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 - 7번의 세계화로 본 인류의 미래 Philos 시리즈 7
제프리 삭스 지음, 이종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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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무덤이라 불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를 했다. 우리나라는 미라클 작전이라는 아프간 민간인 구출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이제 아프가니스탄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탈레반이 다시 집권을 하는 모양새다. 20세기부터 세계 최강대국의 면모를 유지하던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이십 여년 동안 막대한 군비와 병력을 투입하고도 베트남에서 처럼 퇴각을 하게 된 이유는 다양하다. 칭기즈칸의 몽골 제국, 구 소비에트 연방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쓴맛을 봤다고 한다.

현재와 미래의 국제 정세와 국가 간 이해관계를 예상하고 이해하려면 과거의 역사를 먼저 살펴야 한다. 단지 역사적 기술과 해석 뿐만 아니라 지리 정보와 그 시대의 기술 수준, 정치와 종교 등의 사회 제도 전반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한다. 학력고사를 보던 시절에 배운 역사 수업은 연대순으로 사건들을 외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이유로 서로 전쟁을 했는지, 왜 게르만족은 남하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고찰은 부족했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을 쐬며 이번에 읽은 제프리 삭스의 신간 ‘지리 기술 제도’는 그가 2017년 5월, 옥스퍼드 대학에서 한 강연을 정리한 책이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국제 금융과 거시 경제 분야의 석학으로 전작 ‘빈곤의 종말’,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대’ 등울 저술했다. 그는 지구를 점령한 인류가 앞으로도 평화, 번영을 누리며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탐구해 왔다. 그는 이번 신간에서 선사 시대 이래 인류가 이뤄낸 문명사의 여정을 7회에 걸친 세계화로 설명했다. 맨 처음엔 네안테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이긴 호모 사피엔스의 세계화로 시작한다. 이후엔 농업, 말, 정치, 제국주의, 기술과 전쟁의 세계화가 진행된다. 인상 깊은 지점은 저자가 7번째 세계화를 ‘불평등’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인류는 수차례의 세계화와 농업, 기술 혁명과 종교, 제도 등의 혁신을 거쳐서 번영을 구가했으나 명과 암이 교차한다.

금세기에 접어 들어 이상 기후와 바이러스 등의 팬데믹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유는 급격한 산업화와 개발로 인한 자연 환경의 파괴에서 기인한다. 숲과 농지, 갯벌 등 지구의 허파는 점점 줄어들고, 반면에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지구 온난화, 아니 ‘가열화’ 현상은 인간 문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세계 각국은 탄소 중립을 목표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망가진 지구 환경은 복원이 어렵다고 한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마치 우리 몸의 혈관이나 치아 건강을 관리하는 것과 같다. 저자는 21세기 세계화를 위한 조언을 마지막 장인 9장에 배치한다. 눈에 띄는 것은 유엔-국제연합-의 개혁을 언급한 부분이다. 이제 세계는 몇몇 강대국들의 영향력으로 좌지우지되는 시대가 아니다. 저자가 제안한 상임이사국 확대 방안이 현실이 되었으면 한다. 생산량과 인구 점유율 10위권에 중국, 인도, 일본,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국가들이 자리잡고 있다. 기존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으로 구성된 상임이사국 체계는 수명을 다했다고 본다. 인류가 지속가능한 발전은 세계 각국이 공동 운명체임을 공유하는데서 시작된다.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인류의 미래가 궁금한가? 인류가 걸어온 과거의 선택들을 살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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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800년에 이르러 글로벌 사업의 규모는 기원전 1만 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졌다. 기원전 1만 년에는 인구라고 해봐야 겨우 200만 명이 드넓은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따라서 세계화의 역사는 곧 일련의 규모 확대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구석기 시대에 인류는 온 세상을 옮겨다니며 인간 정착지의 규모를 키웠으나, 대부분의 개인들은 30명 내지 50명 단위의 집단에 소속되어 한평생을 살았다." 신석기 시대에 세계 인구는 대략 22배 늘어나서 기원전 1만 년에 약 200만 명에 불과하던 것이 기원전 3000년에는 약 4,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때 사람들은 수백 명씩 모여 마을을 이루어 살았다. (40p)

간단히 말하면 제1차 세계대전은 유럽의 정치 조직, 옛 오스만 제국, 중동과 러시아를 해체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유럽 내의 무역과 전쟁 이전의 유럽의 금본위주의는 회복되지 못했다. 그 결과 유럽은 1920년대 내내 엄청난 금융 불안으로 고통을 받았고 1930년대에 들어와서는 경제대공황이 일어났다.
(2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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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종병기 책 쓰기 - 책 쓰기로 생존하라!
이건우 지음 / 일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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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종병기 책쓰기. 이건우 저. 일리 출판사 간. 2021. 6.10.



 

불광문고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은평구에 있는 보기 드문 중형 서점이라고 했다. 이젠 참고서 판매로 수지를 겨우 맞추는 소형서점과 대형 서점, 그리고 인터넷 서점만 남는다. 혹자는 인터넷과 인공지능, 모든 정보가 클라우드로 모이는 시대가 되기 때문에 책의 역할과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고도 말한다. 일면 일리 있는 분석이다. 분명 출판시장이 불황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반박할 수 없는 책의 역할은 여전하다. 저자의 축적된 역량을 체계적이고 압축적으로 담아서 전달해 주는 책의 장점과 매력 때문이다.

책쓰기 코칭과 강연은 물론 직접 출판사를 운영하는 저자 이건우의 신작 ‘직장인 최종병기 책쓰기’의 목적은 간단하다.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또는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이 살아남기 위한 무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글로 쓰고 책으로 엮어 내자는 제안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다만 최근에 자신의 습작을 포털 게시판에 연재할 수 있는 ‘브런치’ 같은 플랫폼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여러 매체와 방법을 이용해 자신만의 글을 쓰고, 자기 책을 내고 작가의 길을 걷게 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이건우 작가의 신작인 이 책은 글쓰기와 책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초고를 교정하고 편집하는 과정, 출판과 홍보, 판매, 정산의 모든 과정을 알려 준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고 해도 책으로 내주는 출판사와 편집자를 만나지 못하면 빛을 볼 수 없다. 얼마전 본 영화가 생각난다. 2016년 마이클 그랜디지 감독, 콜린 퍼스와 주드 로 주연의 영화 ‘지니어스’. 니콜 키드먼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조연으로 출연했다. 헤밍웨이, 위대한 개츠비를 쓴 스콜 피츠제럴드 등을 어시스트한 출판 편집자 맥스 퍼킨스가 야수 같은 천재 작가 토마스 울프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능한 편집자가 왜 중요한지 절실히 보여주는 잔잔한 폭풍같은 영화였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쓴 작가들과 그들의 히트작을 각 파트별로 소개한다. 물론 미리 저자와 춣판사에 인용 허락을 미리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너튜브 같은 영상매체들이 영역을 넓히고 있는 시점에 글을 쓰고, 책을 내고자 하는 예비 작가들이 갖춰야 할 것들이 많다. 저자는 제1장 왜, 무엇을, 어떻게 쓸까?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치 너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자산만의 독창적이고, 꾸준한 콘텐츠로 구독자를 모으듯. 그 다음엔 좋은 편집자와 출판사를 찾아야 한다. 독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출판인들의 노력이 얼마나 치열한지 책장을 넘기면 영화처럼 펼쳐진다. 3백쪽이 채 되지 않는 책이라 금방 읽어낼 수 있다. 2시간 정도 몰두하면 정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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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제목을 만들려면 평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베스트셀러 제목을 주시해야 한다. 신문, 잡지, 영화, 연극 제목도 챙겨봐야 한다.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축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99p)

글쓰기 할 때는 한 가지 생각을 끝까지 끌고 가야 한다. 여러 생각이 뒤섞인 글은 혼란스럽다. 뜻이 명료하지 않고, 이해하기 힘들다. 여러 생각이 엉키면 자칫 글 속에서 길을 잃는다. 비문(非文)이 된다. 하나의 생각을 담은 짧은 문장은 비문이 없다. 비문은 주어와 술어가 호응하지 않는 글이다. 문장이 길면, 주어와 서술어만 떼어서 읽어보라. 호응하지 않으면 비문이다. (195p)

무언가 떠오를 때는 모든 걸 잊고 일단 써야 한다. 스치는 생각부터 잡아야 한다. 초고는 그렇게 써야 한다. 초고를 빨리 쓰고 여러 번 손질하는 게 현명하다. (203p)

고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편집자에게 교정 교열 작업은 정말 질리고, 눈이 아픈 작업이다. 통상 세 차례 교정한다. 저자에게도 세 번 기회를 준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교정 때는 조금이 라도 글을 더 낫게 만드는 데 치중한다. 세 번째는 실수와 오류 바로잡기에 집중한다. (246p)

전문성을 확보하고 보여주는 최적의 수단은 책 쓰기다. 업무 관련 분야에 관한 책을 쓰면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많은 직장인 작가들은 책을 쓰면 삶이 혁명적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사람은 책을 쓰면서 겸손해진다. 책을 쓰면 자신이 얼마나 모르고 살고 있는지 알게 된다.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성찰의 시간을 맞는다. 제대로 공부도 하지 않고 어설픈 지식으로 으스대며 살아온 과거가 부끄러워진다.(2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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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정약용 - 시간을 거슬러 온 조선의 다빈치,‘실학 21’로 대한민국을 세계 중심에 서게 하다
윤종록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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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정약용. 윤종록 저. 행복한 북클럽 간. 2021. 7. 6.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는 대중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내년 봄 대선을 앞둔 여야 경선 후보들의 각축은 더욱 그러하다. 저마다 내로라하는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필요 이상으로 중계되고 있다. 취재와 분석이 아닌 중계라는 것이 피로감을 더해준다. 연장된 4단계 거리두기와 간만에 시원하게 내리는 소나기 덕분에 방구석에 콕 들어박혀 꼼짝 않고 읽은 책 ‘’대통령 정약용’. 만화 같은 상상력에 영화 같은 장면 변환이 마치 현실처럼 읽혀진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저자 윤종록은 전작 ‘후츠파로 일어서라’(2016. 멀티캠퍼스)에서 강소국의 대표 모델 중의 하나인 이스라엘의 저력이 무엇인지를 탐구했다. 척박한 땅에서 농업 혁명을 일구고, 정보통신 분야의 혁신을 이룬 유대인들에게는 후츠파-담대함이나 저돌적인- 정신이 있었다. 저자는 화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하드 파워의 시대-산업 혁명 이후 대량 생산과 소비의-를 넘어선 소프트 파워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기회가 되는대로 설파했다. 이는 그가 정부 부처의 차관으로 재직할 때 초중고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을 추진한 데서 알 수 있다.

가히 난세라 할 수 있는 18세기 영정조 시대를 살았던 다산 정약용이 환생하여 2022년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 66퍼센트가 넘는 지구인들이 다산의 연설에 눈과 귀를 집중했다. 북한 김정은도 다산을 어르신으로 모시고 증오와 대립이 아닌 공존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선언한다. 다산은 소프트 파워를 근간으로 하는 21세기 미래 사회를 선도하는 국가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2백년 전 조선 사람이었던 다산이 현대의 사회 문제와 현안들을 단기간 안에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 사람은 윤공-아마도 저자 본인이 아닌가 싶다-과 18명의 청년미래포럼 회원들이었다.

정색하고 이 소설을 읽는다고치면 비판할 부분이 적지 않다. 다산이 만장일치로 무투표 대통령이 된다는 설정은 정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 아닌가. 그리고 참모 윤공과 핵심 브레인 조직인 청년미래포럼에서지구촌의 현안 중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 가열화-온난화보다 더 심각한 상태인- 대책은 언급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또한 같은 당에서도 후보 단일화가 어려운데 하물며 정적들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다고… 다른 한편으로는 꼬이고 꼬인 현실 세계의 문제는 ‘전능한 절대자’의 개입으로 단번에 손을 봐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격은 물론 경세치국의 그릇을 연마하지 않은 인사들이 내로라하고 나서는 현실의 혼돈을 잠시 잊게 하는 소설 ‘대통령 정약용’은 그래서 존재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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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미래포럼 18명의 회원들은 강진의 다산초당에서 그간의 연구과제를 서로 발표하며 21세기 대한민국의 지도자 상을 만들기 위해 만덕산으로 모였다. 모두 지난 3개월여의 심도 있는 연구와 현장 답사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아이디어를 정리해온 터라 수많은 자료와 파일이 수합되었다. (75p)

청년미래포럼의 회원들은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방문을 계기로 세 가지 원칙 타결을 우선 고려하기로 했다. 양국 간 적대적 관계의 청산, 1국가 2체제의 인정 그리고 향후 10년 이내에 완전한 민주적 통합 국가 건설이 그것이었다. 이를 위해 양국 정상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정례화하고 경제적 간극 해소를 위한 역할 분담과 문화적 간극 회복을 위한 민간 교류의 자유화를 실현하는 추진 위원회를 상설화하도록 했다.(250p)

과거 대항해 시대에 필요했던 배는 바람, 증기, 전기와 같은 하드 파워로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데이터의 바다를 항해하는 AI라는 배는 상상, 도전, 혁신이라는 소프트 파워로 움직입니다. 원료가 아닌 상상을 혁신으로 만들게 하는 도전의 힘이 소프트 파워입니다. (3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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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읽는 기술 - 문학의 줄기를 잡다
박경서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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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읽는 기술. 박경서 저. 열린책들. 2021. 7.15.





미술관에 가면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어디 그림에만 해당되는 말일까? 클래식 음악이나 대문호들의 작품들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조선시대의 풍습이나 신분제도, 언어적 특성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춘향전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읽기에 도전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기독교의 성서(경)도 그러하다. 고대 근동의 문화와 언어, 인종과 종교, 음식 등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온전히 텍스트를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오늘날의 관점이나 과학 기술, 분석의 도구를 가지고 과거의 텍스트를 해석하고 적용하려는 시도는 위험할 수 있다. 이는 문학 작품을 읽어낼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오늘날 고전이라 불리는 문학 작품들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공감을 주는 힘이 있다. 작가는 자신이 숨을 쉬며 살아가는 시대의 모순과 갈등을 문학이나 미술, 음악이란 그릇에 담아내는 사람이다.

오늘날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고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사정을 알지 못하면 공감의 정도는 약하다. 최근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소식이 강건너 불구경 같이 느껴지는 것과 같이 . 이런 한계를 갖고 있는 내가 무더위와 싸우며 동시에 씨름을 한 책이 있다. 박경서 교수의 신간 ‘명작을 읽는 기술’은 독자가 문학의 ‘줄기’를 잡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복잡한 문학 사조가 어렵다면 건너뛰고 저자가 간결하게 소개한 16편의 명작 브리핑을 먼저 읽어보자. 그런 다음 이성과 감성,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설명한 제1부 ‘문학은 시대를 반영한다’를 읽어 보라.

저자는 마치 미술관의 도슨트 같이 명작을 읽어내는 통찰을 들려준다. 고등학교 때 겨우 읽어낸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토마스 하디의 ‘테스’가 담고 있는 함의를 맛보는 느낌이란. 아. 그래서 수백년의 세월을 이겨내고 여전히 읽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탐욕은 모든 악의 뿌리라고 한다. 그것이 권력이든 재물과 육욕이든 지나치면 사람의 정신과 몸까지 지배를 한다. 작가들은 동시대의 인간 군상의 양태-3차원 또는 4차원의-를 2차원의 공간에 텍스트로 저장해 둔다. 때로는 암호같은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려면 대단한 뒷공부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작품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들이다. 율리시즈, 젊은 예술가의 초상, 더블린사람들. 조이스는 사건의 서사가 아닌 인간 의식의 흐름을 활자로 붙잡아 두기 때문에 읽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멋모르고 율리시즈에 도전했다가 중단한지 249일째다. 그 이유를 박경서 교수의 설명을 듣고서야 알았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자기 자신에 대한 자각과 단 한번 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고 어제보다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내면 되는 일이다. 이런 생각과 다짐을 하기에 짐승이 아닌 사람인 것이다. 한 번 읽고 덮을 책이 아니라서, 책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모셔 두었다.

*****

하지만 발자크는 부모와 지식 간의 관계를 통해 가족의 도덕적 타락상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 고리오의 지나친 부성애와 두 딸의 불효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그들이 이렇게 사는 이유를 당대 사회의 구조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
산업 혁명 이후 근대 시민 사회의 성립으로 부르주아 계급, 소위 중산층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귀족의 전유뮬이었던 교육의 기회가 그들에게도 주어졌다. 부르주아 계급 사람들은 상업이나 제조업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그들의 진정한 열망은 귀족사회에 편입되는 것이었다. (121p)

계몽주의는 오랫동안 신학에 지배되어 온 인간에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깨달음을 전파해 민중의 무지를 타파하고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사상으로 프랑스, 영국, 독일을 중심으로 서유럽에서 17세기에 주창되어 18세기에 확산된 이성 중심의 철학 사상이다. 계몽주의의 키워드는 <이성>과 <합리성>이다. 계몽주의자들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세계와 인간의 삶을 이성과 합리성에 의해 판단하게 되었다. 이들은 형이상학보다는 상식과 과학을, 권위주의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특권보다는 평등한 권리와 교육을 지향했다. (153p)

발자크가 프랑스 상류 사회의 타락한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했듯 이 괴테 역시 베르테르의 입을 빌려 요지경 속과 같은 궁정 귀족사회의 모습을 들추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괴테는 베르테르의 감성과 이성을 적절히 이용해 당대의 삶에 나타난 인간 소외를 비판적으로 드러내면서 사회에 대한 비판 정신을 이끌고 있다.(169p)

하루하루를 쳇바퀴 돌듯 살아가다 어느 순간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자 인간성이 상실된 섬뜩한 벌레로 변해 버려 가정에서 버림받는 모습은 바로 기계의 부속품으로 살아가다가 도태되어 버리는 현대인의 서글픈 자화상이 아니던가. 더는 돈벌이를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 그 존재는 더러운 벌레 취급을 당하며 가차 없이 버려지고 마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195p)

이분법적 사유의 해체를 그렇게도 주장해 왔던 니체와 마찬가지로 카잔차키스 역시 인간의 삶에 있어 영원히 모순되는 반대 개념에서 하나의 조화를 창출하려고 노력했다. 이분법적 사유는 세상은 선과 악, 영혼과 물질, 영과 육이 서로 대립하고 투쟁해 궁극적으로 둘 중 하나가 승리하는데 대체로 전자가 승리한다는 논리이다. 서구 사회를 지배해 온 이러한 이분법적 사유의 해체를 주장한 이가 니체였다. 니체의 사상에 경도된 카잔차키스는 서로 대립되는 둘의 조화에 매달렸다. 이런 정신이 조르바라는 인물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조르바에게 육체와 영혼은 하나로 인식된다. (4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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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매혹한 돌 - 주얼리의 황금시대 아르누보, 벨에포크, 아르데코 그리고 현재 윤성원의 보석 & 주얼리 문화사 2
윤성원 지음 / 모요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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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매혹한 돌. 윤성워 저. 민요사 간. 2021.7.15.




사실 이 책 ‘세계를 매혹한 돌’을 읽기 전까지는 주얼리에 대한 상식이나 관심이 거의 없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주얼리 자체가 아닌 시대별 역사와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과 일상을 읽어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물론 문외한인 내가 봐도 눈길을 사로잡는 주얼리 도판은 정말 매혹 그 자체다. 차가운 사진만 봐도 이러한데 은은한 조명 아래서 빛을 반사해 내는 주얼리는 ‘선택받은 소수에게’ 만족과 우월감을 느끼게 해 주었을 것이다.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소수는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모습을 연출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어떤 것이 가치있으려면 희소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권력과 돈도 독점할 때 그러하고, 주얼리 또한 지표에서 매우 소량만 발견되기 때문에 값이 뛴다. 저자 윤성원 박사의 글을 읽으면서 최고의 주얼리로 여전히 각광 받고 있는 다이아몬드가 고가의 가격대를 유지하는데는 희소성 뿐만 아니라 거대 기업의 철저한 생산량 및 유통량의 통제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광고 카피도 그 기업의 작품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면 작지만 비싼 주얼리를 선물해야 한다는 세뇌(?)를 집중 실시했고, 적중했다. 사람의 독점 소유욕구를 간파한 때문으로 보인다.

다이아몬드의 공급 독점 문제는 기업의 독과점에 그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정밀 무기 개발 과정에서 고강도의 절삭력을 가진 다이아몬드는 절대적으로 필요했다고 한다. 히틀러의 독일과 영국, 미국 등의 다이아몬드 확보를 위한 물밑 경쟁의 역사를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원석을 가공하여 주얼리로 완성하는데는 장인의 손길을 수십만 번 거쳐야 한다고 한다. 이런 기술력을 가진 주얼리 장인들이 전쟁 시기에는 고도의 정밀성을 가진 무기 개발 현장에 투입되었다. 수정체를 연마하여 전파 스펙트럼 분석기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 독일과 미국에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세계를 매혹한 돌’은 전작 ‘세계를 움직인 돌’(2020년)에 이어 주얼리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세계사의 지배 권력의 변천사를 잘 설명해 준다. 왕실과 귀족들이 많은 돈을 들여서 값비싼 주얼리를 소장하려고 한 이유도 간명하게 설명한다. 평상시에는 연회나 중요한 행사 때 착장을 하여 자신과 가문의 위세를 드러내고, 전쟁 등의 유사 시 피난을 할 때 크기가 작아 휴대가 편하고, 환금성 또한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연유로 권력과 부를 쟁취한 자들은 희소성 있는 주얼리를 소장하고자 했다. 이 책을 읽는 묘미는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미술작품 속의 인물이나 사진에 찍힌 유명인사가 착장한 주얼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저자의 설명과 함께 보는 것이다. 마치 미술관 도슨트와 같이 걷는 느낌이다.

저자가 이끄는 주얼리로 읽는 역사와 문화. 사람과 사랑을 얻기 위해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최상의 주얼리 제작을 의뢰하는 유력자들의 심리. 허영과 사치 그 이면에 담겨 있는 치열한 경쟁 구조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이번에 세계를 매혹한 돌을 읽으면서 몇 수 배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얼리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이고, 깊은 땅 속 어느 곳에선 가족의 생계를 위한 목숨을 거는 광부들의 거친 호흡이 공존할 터. 저나는 분명히 말한다. “잠시 가질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다.”

주얼리 소장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세계 역사와 인간에 대한 통찰을 구한다면 장서로 삼을만하다. 전작 ‘세계를 움직이는 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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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생명의 통로인 목 한가운데에 주얼리를 착용하면 특별한 힘이 생긴다고 믿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과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보호와 권력의 상징으로 목 한가운데를 끊임없이 장식했다. 유럽에서는 르네상스 시대 왕족들의 초상화에서 다수의 짧은 목걸이를 만날 수 있다. (52p)

19세기는 산업주의와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부르주아 계급이 사회의 상류층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때다. 동시에 교육을 받고 사회 활동을 개시한 여성들이 그간 억눌려온 권리와 욕망을 주장하며 각성하기 시작했다. “아담을 돕기 위해 이브를 만들었다”는 성경의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는 오랜 시간 여성의 인격적인 존엄성을 억압했다. 하지만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 산업 전반에 뛰어든 여성들이 자신의 노동으로 받은 정당한 대가조차 남편의 재산으로 귀속되는 불공평한 사회 현실과 맞닥뜨리면서 남녀평등과 참정권에 눈을 뜬다. 그들은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남성에게 속박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주체가 되기 위해 적극적인 투쟁에 나섰다. (78P)

이렇듯 합리적인 아방가르드 의상과 어울리며 완벽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빈 공방의 주얼리에는 '자유'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깔려 있었다. 빈의 여성들은 구시대의 장신구와 꽉 끼는 코르셋을 동시에 벗어 던지며 자신들을 옮아매는 사회적인 구속에 저항했다. 헐렁한 드레스 위에 이 '새로운' 주얼리를 착용한 여자들은 당당히 투표권을 주장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아르누보는 나라마다 제각각 다르게 변주된 모습으로 나타나 대담하고 농밀하게 당대의 질서를 흔들며 '나쁜 여자들'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97p)

독일 제국이 탄생한 1871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까지 유럽에서는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과거를 뒤로하고 전쟁과 내전이 없는 평화의 시대가 이어졌다. 동시에 산업혁명과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유럽의 생산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철도, 자동차, 여객선의 등장은 태어난 곳에서 평생 붙박여 살던 일반 대중의 생활 반경을 순식간에 확장했으며, 전기와 전화 같은 신문물은 유례없이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선사했다. 밤거리는 더 이상 어둡지 않았고, 아무리 멀어도 옆에서 대화하듯 지인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류에게 진정 '아름다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111p)

왕실이 귀족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임을 깨달은 국왕 부부는 희생과 의무에 기반을 둔 '정감 있는' 입헌군주제를 표방했다. 군인들을 직접 만나 위로했고 극빈층을 방문하고 해외 순방에 힘쓰며 윈저를 탄탄한 글로벌 브랜드로 올려놓았다. 그 모든 순간 조지 5세의 곁에는 메리 왕비가 있었다. 일찍이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영국 왕실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메리 왕비는 영국의 입헌군주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재정립하고, 대중과 지속적으로 교감하며 남편의 국정 운영에 적극 내조했다. 전쟁으로 수많은 왕실이 문을 닫았지만, 전쟁을 뚫고 탄생한 이 윈저 가문은 박수를 받았다. (180p)

한편 아르데코는 파리와 뉴욕이라는 당대의 가장 화려한 두 도시가 예술적으로 활발히 교류한 시대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곧바로 대호황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해진 사회는 이민자들에게 자유의 횃불을 안겨준 '아메리칸 드림'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이때 인생의 목표를 잃고 방황하던 젊은이들의 발길이 향한 곳은 '자유'라는 젖과 꿀이 흐르는 파리였다. 제1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 프랑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미국인들이 파리에서 생활하기가 한결 수월해진 것도 한몫했다.
그렇게 절망과 허무에 허덕이다가 미국을 떠나 파리에 정착한 지식층과 예술파 청년들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불렀다. (189p)

재즈가 유행한 광란의 1920년대는 빈부 격차, 생산의 자동화로 인한 실업 문제, 과잉 생산 등 그간 축적된 각종 사회적 모순들이 폭발하면서 주식시장의 폭락과 함께 막을 내렸다. 1929년 10월 뉴욕에서 촉발된 대공황은 다시 한 번 긴장과 긴축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고달픈 시간 속에서도 아르데코 주얼러들의 혁신성은 꺾이지 않았다. 디자이너들은 이전 시대보다 더욱 부피가 크고 독특한 주얼리를 만들어냈다. (257p)

연이은 대공습은 두 나라의 주얼리 업계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나치의 공습으로 영국의 주요 주얼리 생산지인 버밍엄의 생산량이 대폭 감소했고, 영국의 보복 공습으로 독일의 주얼리 제작도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런던의 고급 보석상들은 부랴부랴 주얼리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그럼에도 전쟁은 연인들 사이에 애틋한 감정을 더욱 자극해 전쟁 기간에도 약혼반지의 수요는 줄지 않았다. (297p)

사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이탈리아가 1950년대 말에 번영을 누리게 된 것은 마셜플랜(미국이 1947년부터 1951년까지 서유럽 16개 나라에 행한 대외원조 계획)을 밑천 삼아 십여 년간 경제 부흥에 전력투구한 결과였다. 파시즘과 세계대전으로 도덕적, 물질적 황폐화를 경험한 이탈리아인들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산업, 예술,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창조적 DNA와 저력을 입증을 하고자 노력헀다. 특히 로마의 세네시타 스튜디오는 ‘로마의 할리우드’로 불리며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턴, 브리지트 바르도나 제인 맨스필드 같은 세계적인 스타를 끌어모았다. (328-329p)

하지만 냉정한 흐름 속에서도 새로운 세대들은 지나치게 세속적인 것을 배척해야 한다고 믿었기에 어느덧 주얼리는 부의 상징이 아닌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1970년대의 뉴욕은 가능성의 도시이기도 했다. 당면한 삶은 고달팠지만 이런 현실을 수긍하고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사람들에게 뉴욕은 새로운 에너지가 넘치는 신나고 자유로운 도시였다. 젊은이들은 마치 내일이란 없는 듯 오늘을 즐기며 살았다. 뉴욕은 지극히 '현재의 도시'였다.
주얼리를 향한 여성들의 태도도 한층 진화했다. 여성 스스로가 자신을 위해 주얼리를 구매하면서 더욱 섹시할 권리를 획득했다고나 할까? (3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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