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 1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1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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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텔레비젼에서 방송해 주던 흑백 서부 영화나 연합군과 독일군의 전투 장면들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카우보이 복장을 입은 주인공이나 주방위군이 활로 대응하는 인디언들을 총으로 제압하는 장면이 그렇게 멋있을 수 없었다. 또한 소수의 게리슨 유격대가 수 백명의 독일군 병사들을 제압하는 장면에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조금씩 실체와 진실에 근접해 가면서 악당과 정의의 편을 구별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관총 2개를 들고 베트콩과 월맹군을 향해 난사하는 람보가 마치 우리 편인 양 즐거워했던 그 시절이 무섭기까지 하다.

헐리우드의 연출력은 세계 곳곳에 성조기여 영원하라는 이미지에 찬동하도록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을 선동하고 세뇌시켰던 셈이다. 이런 일이 비단 미합중국만의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인 천자의 나라라고 칭한 중국은 오히려 신생국인 미합중국보다 먼저 중화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공정을 시도했다. 특히 이런 시도는 한족들이 오랑캐라 칭한 이민족의 침공과 지배를 받을 때에 그 필요가 증대되었다. 그 대표적인 성과물 중의 하나가 명대에 정리(?)한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이다. 당시 한족들은 몽골이 세운 원나라 세력을 몰아내고 명나라를 세운 터라 한족을 결속시키고 여러 소수민족들을 굴종시킬 정서적 공감대가 필요했다.

필력과 상상력이 출중했던 이야기꾼이었던 나관중은 정통 역사서인 진수의 삼국지를 비롯한 많은 자료와 야사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한족인 유비를 정통으로 하는 촉한정통론을 정립한다. 젊은 시절 철석 같이 사실로 인식했던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 또한 나관중의 소설적 상상력의 산물이란 것을 알 건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거기에 이번에 읽게 된 허우범 교수의 ‘삼국지 기행 1편’을 통해 제갈량의 신기에 가까운 대부분의 업적 또한 역사적 사실이 아닌 나관중의 재주로 창작된 픽션이란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아니 이것조차 픽션이었다고?. 저자는 소설 삼국지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20여년 동안 직접 답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기록을 모았다. 2009년애 초판을 내고 최근에 10여 년만에 다시 재방문을 한 기록들을 기초로 개정판을 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광대한 중국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개발로 인해 그리 알려지지 않은 유적들은 훼철되기도 하고 사람들의 관심 밖이 되어 그 위치를 아는 자가 없기도 했다고 한다. 반면에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유명한 곳에는 온갖 위락시설이 들어서는 등 자본에 잠식되어 가는 세태를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역사의 교훈을 소홀히 하는 개인은 물론 국가 또한 쇠락을 면하지 못한다는 점.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저자의 부지런함과 풍부한 역사 해석은 간만에 풍성한 책읽기의 기쁨을 누리게 해 주었다.

*** ***

송원대부터 내려오는 경극을 보면 관우는 항상 얼굴이 붉은색인 반면, 조조의 얼굴은 사악함의 상징인 흰색이다. 이는 색을 통해서 민족성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한데, 우리가 흰색을 순수와 순결의 상징으로, 붉은색을 악마 또는 사악함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53쪽)

화웅의 목을 벤 사람은 오히려 연의에서 화웅에게 대패한 것으로 기술된 손견의 공적이다. 나관중이 고향 선조인 관우를 드높이기 위해 손견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121쪽)

자의적인 해석과 사소한 것의 과정, 환상과 유언비어를 진실처럼 만드는 거이 중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이고, 그 결정체가 ‘삼국지연의’다. 그리고 ‘삼국지연의’는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소리 없이 스스로를 또 하나의 역사서인 양 강변하며 오늘도 세계인에게 중화주의를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147쪽)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대대적인 중건 작업을 벌여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된 것이라는 표지석이 우뚝하다. 이처럼 만리장성의 동쪽 끝은 산해관이 분명한데도 중국의 동북공정은 압록강변의 단동시 호산산성이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라고 우기고 있으니 중국의 역사 왜곡은 비단 ‘삼국지연의’에서만의 일은 아닌 것이다.(248쪾)

역사는 전설을 몰고 다니고 전설은 때때로 역사를 추월한다. 그리고 신화와 조우한다. 신화는 역사를 부풀리고 인간은 그 역사를 스스로 맹신한다. 그래서 오늘도 ‘위대한’ 역사 만들기에 골몰한다. 역사가 항상 다시 쓰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4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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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 -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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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서 범죄 수사물을 시청하면서 알게 된 프로파일러라는 존재가 신비(?)하게 다가왔다.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증거를 찾아가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범죄 현장과 관련자(피의자 또는 참고인 등)와의 면담과 관찰을 통해 사건을 시간대별로, 장소별로 체계화하고 인과 관계를 재구성해 가는 지난한 작업을 해낸다. 우리나라에 이 프로파일링 기법이 도입된 초기에는 현장 수사관들이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수사에 방해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된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데 일조하기도 하면서 프로파일러은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존재가 된듯하다.

사람의 심리 패턴과 생각과 의도를 분석하는 것은 이제 심리학자, 신경정신과 의사, 프로파일러만의 고유 영역은 아닌듯 하다. 자기 스스로 뿐만 아니라 자기 주변 지인이 왜 저런 행동 패턴과 심리 상태를 보이는지 알아보고자 관련 책과 인터넷을 검색하기도 한다. 이번에 읽은 책 ‘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의 저작이다. 지난 봄에 읽은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는 타인과의 인간 관계가 불편한 이유를 분석한 책이라면 ‘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는 발달 장애의 경계선을 다루고 있다. 타인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유지해야 하는 사회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9개 유형의 주제별로 사례를 곁들여 발달 장애의 증상과 해법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주의할 점은 대중들이 익히 알고 있는 유명인들, 예를 들어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창업자), 일론 머스크 등도 공감 능력이 부족한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자신이 취약점 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장점-창의력과 실행력 등-을 극대화해서 성과를 이끌어 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그들의 주변인 중에는 상처를 입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결핍 때문에 타인에게 상처와 고통, 스트레스를 주는 것에 대해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머뭇거려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시도가 결코 쉽지는 않을 터. 전문가와 가족, 지인의 애정어린 관심과 격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오래 전 봤던 영화가 생각난다. 잭 니컬슨이 강박 장애 증상을 보이는 까칠한 독신 소설가로 분한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이다. 이 책에서 다룬 발달 장애와는 다른 유형이긴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의 첫 걸음을 내딛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 이 질문을 하는데서 변화와 개선은 시작된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라. 그리고 저자가 소개한 유형 중에 나 또는 지인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보고, 저자의 조언을 실천해 보라. 작은 시작이 작은 변화를 불러 온다.


*** ***

그레이존(gray zone) ; 회색 지대 혹은 경계 영역.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 지대 (7쪽)

발달장애나 그 경향을 가진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는 같은 행동 패턴이나 루틴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행동을 누군가 방해하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불안해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이 증상이 있다고 해서 다 발달장애는 아니다. 이런 행동 패턴이 특징인 경우에는 자폐증도 있는데 확실히 이걸로 진단받으려면 커뮤니케이션이나 사회성 장애도 있어야 한다.(41쪽)

이완된 자세에서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의 폐에 들어오는 산소를 있는 그대로 느끼면서 몸에 집중해본다. 이렇게만 해도 잡념이 사라지고 집중력이 좋아진다. 또 우울이나 불안 등의 감정도 한풀 가신다. 이처럼 마인트폴니스를 통하면 최소한 최악의 의사결정은 피할 수 있다. 제일 좋은 결정을 한다가보다는 최악을 피한다는 걸 기준으로 삼는다는 말이다.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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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썰의 전당 : 서양미술 편 - 예술에 관한 세상의 모든 썰
KBS <예썰의 전당> 제작팀 지음, 양정무.이차희 감수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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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인가 텔레비젼을 통해서 마치 스포츠 경기 중계하듯 미군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장면을 거의 실시간으로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막의 폭풍 작전을 펼치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공격한 미군은 대량 살상무기를 찾는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압도적인 공세로 이라크군은 궤멸되었고 사담 후세인도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미국이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는 나오지 않았다. 이 사건을 떠올리는 이유는 이번에 읽은 ‘예썰의 전당’에 소개된 미술 작품과 그에 따른 배경 썰을 되씹으면서다.

한국방송(KBS)에서 교양 프로그램으로 제작, 방송된 내용을 정리해서 낸 책이다. 사실 방송은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다빈치부터 피카소까지 대표작과 화가의 인생, 당시 시대 배경, 역사와 경제, 예술과 문화 각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썰-이런 저런 해석과 감상들-을 읽어가는 동안 화가가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된 동인-동기와 원인-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방송 제작팀은 이렇게 말한다. “어제의 예술이 오늘의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전쟁의 참화의 비인간성을 그림으로 박제한 피카소의 절규를 마음에 새기지 않으면 탐욕과 실리를 앞세운 전쟁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게르니카’와 ‘한국에서의 학살’, ‘전쟁과 평화’ 등 피카소의 그림(본문 제17장) 앞에 서서 국익과 이기심을 앞세우려는 현재의 나와 우리 공동체를 돌아볼 생각을 한다. 반면 특정 시대에는 예술가들이 전쟁을 미화하고 징병을 독려하는데 앞장서는-본의든 타의든- 일도 적지 않았다. 이런 일들을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하는데 현실을 그렇게 녹록치 않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광고와 정크 메일 같은 정보들 속에서 대중들은 마치 자신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원인 것으로 스스로 위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걸음과 생각을 멈추고 진짜 자신의 모습-내가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을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인은 네덜란드의 화가 램브란트의 자화상(본문 제7장)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20대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램브란트는 자신의 모습을 화폭에 박제해 넣었다. 젊은이는 미래의 자기 모습을 상상할 수 있지만, 노인은 젊은 시절의 모습을 회상할 수 있다. 그때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낼까 결심을 새롭게 할 수도 있다. 정지되어 있는 그림을 보면서 생각을 하는 것. 이것은 현대인들에게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란한 매스 미디어 영상물을 보는데 현대인은 하루 중 꽤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정작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을 가다듬는데 쓰는 시간은?

그 해법을 예술에서 찾으려는 시도. 바로 ‘예썰의 전당’이 아닌가 싶다. 바쁘다고 자신을 규정하고 정신 없어 하는 현대인들. 이제 멈춰서야 한다. 그림 앞에 서서 자신(!)을 들여다 봐야 한다. 그 방법을 이 책은 조금은 알게 도와 준다.

*** ***

고흐가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 <까마귀 나는 밀밭>을 보면 죽음의 그림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세 갈래로 나뉜 깃은 다 끊어져 있고, 죽음을 상징하는 까마귀가 어둠이 짙게 깔린 황금빛 밀밭 위를 날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린 뒤 고흐는 밀밭에서 권총으로 자신의 옆구리를 쏜다.

빈센트 반 고흐가 오늘의 당신에게 말을 건넨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250쪽)

색은 특히 감정과도 연결된다. 형태는 이성과 논리에 따라 맞고 틀리고를 얘기할 수 있지만, 색채에는 정답이 없다. 느낌만 있을 뿐이다. 마티스는 색채의 표현을 통해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자 했고 이는 현대 미술에 새로운 변혁을 이끌었다. (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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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여 회계하자 - 왜, 회계를 알면 모든 업무가 쉬워질까
서은희 지음, 최기웅 감수 / 이비락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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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어느 팟캐스트에서 들은 말. 영화와 달리 현실의 사기꾼들은 그렇게 치밀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 그 말은 반대로 사기를 당하는 사람이 사기꾼의 말에 잘 넘어간다는 뜻 아닐까? 꼼꼼하게 확인해 보는 습관을 평소부터 체화시키지 않은 사람인데 돈 냄새를 풍기고 있다면 사기꾼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은 사람도 있다. 허세가 있는 유형인데 얼마가지 않아 모습을 감출 가능성이 높다. 개인도 이러한데 회사나 국가 회계처럼 규모가 큰 경우라도 다를까?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헉헉거리는 밤마다 냉수를 마시며 읽은 작은 책. ‘공무원이여 회계하자’는 독자층이 한정되어 보인다. 그러나 세금을 내는 사람이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어떻게 쓰는지 알고, 예리한 눈으로 감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 일을 국회나 도,시,군의회에서 해 주고 있지만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알려면 회계의 기본 이치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이를 가정 경제에 적용하는 것도 참 유익할 것이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빚을 지게 된다. 너무나 단순하고 당연한 것인데 둔감해질 때가 많다.

영업을 하는 사람이나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이런 보통 사람의 취약점을 노리는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현직 지자체 공무원으로 일하는 저자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돈을 쓸 때는-지출이나 투자 모두 해당- 깐깐하게(!) 규정과 절차에 맞는지 확인하면서 집행을 해야 한다. 회계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아니다. 각종 법령과 지침에서 이렇게 가라고 정해준 길을 우직하게 가면 되는 일이다. 회계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생소한 용어와 사례별로 어떤 길-규정-을 따라 가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그렇다.

그래서 처음 회계 업무를 맡은 사람은 기본기를 잘 배워야 한다. 거기에 청렴을 추가로 장착해야 한다. 돈을 집행하는 데는 유혹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회계의 기본을 배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례를 뒤따라 가며 배우는 것이 가장 먼저이겠고, 어느 정도 감이 잡히면 잘 나온 기본서적을 읽으며 체계를 잡아가는 것이 좋겠다. 저자의 조언도 그러하다. 먼저는 청렴하고 성실한 자세로 자신이 맡은 일을 하되 애매한 상황이 있을 때는 반드시 법령을 다시 확인하거나, 질의 응답을 통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실천 여부가 관건이다. 꼭 현직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회계의 기본 뿐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을 일을 초보부터 배워나가는 비법 아닌 방법을 이 작은 책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
포상금 지출에 관한 설명을 하다 보니 회계는 청렴과 관련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업무상 청렴하기 싫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몰라서 얼떨결에 청렴하지 못한 방법을 선택하게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찝찝하거나 애매한 업무 상황을 접했을 때는 근거를 한 번 더 찾아보면서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지나가는 현명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147쪽)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책에 표시하고 기록한 순간부터 그제서야 제 것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부분에서 다시 헷갈려 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기록해 주세요. 포스트잇으로 책에 지저분하게 표시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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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보자기
도광환 지음 / 자연경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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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들고 한참을 들여다 봤다. 제본이 잘못된 것인가? 본드칠이 덜 된 상태로 배송된 파본인가?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이렇게 제본 마감을 한 이유를 자연스레 알았다. 두 쪽에 가득 담아야 할 그림을 온전히 볼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 제본이란 것을! 거기에 표제 그림의 강렬한 아우라가 온통 보랏빛으로 물을 들인 표지 디자인 때문에 더욱 도드라진다. 처음 보는 작품인데 ‘뭐지? 이 도도함은!.’ 이런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저자 도경환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국내 아무개 통신사의 사진기자로 수십년 넘게 일하면서 숱한 현장의 보도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런 이력을 가진 저자가 미술 작품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성당 벽화, ‘최후의 만찬’을 본 이후였다고 한다. 영혼의 떨림을 경험한 저자는 이후 미술은 물론 미학, 문학, 역사,철학, 음악의 세계에 입문-독서와 체험의 폭을 넓혀-하였고 그 노력의 산물이 올 봄에 세상에 첫 선을 보인 보랏빛 책 ‘미술-보자기’이다. 단순히 유명한 명화 도판을 싣고 작품 설명과 저자의 감상평을 나열하는 여느 책들과 다른 선명함이 있다. 부제를 보면 더 명확하게 저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보는 일, 자신을 기억하는 힘’. 무슨 말인지 첫을 읽어나가기 전에는 헤아리기 쉽지 않았다.

저자 서문에 실마리가 있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저자가 수십년 간 사진을 찍고 현재를 기록하여 세상과 사람들이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수많은 그림들은 그려졌던 시대를 반영하고 화가와 그가 살았던 장소와 사건을 박제하듯 보존해 왔다. 그 작품을 보고 느끼는 정도는 관람자의 삶과 인간에 대한 통찰의 내공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래도 생소한 화가와 작품을 혼자서 보고 느끼고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실력있는 가이드(길라잡이)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미술-보자기’는 특별하다. 돌아가신 이어령 교수가 보자기 예찬을 한 것과, 책 표지 띠지에 효재 선생이 추천했단 문구가 기억난다. 보자기는 서구의 란도셀류의 가방과 달리 왠만하면 다 보듬는다. 들고 다닐 수도, 허리춤에 메고 다닐 수도 있다. 색색의 물을 들인 보자기에 무엇을 담을지는 주인 맘이다. 하여 저자 도광환은 그의 인생 공부를 미술이란 보자기에 담아냈다. 목차를 들여다 보면 이건 단순한 명화 감상서가 아님을 금새 알 수 있다. 흔한 인문학 입문서의 그것을 뛰어 넘는다. 그만큼 독자는 저자의 광범위한 공부의 열매들을 다섯개의 큰 보자기와 그 속에 있는 수십 장의 작은 보자기를 풀어 맛볼 수 있다. 서가에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몇 안되는 책 목록에 넣을 생각이다.

*** ***

이 책의 주제와 목적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며 서론을 마친다. “나는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거나 평론하는 사람이 아니다. ‘미술을 보는 일로 자신을 기억하는 힘’을 갖추고 싶아. 줄여서 이 책의 제목처럼 ‘미술-보자기’다. 나는 평면에 그려진 그림과 조각의 입체미를 통해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으로 얽힌 세상과 인간을 알고, 그 속에 서린 차별을 지워나가면서 종국엔 ‘나’를 더 알고 싶다. 나는 내가 소중하게 간수하는 ‘예술의 힘’을 믿는다. 그건 ‘자유와 해방으로 향하는 출구를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9쪽)

현재의 나를 살피는 일은 기본이다. 그로부터 미래에 어떤 장면이 벌어질지 상상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과거에 어떠했는지, 그 성공과 실패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탐구하는 일도 필수다.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여는 작업이다.
미술평론가 이진숙은 “예술은 언어를 넘어선 인간의 실체와 ‘세계의 살’에 대한 탐구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한 ‘살’을 역사로 이해한다. 살 아래 피부가 있고, 뼈대가 있으며, 힘줄이 있다. 그리고 피가 흐른다. (199~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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