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진.
그녀는 쾌활과 교활 사이, 재치 있음과 자의식 과잉 그 사이 어딘가 있는 듯 했다.
부모의 불행과 내 것이 아닌 행복을 덤덤하게 이야기 하는 그녀의 태도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불행이든 행복이든 자신의 안에서 찾으려 하는 모습도 좋았다. ‘나’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
“나는 결단코 ‘나’를 장악하며 한 생애를 살아야 할 사람이었다.”

소설판 응답하라. 안진진의 남편찾기. 어남우인가 어남규인가.
두 남자 모두, 제발 그만했으면 싶은 치명적 단점이 느껴져서 내가 너무 냉소적인건가 생각까지 들 정도였는데. 꽤 많은 시간 공들여 두 남자를 저울질 하는 안진진에게 꼭 결혼 같은 거(?)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소설의 개그담당은 안진모이지 않을까싶다. 크고 작은 사고를 치지만 미워할 수 만은 없는, 모래시계과 대부 세계관에서 살아가는 동네 보스.

마지막장까지 읽고 나니 ‘모순’이라는 제목은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과 불행, 풍요와 빈곤. 살아온 삶이 너무나 대조적이었던 이모와 엄마가 생의 마지막에 다른 결말을 보였던 것처럼 우리 인생은 그런 양면적인 요소가 적절히 섞여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90년대라는 시대상이 느껴지는 단어들이 반가웠다.(삐삐, 망년회, 집전화)

*트레바리에 제출한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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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강의 <다시, 책은 도끼다>


몇년 전인가 부터 새해 다짐대신 읽는 책이 있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
저자가 책에서 풀이하는 여덟개의 단어 중, 자존, 본질, 현재. 이 세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 취준생쭈구리였을때, 힘내 다 잘될꺼야 라는 텅빈 응원보다, 네 안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일상을 사랑하며 현재을 살으라는 작가의 메세지가 엄청난 응원과 채찍질이 되어주었다. 그후로 매년 나는 이 책을 다시 읽는다.

작가의 강의를 신청해 두고서, 책은 무척 좋지만 유튜브로도 들을 수 있는 강의를 (피곤한데) 주말에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던게 무릎꿇고 반성하게 될만큼 좋았다. 현장에서의 생생한 그의 목소리는 책과는 또다른 의미를 전달했다. 강의 끝나고 책사인회까지!!
역시 다녀오길 잘했다!

강연장 뒤 옥상정원의 담쟁이가 아주 예쁘게 단풍이 들었으니 강의 끝나고 꼭 보고 가시라는 말로 강의가 시작되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박웅현스러운 오프닝이었다.
완곡을 들려주었던 윈터플레이의 “세월이 가면”, 정미조의 “개여울” (개여울이 김소월의 시였다는걸 처음 알았다. 아이유 노래 좋아하는데.)
노래가사를 하나하나 음미하며 작가의 책읽기에서 도끼가 되는 구절들을 공유하였다. 순간의 몰입이 가져오는 행복감,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되는 시의 힘, 순간의 찬란함을 알아내는 기적.
사실 정말로 책에서도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지만, 깊이가 다르다.

변화가 빠르다는 광고판 정상 어드메인가 있는, 능력있고 권력도 있는 광고회사 CEO이면서, 젊은 사람들과의 소통에 능한 트랜디함을 갖춘 어른.(실제 강의날 패션은 트렌디함을 넘어 아방가르드 해보였음) 그의 그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강연을 듣고 나서 그의 책만큼이나 박웅현이라는 사람도 좋아졌다. 좋은 스승. 복된 인생. 나도 스승의 날마다 꽃을 보내야 하나ㅎㅎ
우리의 인생은 몇번의 강의와 몇권의 책으로 바뀔만큼 시시하지 않다지만(여덟단어에 나오는 문구) 살아가는 생의 절기마다 타이밍 좋은 조언 한방씩을 맞는다는건 얼마나 복된 일인가.

월급날만 기다리는 파삭파삭한 삶을 사는 것 같던 내 일상도 다시 조금 촉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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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0-27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삭! 촉촉! 윈터플레이 20대에 많이 들었는데 들으면서 잠들겠나이다💪

졔졔 2019-10-28 09:21   좋아요 0 | URL
꿀잠송🎶
 

나는 e-book을 잘 읽지 못한다. 아니,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전자책으로 읽은 것 중에 에세이 같은 가벼운 책은 읽기 수월했지만, 고전이나 사회과학서적은 제대로 읽히지가 않았다. 아마 나는 디지털 매체로의 깊이읽기가 어려워서이지 않을까.

인터넷상의 읽어야 하는 글들은 출력해서 보는 것을 선호하고 또 그것이 옳은 읽기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달랐다. 미래의 독자는 디지털과 인쇄물에서의 깊이읽기가 가능해야 하며 그에 맞는 올바른 교육법이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종이책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시대이니 어느 정도 공감했다.

공감이 된 부분을 몇 가지 더 적어 보자면, 디지털시대에 시각적 이고 즉각적인 자극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발전시킨 인류의 읽기능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현대인은 눈뜨는 순간 핸드폰 알람으로 시작해 하루 평균 150-190회 스마트폰을 확인한다는 데이터(-잠에서 깨자마자 마주하는 것이 스마트폰이라는 사실에 소름이 돋은 적이 있다), 깊이 읽기 능력이 쇠퇴하여 무분별한 정보의 바다 속에서 길을 읽고 가짜뉴스나 자극적인 글들에 쉽게 휘말릴 수 있다는 것. 그 결과 민주사회의 후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더 솔직한 감상평을 적자면... 이 책은 작가가 《유리알 유희》를 읽으며 스스로 읽기 실험을 했던 결과에 충격을 받아, 본인의 책도 ˝불투명한 문체˝에, ˝뱀같은 문장구조˝를 사용해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려고 한 것은 아닌지...의심이 들 정도로 어려운 책이었다. 흑흑.

*트레바리에 제출한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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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1-02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다 트레바리 ㅋㅋ 너의 긴 글을 읽다니 ㅋㅋ

졔졔 2019-11-03 15:26   좋아요 1 | URL
왠만하면 다섯줄이상 못쓰는데 말ㅇ야ㅋㅋㅋ
 

여성교육수준과 사회진출은 그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뤄진 것이 아니라 뒤에 올 여성들을 생각하며, 자매애로 무장하고, 피터지는 싸움(!)으로 쟁취한 것임을 마이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회고함으로 알려준다.
-
챕터마다 생각할거리가 많아서 그렇지않아도 두꺼운책을 꽤나 오래 걸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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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스탠퍼드대학교의 경영대학원의 최초 여성교수가 된 저자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해피엔딩으로 읽히지만, 이 책은 현재진행중인 나의 이야기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매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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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남편과의 가사노동 분담을 노력하다가 결국 포기해버리는 에피소드는 우리 부모님을 생각나게 했지만, 그 이야기는 시작하면 끝이나질 않으니 하지 않는걸로. 어휴. 절레절레🤦‍♀️


[밑줄]
노동자의 억압과 여성의 억압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노동자는 자신을 억압하는 고용주와 함께 살지 않는다. 여성은 남성과 같이 살뿐더러 남성을 사랑한다. 어떻게 자신을 억압하는 이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맞설 수 있겠는가? 스탠턴이 남성 역시 투쟁에 참여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더욱 의아했다. 남성에게 유리한 독점을 뒤집으려는 투쟁에서 남성이 어떻게 동지가 될 수 있겠는가? (44)

나는 페미니즘이 이론화한 불평등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었다. (48)

소녀일 때는 내 질문이 귀여웠지만, 나는 이제 다 큰 여자고 질문은 환영받지 못한다.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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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아재. 이거 너무 심한거 아니오?!
주구장창 배가 항해하다 침몰하는 묘사하다가, 1권 한 장 남기고 웃는남자 등장하기 있기없기?! 우르수스 이렇게 늦게 만나는거 있기없긔이이ㅣㅣ?!!!
아이가 눈밭에서 계속 걸어갈때 너무 마음 아팠다구요ㅠㅠㅠ
주말드라마야 뭐야 여기서 끊는게 어딨어.
오늘 도서관 닫아서 2권 못빌린다구요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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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9-09-0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격공
잼있고 절절하게 읽었었어요

졔졔 2019-09-02 11:47   좋아요 0 | URL
ㅋㅋㅋ인트로가 너어무 긴 느낌이에요ㅋㅋㅋ

- 2019-11-02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공감ㅋㅋㅋㅋ 2권 어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