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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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행위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시간은 물론이고 집중하고 생각이란 걸 해야 하는 노오력이 필요하다. 그중에 시간은 되돌이킬 수 없는 기회비용이라 할 수 있겠다. 세상 그 어떤 재화로도 감히 환산할 수 없는... 때문에 어떤 책을 고르는가 하는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독자의 시간과 지갑, 그리고 만족도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예전에는 일간지 신간소개란이나 잡지 정도를 참고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터넷 서점의 등장은 책 소개에 변화를 몰고 왔다. 먼저 책을 읽은 독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소감과 책에 대한 평가 등을 게재할 수 있다. 책을 고르는 독자는 서평(리뷰)를 보고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일 만한 책인지 판단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론 책을 읽고 나서, 다른 독자들은 어떤 부분을 인상 깊게 읽었는지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사람마다 받아 들이는 관점과 포인트가 다를 수 있기에 혹시 놓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읽은 김미옥의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는 특별한 책이다. 저자 소개 또한 특별하다. 저자를 활자중독자, 독서선동가로 불리는 서평가이자 문예평론가로 소개한다. 무엇을 어떻게 선동하는가 싶어 얼굴북(페*스북)을 검색하고 냉큼 팔로잉했다. 책을 읽을 뿐 아니라 전국 이곳저곳 다니며 독서를 선동하는, 연예인 못지않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음을 바로 확인했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 저자의 폭넓고 깊은 책읽기의 내공과 아우라가 대단하다.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도 선호하는 분야의 책에 국한되기 마련인데 말이다. 목차와 제목을 보아서는 어느 책을 읽고 쓴 서평인지 바로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소제목 '나는 격동의 시대를 춤추었으니'로 소개한 '최승희, 나의 자서전'이 특히 인상 깊었다. 시대를 앞서 치열하게 살아간 한 사람의 일생을 강렬하게 활자로 박아냈다. 서평가를 흥분하게 한 그이. 최승희의 자서전을 읽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독서 선동가답다.

또한 서평을 읽고 나서 다시 제목을 보고 나면 '아하' 하고 감탄이 나왔다. 소개된 책 중에 몇 권은 나도 읽었는데 저자의 통찰과 각으로 쓴 필력에 이끌렸다.

좋은 책을 고르려면, 좋은 저자를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영화를 볼까 할때 평론과 리뷰를 주의깊게 보듯, 책을 고를 때에도 길잡이가 필요하다. 서평가 김미옥의 글은 그런 점에서 등대 같다는 생각이 든다.

*** ***

인간은 생존만 하면 되는 단순한 정신세계를 갖고 있지 않다. 영혼을 투자한 창작행위가 최소한의 생계도 영위할 수 없다면 잘못된 셈법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 능력주의가 추앙받는 세상에서 인간은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나는 문득 신에게서 추방된 인간, 다시 인간이 인간을 추방하는 세상을 생각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존 러스킨의 셈법이 생각나는 저녁이다. (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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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사 수업 - 유대 문헌으로 보는 신구약 중간사의 세계
박양규 지음 / 샘솟는기쁨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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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나 성당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대부분 아는 이야기 중 하나는 십자가에 못박힌 갈릴리 사람 예수의 양 옆에 같이 매달린 두 사람을 강도로 알고 있다는 것 아닐까 싶다. 그 중 한명은 예수를 저주했고, 한 명은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믿고 고백해서 낙원(천국)으로 갔다는 이야기... 정말 그럴까? 그들은 현대를 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류의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었을까?  솔직히 그런가 보다 했지-설교나 주일학교에서 들은 지식으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과거의 역사를 읽을 때 내 기준으로, 현재의 시각이나 관점으로 접근할 때 오류에 빠질 위험이 커질 것이다. 인류 최대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성경(구약, 신약)도 그러하다. 구전이나  문자로 기록된 말씀을 들은 그 당시의 1차 독자들이 이해한 것과, 수천년이 흐른 뒤에 머나먼 한국 땅에서 한글이나 영어로 번역된 텍스트를 읽는 2차 독자들이 이해하고 느끼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물며 구약 시대의 짧은 통일 왕국 시대(사울 ~ 다윗 ~ 솔로몬)를 마치고 남과 북으로 분열되었다가 여러 제국(앗시리아 - 바빌로니아 - 페르시아 - 그리스 - 로마  순)의 지배를 받은 이스라엘과 주변 열강의 역사를 모르고서 성서를 읽어가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예전에는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사이의 약 4~5백년 간의 중간기의 역사를 암흑기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고학의 발견과 연구의 결과로 이 기간 중에도 인류 구원이라는 프로젝트, 곧 언약의 성취를 위한 하나님의 일하심은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읽은 책. 박양규 목사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중간사 수업'은 제목 그대로 공부하라고 독자를 몰아세우는 느낌이 든다. 알려면 제대로 찾아보고, 생각이라는 것을 해서 지정의의 균형을 잡으라 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아니 경건하고 고상하게 포장(!)한 현대의 산헤드린 공의회 구성원 같은 이들은 오늘날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속지 않으려면, 아니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고 좁은 길일 수 밖에 없는 정도를 걸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책을 읽는 내내-수업을 읽는-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내 안에 심겨진 본성의 빛. 양심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어느 길로 갈 것인지 선택의 순간에 직면했을 때 중간사 수업에서 공부한 사례들로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

예수의 재판은 인간의 탐욕과 위선이 얼마나 적나라하게 드러나는지 볼 수 있는 무대입니다.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유대 민중들에게는 종교적인 명분을, 빌라도에게는 정치적인 명분을 들이대는 산헤드린의 이중성을 보게 됩니다. 유대 사회에서 가장 경건하고, 거룩하다는 사람들일 텐데 말입니다. (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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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부의 지도
오순영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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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식당이나 카페, 햄버거 전문점에 가면 직원이 아닌 키오스크 화면에서 메뉴 주문을 하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 되었다. 게다가 신용카드나 신분증을 갖고 다니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왠만한 일은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그간 조용히 축적해온 새로운 병기를 강렬하게 등장시켰다. 몇해 전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한 알파고를 잊게 할 강력한 녀석. 바로 챗 GPT가 베일을 벗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충격은 어느 정도였을까?

과거 마부들이 수송과 여객 운송을 전담했던 시절, 검은 연기를 내뿜는 자동차와 기차가 등장했을 때보다 더했을 것 같다. 몇해 전 공유 택시가 영업을 하려 했을 때 택시 기사들이 생존권을 주장하며 거리로 나섰던 것처럼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인간은 수용하거나 저항이란 선택의 기로에 서곤 했다. 시나브로 인공지능이 강력한 위력을 보이며 전방위로 인간의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이때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기로에 서 있다.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를 때 필요한 필요템 중의 하나가 바로 지도(Map)다.

이번에 출간된 AI시대의 부의 지도의 저자 오순영은 ICT 산업의 변천을 보여주는 정보통신 분야 엔지니어 중의 한 사람이다. 한글과 컴퓨터를 시작으로 연구 개발은 물론 모바일, 클라우드, 블록체인, 인공지능의 심화로 이어지는 현장 최일선에 서 있는 개발자이자 리더이다. 저자는 기업인으로 활동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과 청년 멘토링도 활발히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저자가 정리하여 낸 신간 'AI시대의 부의 지도' 또한 급속도로 변하는 환경 때문에 불확실성에 직면한 현대인들과 청년들을 위한 길잡이(Map)이라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간명하다. 1부에서는 현재 인류가 AI를 적극 활용하는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려주는데 치중한다. 챗GPT가 대표 주자 중의 하나이다. 글로벌 기업은 물론 각 국가들도 AI 시대의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우리와 가까운 나라 일본만 해도 잃어버린 30년을 만회하기 위해 정보통신과 인공지능 기술개발과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기업들도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교둡보로 일본을 선택한 모양새다.

2부에서는 인공지능이 바꿀 미래 시대의 부의 지도를 그려본다. 데이터와 정보가 경쟁력이 되고 수입으로 연결되는 시대를 인공지능은 급속도로 앞당겼다. 인공지능 기술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또한 인간의 자리를 대체한 인공지능에게 윤리와 가치관을 어떻게 심어줘야 하는 문제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그래서 예측하기 힘든,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시대를 예측하고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도가 필요하다. 기술 동향과 경제적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으려면 시간 내어 읽어볼 만한 책이다.

*** ***

르네상스 시대에 빗대어 말하자면, AI 기술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 시대에서 마치 인문주의가 부상하면서 인간 자체의 가치에 집중한 것같이 인류의 안전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21쪽)

역사적으로 산업의 발전과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직업은 어떤 이유에서든 변화하거나 사라졌다. 단지 그 속도를 늦출 뿐, 궁극적인 방향을 거스르거나 바꿀 수는 없었다. 이번 챗GPT의 등장으로,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과거에 그랬듯 많은 일자리는 사라지거나 변화할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그 규모나 영향 범위가 훨씬 넓어질 수 있다.(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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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터치다운 - 현실로 활용하는 슬기로운 AI 생활
송은주 외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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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청년정신은 파주에 적을 두고 있다. 1997년에 출판등록을 했으니 사람으로 치면 한창 청소년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에 처음 청년정신의 책을 접하고 그 간결함과 쓸모스러움에 그간 낸 책들을 책날개에서 굳이 찾아 읽어 봤다. '소통과 스토리의 쓸모', '당장 매출 확 으로는 상품판매 솔루션-우주도 파는 셀러의 기술', '문제 해결의 지름길을 찾는 5단계-디자인씽킹 스킬', '인문학으로 승부하는-이팀장의 홍보전략과 리더십' 등등. 부제와 제목이 돌려말하지 않는다.

이번에 읽은 책. 'AI 터치다운'도 그러하다. 부제는 '현실로 활용하는 슬기로운 AI생활'. 돌아가지 않는다. 3명의 저자가 순서대로 터치다운을 해준다. 바쁘고 빨리 핵심만 알고 싶어하는 독자를 위해. 개념에서 활용까지 그야말로 골자만 잡아준다. 그럼에도 어렵지 않다. 어려운 개론서가 아니고 입문자를 위한 친절한 길잡이 역할에 충실하다.

첫번째 저자. 지미영 대표는 독서지도사, 가베 지도사, 자기주도 학습 코치로 활동 중이다. 제1장에서 AI가 무엇인지 개념과 개발 역사를 알려준다. 이것을 알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아직도 정해지지 않은 윤리와 가치관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을 조금이라도 빨리 종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앨런 튜링이 주도한 독일군의 애니그마 암호 해독이 크게 이바지했다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희생들이 있었다 하는데...궁금하면 1장을 읽어보라.

AI가 궁금한가? 2장에선 정승훈 대표가 10가지 궁금증에 답을 소개한다. 흥미로웠던 주제. AI와 인간, 누가 더 윤리적인가? 하는 질문이었다. 결국은 AI에게 어떤 가치관을 학습시키는가의 문제인데, 이걸 또 누가 결정하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보인다. 아무도 아직 가보지 않은 길 앞에 인류는 서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멀지 않은 미래, 우리 삶은 이전보다 더 큰 변화를 맞이할듯. 기대도 되고, 두려움도 있다.

마지막 3장 'AI 프로그램 활용' 파트를 맡은 송은주 대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명이 중첩하는 현세대의 탐험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생성형 AI서비스 4종, 이미지 생성 2종, 음악과 동영상, 거기에 PPT 파일을 만들어 주는 AI 서비스를 실제 UI 화면을 순서대로 보여주며 설명한다.

235쪽. 방대한 주제를 다룬 책 치고는 매우 얇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막상 책을 다 읽고 나니 군더더기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AI가 궁금한가? AI가 몰고 올 미래가 불안한가? 이 책을 읽어보라.

*** ***

인간은 새로운 것에 끌리면서도 똑같이 반복되는 것에 싫증을 잘 내기도 해요. AI가 만들어 주는 글이나 그림 등이 처음에는 신기하다고 느끼지만 비슷비슷한 창작물, 그것도 특정인을 모방해서 만들어 낸다면 한계가 있을 거예요. (102쪽)

할루시네이션은 인공지능 모델이 학습 데이터에 없는 정보를 기반으로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 낼 때 발생하는 현상이에요. 이는 AI모델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거나','듣거나','느끼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환각'이라는 뜻의 단어를 사용하는데, 사용자는 위험성을 인지하고 주의해야 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생성된 답에 대해서 교차 검증을 꼭 해야 해요.(140~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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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열두 달 -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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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하면 생각나는 것. 나일강. 피라미드. 스핑크스. 파라오. 람세스. 미이라. 수에즈운하. 클레오파트라... 조금 더 생각해 보면? 태양신 숭배. 나일강 삼각주. 시나이 반도. 파피루스. 양피지. 서기관. 코브라...

현대 이집트는 별 볼일 없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중동에서의 영향력도 별로인 것 같고...그럼에도 연간 천만 명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다. 수도 카이로 교외에 위치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등을 보기 위한 끝없는 행렬 덕분이라 한다. 나일강 상류에 위치한 테베 등 고왕조 시대의 유적도 무상한 세월을 이겨내고 현재와 소통하고 있다.

수천년이 넘는 이집트의 역사는 사실 몇 백년 전까지는 그땅에 사는 사람들조차 알지 못한 상태로 두꺼운 모래 아래 묻혀 있었다고 한다. 사후 세계의 영생을 믿었던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와 귀족들은 자신의 시신을 미이라로 만들고, 거대하고 화려한 무덤에 안치하도록 했다. 도굴을 피한 이들의 유물은 근세에 들어 고고학자들에게 발견되어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다.

제국의 열두 달은 고고학자인 도널드 P. 라이언 교수가 2021년에 펴낸 저작이다. 저자는 고대 이집트를 연구하며 유명한 '왕가의 계곡' 발굴을 지휘하면서 여러 개의 묘지와 미라를 새로 발견하기도 했다. 그의 전작으로는 '이집트에서 24시간 살아보기', '이집트와 고대 이집트의 사막을 따라' 등이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는 소설처럼 읽힌다. 그러나 고대 이집트 역사와 지리 등 기본 지식이 없이 덤비면 금새 벽에 부딪힐 수 있다. 수십 개의 왕조가 영멸을 거듭한 고대 이집트의 역사를 대략이라도 공부를 하고 나서 읽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지도 또한 마찬가지다. 현대 이집트 지도는 물론 고대 이집트의 주요 지명을 병행해서 보는 게 좋다. 과거의 도시는 수천 년 동안 두꺼운 모래 아래 묻혀 있다가 발굴을 통해 빛을 본 곳도 많다고 한다.

아무튼 저자 라이언 교수는 독자들을 18왕조의 어느 때로 안내한다. 비문과 파피루스 기록 발견을 통해 존재가 증명된 아멘호테프2세와 후계자 투트모세 4세가 다스렸던 때에 번영을 누리던 이집트 제국의 곳곳에 카메라를 들이대듯. 농부와 어부, 양치기, 옹기장이, 천을 짜는 여인 등 평민에서부터 말단(?) 서기관과 고위 관료, 최종 보스인 파라오까지 그들의 1년 12달이 마치 현대의 인간극장이나 다큐3일처럼 펼쳐진다.

소설처럼 읽히기에 손에 잡고 금새 1년을 읽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고대 이집트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무엇을 믿고,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오늘날 우리와 바탕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되는 그런 책읽기의 경험이랄까. 어쩌면 더 많이 갖고 있고, 더 바쁘게 살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근심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이 그들에 비해 더 나을 것도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 ***

고대 이집트는 상대적으로 교육을 받은 소수의 사람만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문화였기 때문에 고대의 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해 주는 비문이나 다른 기록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건, 고고학자들로서는 커다란 축복이다.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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