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열두 달 -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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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하면 생각나는 것. 나일강. 피라미드. 스핑크스. 파라오. 람세스. 미이라. 수에즈운하. 클레오파트라... 조금 더 생각해 보면? 태양신 숭배. 나일강 삼각주. 시나이 반도. 파피루스. 양피지. 서기관. 코브라...

현대 이집트는 별 볼일 없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중동에서의 영향력도 별로인 것 같고...그럼에도 연간 천만 명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다. 수도 카이로 교외에 위치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등을 보기 위한 끝없는 행렬 덕분이라 한다. 나일강 상류에 위치한 테베 등 고왕조 시대의 유적도 무상한 세월을 이겨내고 현재와 소통하고 있다.

수천년이 넘는 이집트의 역사는 사실 몇 백년 전까지는 그땅에 사는 사람들조차 알지 못한 상태로 두꺼운 모래 아래 묻혀 있었다고 한다. 사후 세계의 영생을 믿었던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와 귀족들은 자신의 시신을 미이라로 만들고, 거대하고 화려한 무덤에 안치하도록 했다. 도굴을 피한 이들의 유물은 근세에 들어 고고학자들에게 발견되어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다.

제국의 열두 달은 고고학자인 도널드 P. 라이언 교수가 2021년에 펴낸 저작이다. 저자는 고대 이집트를 연구하며 유명한 '왕가의 계곡' 발굴을 지휘하면서 여러 개의 묘지와 미라를 새로 발견하기도 했다. 그의 전작으로는 '이집트에서 24시간 살아보기', '이집트와 고대 이집트의 사막을 따라' 등이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는 소설처럼 읽힌다. 그러나 고대 이집트 역사와 지리 등 기본 지식이 없이 덤비면 금새 벽에 부딪힐 수 있다. 수십 개의 왕조가 영멸을 거듭한 고대 이집트의 역사를 대략이라도 공부를 하고 나서 읽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지도 또한 마찬가지다. 현대 이집트 지도는 물론 고대 이집트의 주요 지명을 병행해서 보는 게 좋다. 과거의 도시는 수천 년 동안 두꺼운 모래 아래 묻혀 있다가 발굴을 통해 빛을 본 곳도 많다고 한다.

아무튼 저자 라이언 교수는 독자들을 18왕조의 어느 때로 안내한다. 비문과 파피루스 기록 발견을 통해 존재가 증명된 아멘호테프2세와 후계자 투트모세 4세가 다스렸던 때에 번영을 누리던 이집트 제국의 곳곳에 카메라를 들이대듯. 농부와 어부, 양치기, 옹기장이, 천을 짜는 여인 등 평민에서부터 말단(?) 서기관과 고위 관료, 최종 보스인 파라오까지 그들의 1년 12달이 마치 현대의 인간극장이나 다큐3일처럼 펼쳐진다.

소설처럼 읽히기에 손에 잡고 금새 1년을 읽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고대 이집트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무엇을 믿고,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오늘날 우리와 바탕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되는 그런 책읽기의 경험이랄까. 어쩌면 더 많이 갖고 있고, 더 바쁘게 살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근심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이 그들에 비해 더 나을 것도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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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는 상대적으로 교육을 받은 소수의 사람만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문화였기 때문에 고대의 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해 주는 비문이나 다른 기록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건, 고고학자들로서는 커다란 축복이다.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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