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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시사인 만화 - 신세기 시사 전설 굽시니스트의 본격 시사인 만화 1
굽시니스트 지음 / 시사IN북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이제는 촌철살인의 풍자력을 가진 시사만화라는 건 추억쯤으로 느껴질 즈음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민주주의의 시간이 더해갈수록 더 많은 시사만화의 범람이 이루어질것이라는 우리의 예상이 빗나갔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겠다. 시사만화는 이제 정치뉴스를 전달하기 위한 만화뉴스이거나 저널의 정치적 성향을 명료화시켜 대중에게 쉽게 이데올로기를 전달하는 정치적 학습만화로 전락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런 회의감에 있을 무렵 웹에서 시작된 굽시니스트의 만화가 출판과 메이저 저널을 통해 다시금 대한민국에서의 시사만화의 자리를 다지고 있었다. 굽시니스트의 시사만화가 특정저널에서뿐만 아니라 출판으로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여러 의미로 희망적인 일이다.
일단 대중으로 하여금 논평과 정치경제권력에 대한 비평, 대중, 국민 의견의 신문고와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할 시사만화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고 스스로 가늠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의 기준에 대해 돌아보게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표현의 자유는 어떤 수준인가. 현재 정치경제 비평으로서의 표현에 대한 기준치는 어떤 수준일까. 혹시 우리는 2011년 지금에도 유신체제하와 마찬가지의 두려움을 가지고 살고 있진 않은가. 본격적이고 진정 시사적이라 말할 수 있는 시사만화가 고프진 않았나.
굽시니스트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정치는 대권을 중심으로 찬성과 반대의 양편으로만 나뉘는 상황이라 여러 정당과 시민단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립되는 목소리만 존재할 뿐이라는 점에 회의를 느낀다면 정작 우리의 목소리라 할 수 있는 시사만화들과 더불어 이 책 또한 크게 공감하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ㅎ20, 아니 G20의 포스터 훼손사건으로 고소된 이들에게 10개월과 8개월의 구형이 떨어지고,각 문화예술인들의 탄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의 ‘ㅎ20’ 편과 ‘모세와 이명박’ 편이 절절히 떠오른다. 정치인은 유권자보다 크고 위에 있는 이가 아니라 반대로 유권자의 손바닥 위에서 봉사하는 공복이라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굽시니스트의 말에 속이 후련해진다.
그 사실과 함께 시사만평을 비롯한 모든 패러디와 풍자는 소수의 정치인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소수의 정치권력은 잊으면 안될, 아니 (아직 모르는 것 같으니) 알아야 할 것이다.
굽시니스트의 만화를 보며 우리가 웃는 이유는 공감의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우리가 정치를 보는 눈을 대변하고 있음에 한번 웃고, 이 의견에 굽시니스트의 손을 통해 공론화되었음에 대한 통쾌함에 한번 더 웃는다. 이러한 시점들은 유명 만화나 영화등의 패러디로 진행되는데 그 씽크로율이 또 한번 우리를 웃게 만든다.
모든 굽시니스트의 정치적 의견에 공감하기는 힘들겠지만(특히 나는 북한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 조금은 귀를 막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점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한 계기가 된 점에 만족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드는 점은 이렇게 우리의 눈을 대변하고 있고 그 의견을 직접 말하고 있다는 점 외에도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적절한 비유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쓰레기의 바벨탑을 쌓고 위로 오를수록 더러워짐을 피할 수 없으며,다른 만평과의 결합으로 이 쓰레기 산을 오르는 경쟁 또한 특정인들에게만 허용된 경쟁이라고 말하는 바에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추락공포는 그 경쟁에 동참할 수 있었던 소수뿐만 아니라 동참에조차 제외된 우리도 느낀다. 젊은이들에게는 대기업취업이라는 이상향을 유일신으로 세우고 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동시에 그 이상향 외에 존재하게 될 때 잔인한 박탈감을 선사한다. 소수를 소외계층으로 만드는 게 더 쉬울텐데 착한 시민은 참으로 너무 착한 나머지 스스로 소외계층으로 전락한다. 누가 정한 이상향인지도 모르면서 종교처럼 맹신한다. 모두 자본에 천착된 왜곡 민주주의를 살아온 결과가 아닐까. 아니 이것은 굽시니스트처럼 표현하고 말하지 못하고 있는 안이한 정치적 태도일지도 모른다. 주권을 가졌다고 말뿐인 국민의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굽시니스트의 온라인에서의 만평이 공감과 의견제시의 장이 되었던 것처럼 나는 또 한번 시민의 의견이 폭발적으로 뛰쳐나오길 기대해본다. 작은 자극도 시간이 흐르면 흠집을 내고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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