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OUT 유럽예술문화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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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TAKE OUT 커피숍이 생겼다. 입주한 지 8년이 된 산 아래 동네인데 커피숍은 처음 들어섰다. 유래 없는 폭염에 외출을 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 더위가 지나고 나면 저녁 먹고 나서 슬리퍼 끌며 한 번 나들이해볼 참이다. 테이크 아웃 전문이지만 작은 테이블 몇 개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 때 들고갈 만한 책이 뭐가 있으려나 하다 고르게 된 두툼한 책. 광고 전문가 하광용의 신작 ‘TAKE OUT 유럽예술문화’는 책이란 그릇에 담아낸 27가지 읽을거리를 들고 가서 먹기(?) 편하게 포장해 뒀다.

책 표지를 열고 몇 장 넘기면 검은 색 바탕의 메뉴판이 6개 보인다. 독자는 그 날 당기는 메뉴를 골라서 테이크 아웃해서 읽으면 된다. 비 내리는 주말 오후엔 6장 사계절 음악회를 고르는 게 제격이다. 저자의 아이디어인지 편집자의 수고인지는 모르겠으나 곳곡에 큐알 코드가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폰을 들이대면 바로 책에 소개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때문에 카페 등에서 이 책을 읽을 요량이라면 이어폰을 챙기는 것이 좋겠다. 귀로 음악을 듣고 눈으로는 유럽의 풍광과 역사,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으로 유럽의 거리를 거닐 수 있다.

무더위에 지친 열대야에는 수박 화채를 먹으며 제3장 유럽 여자 유럽 남자를 만나보는 것이 어떤가. 평생 광고인의 길을 걸은 저자의 길라잡이를 따라 가다 보면 니체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19세기를 살아낸 유럽이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읽어낼 수 있다. 그것 뿐인가? 왠지 센치해지는 깊은 밤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백년해로 메뉴를 권한다. 보너스로 올리비아 핫세가 주연으로 연기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씬을 큐알코드로 맛볼 수 있다.

지치고 우울한 날엔 제5장 반전의 스토리를 골라 보는 것을 권한다. 노년에 접어든 왕년의 가수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역시 큐알코드로 들어가며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묵상해 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의 안내는 음악과 미술에 그치지 않는다. 낭만주의를 음악과 미술, 그리고 문학에서도 찾아내 낭만적인 것과 낭만주의를 설명한다.

하광용의 안내를 따라 이곳 저곳 다니며 예술과 음악과 문학, 역사를 맛보다 보니 느낀 점 하나. 그간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배운 지식의 한계를 벗어나 보다 다양한 인물과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 마치 짜장과 짬뽕만 주문하다가 다른 요리를 맛본 느낌이랄까. 아껴가며 꺼내 먹고 싶은 책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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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성들이 차별받았던 19세기였음에도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여성들은 그 자체로 매우 위대하다 할 것입니다. 사고와 연구를 통해 결과물을 산출하는 학문적이고 지적인 영역은 여성들에게 막혀있던 때였으니까요.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과 본명으로 활동하기 힘든 시대였습니다. 그래도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낸 그녀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그녀들의 온전한 이름으로 표현된 예술과 문학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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