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썰의 전당 : 서양미술 편 - 예술에 관한 세상의 모든 썰
KBS <예썰의 전당> 제작팀 지음, 양정무.이차희 감수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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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인가 텔레비젼을 통해서 마치 스포츠 경기 중계하듯 미군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장면을 거의 실시간으로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막의 폭풍 작전을 펼치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공격한 미군은 대량 살상무기를 찾는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압도적인 공세로 이라크군은 궤멸되었고 사담 후세인도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미국이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는 나오지 않았다. 이 사건을 떠올리는 이유는 이번에 읽은 ‘예썰의 전당’에 소개된 미술 작품과 그에 따른 배경 썰을 되씹으면서다.

한국방송(KBS)에서 교양 프로그램으로 제작, 방송된 내용을 정리해서 낸 책이다. 사실 방송은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다빈치부터 피카소까지 대표작과 화가의 인생, 당시 시대 배경, 역사와 경제, 예술과 문화 각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썰-이런 저런 해석과 감상들-을 읽어가는 동안 화가가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된 동인-동기와 원인-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방송 제작팀은 이렇게 말한다. “어제의 예술이 오늘의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전쟁의 참화의 비인간성을 그림으로 박제한 피카소의 절규를 마음에 새기지 않으면 탐욕과 실리를 앞세운 전쟁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게르니카’와 ‘한국에서의 학살’, ‘전쟁과 평화’ 등 피카소의 그림(본문 제17장) 앞에 서서 국익과 이기심을 앞세우려는 현재의 나와 우리 공동체를 돌아볼 생각을 한다. 반면 특정 시대에는 예술가들이 전쟁을 미화하고 징병을 독려하는데 앞장서는-본의든 타의든- 일도 적지 않았다. 이런 일들을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하는데 현실을 그렇게 녹록치 않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광고와 정크 메일 같은 정보들 속에서 대중들은 마치 자신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원인 것으로 스스로 위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걸음과 생각을 멈추고 진짜 자신의 모습-내가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을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인은 네덜란드의 화가 램브란트의 자화상(본문 제7장)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20대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램브란트는 자신의 모습을 화폭에 박제해 넣었다. 젊은이는 미래의 자기 모습을 상상할 수 있지만, 노인은 젊은 시절의 모습을 회상할 수 있다. 그때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낼까 결심을 새롭게 할 수도 있다. 정지되어 있는 그림을 보면서 생각을 하는 것. 이것은 현대인들에게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란한 매스 미디어 영상물을 보는데 현대인은 하루 중 꽤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정작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을 가다듬는데 쓰는 시간은?

그 해법을 예술에서 찾으려는 시도. 바로 ‘예썰의 전당’이 아닌가 싶다. 바쁘다고 자신을 규정하고 정신 없어 하는 현대인들. 이제 멈춰서야 한다. 그림 앞에 서서 자신(!)을 들여다 봐야 한다. 그 방법을 이 책은 조금은 알게 도와 준다.

*** ***

고흐가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 <까마귀 나는 밀밭>을 보면 죽음의 그림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세 갈래로 나뉜 깃은 다 끊어져 있고, 죽음을 상징하는 까마귀가 어둠이 짙게 깔린 황금빛 밀밭 위를 날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린 뒤 고흐는 밀밭에서 권총으로 자신의 옆구리를 쏜다.

빈센트 반 고흐가 오늘의 당신에게 말을 건넨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250쪽)

색은 특히 감정과도 연결된다. 형태는 이성과 논리에 따라 맞고 틀리고를 얘기할 수 있지만, 색채에는 정답이 없다. 느낌만 있을 뿐이다. 마티스는 색채의 표현을 통해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자 했고 이는 현대 미술에 새로운 변혁을 이끌었다. (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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