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 강의 <다시, 책은 도끼다>
몇년 전인가 부터 새해 다짐대신 읽는 책이 있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
저자가 책에서 풀이하는 여덟개의 단어 중, 자존, 본질, 현재. 이 세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 취준생쭈구리였을때, 힘내 다 잘될꺼야 라는 텅빈 응원보다, 네 안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일상을 사랑하며 현재을 살으라는 작가의 메세지가 엄청난 응원과 채찍질이 되어주었다. 그후로 매년 나는 이 책을 다시 읽는다.
작가의 강의를 신청해 두고서, 책은 무척 좋지만 유튜브로도 들을 수 있는 강의를 (피곤한데) 주말에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던게 무릎꿇고 반성하게 될만큼 좋았다. 현장에서의 생생한 그의 목소리는 책과는 또다른 의미를 전달했다. 강의 끝나고 책사인회까지!!
역시 다녀오길 잘했다!
강연장 뒤 옥상정원의 담쟁이가 아주 예쁘게 단풍이 들었으니 강의 끝나고 꼭 보고 가시라는 말로 강의가 시작되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박웅현스러운 오프닝이었다.
완곡을 들려주었던 윈터플레이의 “세월이 가면”, 정미조의 “개여울” (개여울이 김소월의 시였다는걸 처음 알았다. 아이유 노래 좋아하는데.)
노래가사를 하나하나 음미하며 작가의 책읽기에서 도끼가 되는 구절들을 공유하였다. 순간의 몰입이 가져오는 행복감,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되는 시의 힘, 순간의 찬란함을 알아내는 기적.
사실 정말로 책에서도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지만, 깊이가 다르다.
변화가 빠르다는 광고판 정상 어드메인가 있는, 능력있고 권력도 있는 광고회사 CEO이면서, 젊은 사람들과의 소통에 능한 트랜디함을 갖춘 어른.(실제 강의날 패션은 트렌디함을 넘어 아방가르드 해보였음) 그의 그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강연을 듣고 나서 그의 책만큼이나 박웅현이라는 사람도 좋아졌다. 좋은 스승. 복된 인생. 나도 스승의 날마다 꽃을 보내야 하나ㅎㅎ
우리의 인생은 몇번의 강의와 몇권의 책으로 바뀔만큼 시시하지 않다지만(여덟단어에 나오는 문구) 살아가는 생의 절기마다 타이밍 좋은 조언 한방씩을 맞는다는건 얼마나 복된 일인가.
월급날만 기다리는 파삭파삭한 삶을 사는 것 같던 내 일상도 다시 조금 촉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