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고 데이 - 하나님의 모습을 찾아서
구유니스 지음 / 비엠케이(BMK)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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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인접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어수선한 때에 읽은 담백하고 거룩한 책 한권을 소개한다. 러시아 정교회를 믿는 두 나라는 정치, 경제, 지정학적 이해관계 때문에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군대에 아들과 남편을 보낸 여인들의 기도에 온 몸이 떨리는 듯하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나님, 주님의 한결 같은 사랑으로 내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은 자신의 유한함을 체감할 수 밖에 없다. 포탄이 언제 어느 방향에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한계에 봉착한 인생은 자비와 긍휼과 은혜를 구할 따름이다.

‘이마고 데이’라는 생소한 제목을 가진 책.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고 영감 있는 기도를 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고자 하는 저자 구유니스의 그림 묵상집이다. 이마고 데이는 하나님의 모습을 30여 편의 그림 안에서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성화하면 글자 그대로 거룩한 그림이다. 하여 중세 미술의 대부분은 거대한 성당 천정이나 벽면을 장식하는 대작으로 제작했다. 그 시절에는 문맹인 사람이 많아 성서의 내용을 그림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성화를 그렸다고 한다.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진 성화의 이미지는 거룩 그 자체다.

그러나 저자 구유니스가 신작 ‘이마고 데이’에서 소개하는 30여 편의 그림들은 기존의 성화에 대한 선입견을 깬다. 그림이나 음악 등 예술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작가의 의도와 그 시대적 배경을 아는 것이 좋다. 이 책에 소개된 한 작가 중 눈에 띄는 마르크 샤갈, 조르주 루오의 작품에 눈이 간다. 특히 조르주 루오의 투박한(?) 터치는 눈길 뿐만 아니라 분주한 마음의 발걸음도 멈추게 한다. 118쪽을 가득 채운 조르주 루오의 ‘피난’이란 작품은 과거가 현재이자 미래인 것을 보여 준다. 실제 전쟁을 겪고 삶의 터전을 떠나 긴박하게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의 고통을 어찌 모두 체감할 수 있을까?

사순절 기간 중 마르크 샤갈의 연작 ‘성서 메시지’ 중 ‘인간의 창조’ (20p)를 보고 읽는 경험도 새롭다. 한 장의 그림에 성서의 주요 내용을 동화책 삽화처럼 담아내는 내공에 감탄을 한다. 여기에 저자의 잔잔한 설명을 곁들이면 보이지 않던 이야기가 마음 속에 들려 온다. 이런 저런 일로 마음이 무겁고 힘들 때 조용한 시간과 장소에 앉아 그림을 보고 저자의 설명에 마음의 귀를 기울여 보라. 이마고 데이. 절대자의 모습을 찾는 여정이 결코 혼자 가는 외로운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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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성화를 대하는 나의 첫 관점과는 다르게 글이 흘러가서 새로운 결론이 생겼고, 연관이 없는 작품들이 같은 주제로 모아졌습니다. 그리고 그 주제들은 평소 관심이 없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5p)

과학에서 하늘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땅이 움직이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물질 세계의 겉보기는 거의 변함이 없었고, 해석이 불가능했던 오류와 오차들이 조정되었습니다. 승천의 묘사도 예수 그리스도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수를 경험하는 사람들 앞에서 생명의 세계가 닫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 수 있습니다. (1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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