일까? 영토를 넓히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에 징집된 병사들은 어떤 마음으로 집을 나섰을까?

나의 사람됨은 무엇으로 비롯되는가? 다수에 속하게 되었으니 막 살아도 되는가? 웹툰이지만 정말 쉽지 않았던 책. 브랜든을 읽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복잡하다. 서평 또한 두서가 없다.

*** ***

자신을 사람이라 당연시하는 생물체에게 있어 받아들이기 버거운 혼란이 있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조율하지 못하여 분노로밖에 표출할 수 없다 보니 실현 가능성 없는 협박을 내뱉었을 것이다. (1권 215p)

당신은… 무엇입니까? (2권 3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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