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 -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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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서 범죄 수사물을 시청하면서 알게 된 프로파일러라는 존재가 신비(?)하게 다가왔다.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증거를 찾아가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범죄 현장과 관련자(피의자 또는 참고인 등)와의 면담과 관찰을 통해 사건을 시간대별로, 장소별로 체계화하고 인과 관계를 재구성해 가는 지난한 작업을 해낸다. 우리나라에 이 프로파일링 기법이 도입된 초기에는 현장 수사관들이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수사에 방해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된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데 일조하기도 하면서 프로파일러은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존재가 된듯하다.

사람의 심리 패턴과 생각과 의도를 분석하는 것은 이제 심리학자, 신경정신과 의사, 프로파일러만의 고유 영역은 아닌듯 하다. 자기 스스로 뿐만 아니라 자기 주변 지인이 왜 저런 행동 패턴과 심리 상태를 보이는지 알아보고자 관련 책과 인터넷을 검색하기도 한다. 이번에 읽은 책 ‘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의 저작이다. 지난 봄에 읽은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는 타인과의 인간 관계가 불편한 이유를 분석한 책이라면 ‘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는 발달 장애의 경계선을 다루고 있다. 타인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유지해야 하는 사회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9개 유형의 주제별로 사례를 곁들여 발달 장애의 증상과 해법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주의할 점은 대중들이 익히 알고 있는 유명인들, 예를 들어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창업자), 일론 머스크 등도 공감 능력이 부족한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자신이 취약점 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장점-창의력과 실행력 등-을 극대화해서 성과를 이끌어 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그들의 주변인 중에는 상처를 입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결핍 때문에 타인에게 상처와 고통, 스트레스를 주는 것에 대해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머뭇거려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시도가 결코 쉽지는 않을 터. 전문가와 가족, 지인의 애정어린 관심과 격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오래 전 봤던 영화가 생각난다. 잭 니컬슨이 강박 장애 증상을 보이는 까칠한 독신 소설가로 분한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이다. 이 책에서 다룬 발달 장애와는 다른 유형이긴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의 첫 걸음을 내딛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 이 질문을 하는데서 변화와 개선은 시작된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라. 그리고 저자가 소개한 유형 중에 나 또는 지인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보고, 저자의 조언을 실천해 보라. 작은 시작이 작은 변화를 불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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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존(gray zone) ; 회색 지대 혹은 경계 영역.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 지대 (7쪽)

발달장애나 그 경향을 가진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는 같은 행동 패턴이나 루틴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행동을 누군가 방해하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불안해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이 증상이 있다고 해서 다 발달장애는 아니다. 이런 행동 패턴이 특징인 경우에는 자폐증도 있는데 확실히 이걸로 진단받으려면 커뮤니케이션이나 사회성 장애도 있어야 한다.(41쪽)

이완된 자세에서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의 폐에 들어오는 산소를 있는 그대로 느끼면서 몸에 집중해본다. 이렇게만 해도 잡념이 사라지고 집중력이 좋아진다. 또 우울이나 불안 등의 감정도 한풀 가신다. 이처럼 마인트폴니스를 통하면 최소한 최악의 의사결정은 피할 수 있다. 제일 좋은 결정을 한다가보다는 최악을 피한다는 걸 기준으로 삼는다는 말이다.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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