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잇다 : 전쟁, 무기, 전략 안내서 - 국제 정세부터 무기 체계, 전술까지 최신 군사 기술 트렌드의 모든 것
최현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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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영상들이 있다. 철모가 아닌 천으로 된 모자를 쓴 북한군을 철모를 쓴 국군이 무찌르는 전우라는 흑백 드라마. 적진에 침투한 소수의 미군 특수부대가 다수의 독일군을 쓸어버리는 게리슨 유격대. 그 뿐인가. 베트남 밀림을 피로 적시는 우람한 근육질의 람보 때문에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한 것으로 알고 살았었다. 적어도 실제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게 전쟁은 영화나 드라마, 아니면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미디어로 보게 되는 것이 전부가 아닐까 싶다. 최근에는 사이버 세계에서 다양한 전쟁 장르가 젊은이들의 시간과 기회를 소모시키고 있는 것도 현실 아닌가.

이렇듯 전쟁은 현실이든 가상이든,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일이든 내 일상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말과 표정으로 하는 것이든 인간사에 필요악이 아닌가 싶다. 역사 시대 이래 전쟁의 기록은 인류 역사의 많은 부분을 채우고 있다. 전쟁은 파괴와 분열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반면에 교류와 개혁, 기술의 진보를 불러 오기도 했다. 사실 현대 인류가 향유하는 기술과 산업 문물의 상당수는 군사 기술이 민간으로 이양된 것이라고 한다.

보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망은 개인을 넘어 국가 단위에서도 종종 전쟁이란 극단의 결정으로 치닫기도 한다. 개인간의 맨손 주먹 싸움과 달리 국가 단위의 현대 전쟁은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과정과 결과를 가져온다. 90년대에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과 이크크와의 걸프전을 24시간 생중계했던 충격적 경험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무인기와 드론이 전쟁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모습 또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북한이란 현실적인 위협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주변 열강과도 긴장과 협력의 줄타기를 지혜롭게 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쟁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나, 이를 대비하지 않는 것은 게으름의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불러올 미래 전쟁. 이런 것이 궁금한 일반인을 위한 어렵지 않은 군사 기술 입문서가 나왔다. 군사 마니아이자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인 저자 최현호는 현재와 미래의 전장을 누빌 차세대 무기 뿐만 아니라 두뇌 싸움인 전략을 간명하게 소개한다. 회색 지대 전략, 하이브리드 전쟁, 다영역 작전, 모자이크전, 인지전, 메가시티 작전. 이런 용어들을 들어보거나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는가? 생소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작금의 세계 정세가 궁금하다면 1부 제1장 신냉전의 시대를 주목해 보자. 또한 2장과 3장을 보면 변화된 전쟁의 양태를 엿볼 수 있다. 마지막 6부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5가지 교훈도 충분히 반면교사로 삼을만하다. 평화는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개인이든 국가든 깨어서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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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섬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산호초나 환초 등을 인공 섬으로 탈바꿈시켜 영유권을 강화하고 있고, 대만 독립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위협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마찰을 빚고 있는 주변국 영해 인근으로 종종 전투함과 항공기를 보냄으로써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26쪽)

무인 시스템 군집 기술은 자율 주행, 제작, 물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으며, 국방에서의 발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군사에서 군집 오봇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았다. (160쪽)

미국 육군은 인지전을 ‘전쟁 또는 전투에 참여하는 전사와 민간인들의 인지 매커니즘을 조장함으로써 적의 공세적 전쟁 및 전투 의지를 훼손시키고 말할시키는 비살상 전투’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NATO는 인지전을 ‘인지 영역에서 상대보다 유리해지기 위해 표적 청준에 미리 결정된 인식을 확립하기 위한 기동’이라고 정의했다.(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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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만들기 위한 핵심 지식 - 한 권으로 끝내는 AI 솔루션 개발 프로젝트의 모든 것
김동혁 지음, 이호영 감수 / 슬로디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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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벌인 인간과 인공지능 간 바둑 대결은 승패를 떠나서 엄청난 후폭풍을 몰아왔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끌고자 한 개발사의 의도는 물론이고 생각보다 발전된, 그리고 그 발전 속도가 더욱 가파른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가 몰고 올 변화에 기대와 공포감이 교차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한 동안 일반 대중의 기억에서 멀어지는 듯했던 인공지능은 챗GPT의 발표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다. 알파고 때는 그저 대단하구나 하는 정도였다고 하면 이번에는 사람의 영역을 대신하는 인공지능의 엄청난 능력에 두려움마저 느끼는 직업군이 생길 정도이다.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마차가 주요 운송 수단이었다고 한다. 포드 자동차 같은 대중적인 차량이 보급되면서 마차의 설 자리는 점차 없어지게 된다. 목숨을 담보로 한 시위를 마부들이 했다고 하는데 시대의 변화를 그들은 결국 막아내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예전에 일일히 활자를 맞추는 조판공들이 열일하던 신문 제작 환경도 컴퓨터 조판의 도입으로 종말을 고했다. 이렇듯 기술의 발달은 직업군의 양태 또한 변하게 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는 이런 변화의 폭과 종류가 그 이전 세대보다 크고 분명하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개인이나 국가 차원에서는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읽은 책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한 핵심 지식’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교양인이라면 한 번은 섭렵할 만한 역저라 생각한다. 개발자 또는 개발팀의 일원으로서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는 전 과정을 핵심만 추려서 작은 책에 담아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인공지능 개발에 입문하려는 학생이나 개발자는 물론 개발 중에서 틈틈히 펼쳐볼 FM(필드 매뉴얼)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어 보인다. 초행길이 어려운 것은 어느 지점에서 방향 전환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비게이션 같은 길라잡이가 있으면 안심하고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

저자는 개발 전 단계별로 챙겨야 할 유의점을 소개하고, 일의 순서도(흐름도)를 배치해서 일목요연하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또한 PM(프로젝트 매니저)의 시각으로 팀원들과 클라이언트의 입장을 적정하게 챙기는 세심함 또한 놓치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서 인공지능 개발의 기초를 배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코딩을 연습하는 한편으로 일의 큰 줄기를 잡아주는 저자의 길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원치 않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며 아쉬운 점 하나. 저자가 인공지능 개발 전 과정을 관리하는 스킬을 소개하다 보니 인공 지능의 법적, 윤리적 현안 문제에 대한 고찰은 생략된 점. 이 부분은 다른 책을 찾아 읽으며 채워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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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통합 관리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변경을 잘 통제하는것이다. 프로젝트 이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작업 범위의 확대, 원가 또는 일정의 조정,계약 내용 변경 등에 대한 통제 업무를 잘 수행하도록 한다.(80쪽)

우선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서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체계를갖추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참여자 모두 하나의 비전, 즉 목표를 세우고 목표달성을 위해 역할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의사결정권자는 전문적인식견과 의사결정 지원 역량을 갖추고 공동의 이익을 극대할 수 있는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프로젝트팀은 그 결정을 이행함으로써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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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OUT 유럽예술문화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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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TAKE OUT 커피숍이 생겼다. 입주한 지 8년이 된 산 아래 동네인데 커피숍은 처음 들어섰다. 유래 없는 폭염에 외출을 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 더위가 지나고 나면 저녁 먹고 나서 슬리퍼 끌며 한 번 나들이해볼 참이다. 테이크 아웃 전문이지만 작은 테이블 몇 개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 때 들고갈 만한 책이 뭐가 있으려나 하다 고르게 된 두툼한 책. 광고 전문가 하광용의 신작 ‘TAKE OUT 유럽예술문화’는 책이란 그릇에 담아낸 27가지 읽을거리를 들고 가서 먹기(?) 편하게 포장해 뒀다.

책 표지를 열고 몇 장 넘기면 검은 색 바탕의 메뉴판이 6개 보인다. 독자는 그 날 당기는 메뉴를 골라서 테이크 아웃해서 읽으면 된다. 비 내리는 주말 오후엔 6장 사계절 음악회를 고르는 게 제격이다. 저자의 아이디어인지 편집자의 수고인지는 모르겠으나 곳곡에 큐알 코드가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폰을 들이대면 바로 책에 소개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때문에 카페 등에서 이 책을 읽을 요량이라면 이어폰을 챙기는 것이 좋겠다. 귀로 음악을 듣고 눈으로는 유럽의 풍광과 역사,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으로 유럽의 거리를 거닐 수 있다.

무더위에 지친 열대야에는 수박 화채를 먹으며 제3장 유럽 여자 유럽 남자를 만나보는 것이 어떤가. 평생 광고인의 길을 걸은 저자의 길라잡이를 따라 가다 보면 니체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19세기를 살아낸 유럽이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읽어낼 수 있다. 그것 뿐인가? 왠지 센치해지는 깊은 밤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백년해로 메뉴를 권한다. 보너스로 올리비아 핫세가 주연으로 연기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씬을 큐알코드로 맛볼 수 있다.

지치고 우울한 날엔 제5장 반전의 스토리를 골라 보는 것을 권한다. 노년에 접어든 왕년의 가수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역시 큐알코드로 들어가며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묵상해 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의 안내는 음악과 미술에 그치지 않는다. 낭만주의를 음악과 미술, 그리고 문학에서도 찾아내 낭만적인 것과 낭만주의를 설명한다.

하광용의 안내를 따라 이곳 저곳 다니며 예술과 음악과 문학, 역사를 맛보다 보니 느낀 점 하나. 그간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배운 지식의 한계를 벗어나 보다 다양한 인물과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 마치 짜장과 짬뽕만 주문하다가 다른 요리를 맛본 느낌이랄까. 아껴가며 꺼내 먹고 싶은 책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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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성들이 차별받았던 19세기였음에도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여성들은 그 자체로 매우 위대하다 할 것입니다. 사고와 연구를 통해 결과물을 산출하는 학문적이고 지적인 영역은 여성들에게 막혀있던 때였으니까요.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과 본명으로 활동하기 힘든 시대였습니다. 그래도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낸 그녀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그녀들의 온전한 이름으로 표현된 예술과 문학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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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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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엔 집중 호우로 수십 명이 유명을 달리했는데 이번 주엔 폭염이 찾아 왔다. 열대 기후처럼 한 낮에 갑작스런 소나기가 내리기도 한다. 인구 증가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는 지구 환경을 파괴했다. 이제는 탄소 중립을 하지 않으면 뜨거워지는 지구를 멈출 수 없다는 위기감을 자각한 지구인이 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물쓰듯 에너지를 사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음 세대를 위해 이번 세대들은 자연을 파헤지는 일을 더 늦기 전해 멈춰야 한다. 이런 경고는 과연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종말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금처럼 통신이나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는 국지적인 전쟁이나 홍수 등의 재난 재해에도 도시 전체가 사라지는 일들이 드물지 않았다. 비근한 예로 지중해의 해양 세력과 오리엔트 대륙 세력과 이집트로 대변되는 아프리카 세력이 충돌하는 지점에 위치한 이스라엘이 있다. 예루살렘 등 오래된 고대 도시를 발굴하다 보면 시대별로 지층이 다르다고 한다. 침공한 세력이 도시를 초토화시키고 건물을 재건하고 살다가 또 그들도 멸마의 순간을 맞이하는…그런 순환이 수천년의 세월 가운데 층층이 쌓여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 꿀벌의 예언은 현재를 사는 주인공들이 과거 여행을 통해서 미래까지도 들여다보는 포맷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소설이야 상상의 산물이지만 그의 필력이 허황되어 보이지 않는 것은 검증된 과거 역사 자료를 지혜롭게 배치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꿀벌의 예언에서는 그의 백과사전 시리즈 중에 ‘므네모스’편을 활용한다. 구약 성경과 요세프스 등의 기록을 원용한 므네모스 시리즈는 소설 전개의 이론적 배후를 두텁게 해 준다. 뭐 이런 식이다. 므네모스가 말하는 인간 존재의 3가지 이유는? 배우기 위해, 경험하기 위해,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소설 꿀벌의 예언은 인간이 한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지금 바로 무엇을 해야할지 단서를 주는 듯하다. 이대로 가면 멸망할 수 밖에 없음을 수없이 알려 주었음에도 노아 시대 사람들은 홍수 심판 경고를 무시했다. 그 결과 그들과 가축들은 익사를 면할 수 없었다. 지구 온난화는 곤충의 세계에도 변화를 불러 왔다. 그중에 꿀벌들은 점차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죽어가고 있다. 꿀벌이 줄어들면 식물과 꽃들은 수정을 할 수 없게 되어 생태계의 질서가 무너지게 된다. 이미 농업 현장에서 이 경고는 현실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직도 위험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인류에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경고한다. 꿀벌이 멸종할 때 인간도 마지막을 맞이할 것임을.

*** ***
지난번에 내가 얘기해 주지 않았나. 시간은 마치 나무와 같아서 자네가 하기에 따라 고정된 현재에서 뻗어 나가는 가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난번에 자네의 정신이 찾아왔을 때 날 본 곳은 정원의 나무 밑이었지. 인공적인 배경이었단 말이야. (제1권 67쪽)

그런데 말이죠. 두 분은 그 퇴행 수면이라는 걸 통해 이 이동이 가능해요. 두 분의 상상력이 작동해서겠지만 어쨌든 두 분한테는 시공간의 이동이 일어난다는 거예요. 두 분의 정신은 여기, 이 다른 시공간에서 보고, 듣고, 느낀다는 거죠. 너무도 <현실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두 분은 정말로 그 과거에 다녀왔다는 확신을 가지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거예요. 그렇죠? (제1권 244쪽)

인간은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자책하고, 후회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써. 하지만 저 갈매기는 물고기를 못 잡아도 개의치 않아. 금방 잊어 버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동물은 인간처럼 실수와 실패에 발목 잡히지 않아. (제2권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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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없는 사진가
이용순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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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손에 잡고 읽게 된 책. 이용순이란 사진가를 잘 모른다. 그럼에도 질 좋은 종이에 흑백 사진과 함께 갇힌 담장 안에서 꾹꾹 눌러쓴 노트 글을 책으로 엮여낸 글을 읽어가다 보니 시나브로 그의 삶과 단상에 어느 순간 공감을 하게 되었다. 본래 저자는 사진을 전공하고 작품 활동을 하던 사진가였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런 그가 모종에 일에 엮이게 되어 많이(!) 억울할 수 있는 옥살이를 하게 된다. 일순간에 자유를 제한 받게 된 그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카메라를 소지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은 마치 요리사에게서 칼을 빼앗는 것과 뭐가 다를까.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 저자는 구치소-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를 수용하는 곳-를 거쳐 교도소를 경험하게 된다. 몇 겹으로 닫힌 그곳은 수용자(밖에서는 죄수라 부르는)의 육체를 속박할 뿐만 아니라 거의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마저 통제받게 한다.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는 나름의 노력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통의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리는 그곳의 풍경으로 미루어 짐작하곤 한다. 그러나 사진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읽기 시작한 이 책에서 갇혀 사는 사람들의 일과와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아가게 되었다.

저자는 13권의 노트에 수형 생활 중 마음의 눈으로 찍은 단상을 문자로-짧은 산문과 시편으로- 찍어 두었다. 카메라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였을 터. 때문에 독자는 갇힌 자들의 생활 모습과 시간을 죽이는 방법을 제3자의 시선으로 읽어낼 수 있다. 과거 남자들이 군대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은 수형 생활에도 적용될 듯. 이등병 때 구백 일 남짓한 군생활을 헤아리다 절망했던 잠 못 이루던 밤의 느낌이 저자의 심정과 조금은 비슷하지 않을까?

순식간에 자유를 속박당하고 죄수복을 입게 된다는 나는 어떻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까? 옷을 골라입을 자유도 없고 음식도 선택할 자유가 없는-물론 영치금으로 사식을 구매할 순 있다- 그런 생활은 보통의 사람을 어떻게 변하게 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에세이다. 아닌 보면 볼수록 묵직하게 눈길을 머물게 하는 사진책이다. 카메라 없이 마음의 사진을 써내려 간 저자의 사진 전시전이 언제 열리는지 궁금하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듯 높은 담장 속에 사는 그들에게도 세상으로 다시 나가는 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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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분명 기억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가슴으로부터 토해지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 인해서 사진은 거짓이 아닌 참으로써 내적 경험을 토대로 한다. 내적 경험은 감정으로써의 경험이며 이는 생각 혹은 사고에 의존한다. 또 이는 외적 경험에 대한 주관적 판단일 수 있다. 사진은 시일 수 있으며 시는 사진일 수 있다.(29~30쪽)

요즘의 나는 종종 시를 쓴다. 나는 결단코 나의 시가 언젠가는, 누구에게는 사진으로 환원되어 보이기를 바란다. 나는 사진가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진가라는 이유로 나는 추상의 단어를 시로 쓰지 못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시로 환원시키는 것에 애를 먹는다.(30쪽)

나는 이제 여름을 지나 가을과 겨울로 가려고 한다. 그리고 좀 더 밝은 세상으로 떠나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세찬 비가 내렸다. 지난 2년 동안의 내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리고 있었다.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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