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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콘서트 - 건축으로 통하는 12가지 즐거운 상상
이영수 외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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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펴기 전에 두가지 기대감이 있었다. 건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내게 건축이란 무엇인가 건축가란 무슨 일을 하는가 하는 기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해주리라는 기대와 디자인에 그친 건축일것인가, 진정 미래와 삶을 위한 공간일 것인가에 대한 건축가의 고민을 보게 되리라는 기대이다. 그 기대는 크게 엇나가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약식으로나라 한국의 건축과 세계의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듣고 현재 건축의 고민에 대해 공감하게 되었다.

이 책의 표지는 어두운 벽 위로 위로부터 빛이 쏟아지고 있는 책이 놓인 단상과 문이 있는 공간의 사진에 대각선의 인위적인 선이 그어져 있는 이미지이다. 어떤 의도의 표지인지 궁금하여 표지설명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내용 설명 중에 하나의 예시겠거니 내용과 주어지는 사진들을 열심히 들여다보았는데 유명희 저자의 글에 등장하는 프랑스 동부 벨포트에 있는 <롱샴성당>의 제단부 사진인 듯 하다. 아직 상징적으로 그어진 대각선의 의미에 대해서는 물음표지만, 빛이 어두운 공간에 들어와 공간을 의미있게 하는 사진에 대해서는 이 책을 대표할 만 한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건축가와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인것 같지만 내가 본 건축콘서트는 빛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궁금해지는 것도 많고 더 많이 보고픈 욕구가 느껴진다. 더 인터랙션하는 공간과 마주치고 싶고 어느 공간이건 읽고 그 안에서 이야기도 읽어내고 싶어진다. 때문에 주변을 유심히 살피게 되고,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듯 건축물 하나가 아닌 주변공간과의 어울림, 도시계획 중의 건물이 차지하고 있는 공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또, 건축물 뿐만 아니라 공간의 의미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스마트폰을 이용해 특정 공간에 메모를 띄워두는 증강현실 어플로 공간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내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던 경험이 있다. 김수진 저자가 잠시 제시한 비어있는 공간인지, 어떤 물질로 채워진 플레로마로 볼지에 대한 공간에 대한 논란은 이제 의미가 없는 듯 하다. 어떤 과학적 물질로 채워져 있는 것보다는 건물의 안에서 밖의 공기가 관통하고 있는 길목으로서의 공간, 증강현실적 공간, (아직 상상이지만) 미드 <프린지>처럼 다른 차원이 겹쳐져 있어서 전혀 다른 물건과 사람이 놓여 있을 수 있는 공간, 사이버 공간 속의 무한확장된 개인공간 혹은 공유된 공간들은 이제 물질적 공간에 대한 논란으로만은 설명되지 않는 확장된 공간의 의미로 변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영화 <김씨표류기>의 여자주인공(정려원 역)은 자신의 방에 침실, 운동, 취미, 업무의 공간을 구분하여 사용한다. 스스로 방안에 갇혀 있지만 김수진 저자의 말대로 혼자일때는 밖과 소통하기를 무의적으로 원하는 법이다.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이유로 우리는 사이버공간에 존재한다. 그 공간 또한 자연의 빛과 공기는 들일 수 없지만 확장된 공간으로 볼 수 있으며 공간읽기작업은 개인이 그린 그림으로 심리를 읽는 것과 같다. 사이버의 공간 또한 현대인에게는 실제의 집과 매우 흡사한 심리를 제공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명의 저자의 글 중 유명희의 ‘공간의 탐독’이라는 제목은 이 책을 대표하고 있기도 하고 건축의 개념을 넘어선 다음 시리즈의 테마로도 적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건축은 나에게 디자인의 부산물, 작품 개체로 그치지 않고 읽는 대상으로서의 공간으로서의 건축을 읽게 했으니 말이다. 건축은 조형물이라기 보다 환경과 어우러져 환경과 함께 읽혀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따라서 공간은 채워져 있던 비워져 있던, 그 공간을 읽고 공간을 경험함으로써 각자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독서나 감상과 같은 다른 비평의 정점을 제공한다.

역사 속 세계관이 형성해낸 공간이라는 김수진 저자의 설명처럼 당시의 사상은 건축과 공간으로 구조화된다. 이렇게 역사 속에서 짓고 허물고 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공간에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실용적 목적의 새 공간을 생성해내는 것이 현대건축의 이슈인 듯 하다. 물론 지금의 환경이라는 이슈와 사상을 담고 이들은 자연 안에 탄생될 것이다. 건축은 사이버 공간을 통해 먼저 실현된다는 박영태 저자의 글처럼 상상력의 실현은 기술을 필요로 하고 이는 현재 필요한 생태학적 건축과 대립을 이룰지도 모른다. 건축에서의 (자연과 인공적, 모두의) 빛에 대한 연구는 건축내의 채워있는 곳과 비어있는 곳에 대해 매순간 모두에게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건축의 색과 빛에 영감을 주는 것들은 김선영 저자의 글처럼 ‘자연’이다. 어쩌면 인간의 상상력은 애초부터 자연으로부터 왔기 때문에 자연에 기초한 기술의 발전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산업혁명과 인구를 수용할 효율적인 공간의 추구는 오히려 비인간적인 생활공간과 작업공간을 낳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건축콘서트가 제시하는 역사 속의 그리고 지금의 건축물들을 보면서 말이다.(예로 제시된 건축물들이 간혹 겹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각 저자가 다른 면에서 접근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복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이 책안의 서울의 건축과 풍경은 매번 보는 장면에 대해 신선한 상상력과 공간읽기의 단초를 제공했다. 하나의 모습, 한자리에 서있는 건축은 스스로 매일 매순간 변화하기도 한다. 김정신 저자의 글에 등장하는 서울 스퀘어의 LED 전경처럼 건축의 디자인이 매순간 변화하기도 하고, 박영태 저자의 글에 등장하는 안젤로 인베르니치의 <해바라기 주택>이나, 영국 서폴크의 <슬라이딩 하우스>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건축을 실현한다. 이는 인간의 경험을 보다 증폭시키면서 인간의 예술적 경험 혹은 생태적 삶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건축가들이 들려주는 건축퍼포먼스를 즐기다보니, 우주를 부유하는 <파피용>(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도시처럼 우주적 공간의 건축물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이 책에서 우리는 모더니즘에서 포스트 모더니즘, 나아가 전위적이고 초현실주의적인 구상을 볼 수 있다. 내 취향으로는 초현실주의적인 건축들을 보다 더 보고 싶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건축을 하지 않는 우리라도 건축에 대한 무한한 상상을 하게 한다. 이 책에서 언급된 모든 건축들이 모두 건축미술로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지만 보다 건축미술을 전문적으로 실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과 철학적 공간의 재현인 건축과 비교대조를 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로 접으려 한다. 건축콘서트를 읽고, 아니 콘서트를 보고 나니, 계속해서 건축콘서트를 보고픈 기대감이 생겨서인지 자꾸 다음 시리즈에 대한 언급을 하게 되는 듯 하다.


목적이 무엇이었든, 강한 태양 빛에 손바닥을 펼쳐 빛을 막아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이때 빛이 통과한 손가락 사이의 피부는 투명해진다. 마치 물갈퀴와 같은 이 얇은 피부층은 빛으로 인해 나와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어디까지가 나인지, 빛인지 공간인지 구분할 수 없는 순간이다. 인간의 삶과 자연이 이렇게 경계를 구분짓지 않고 같은 공기와 다르지 않은 빛으로 공간을 이뤄내기를 기대해본다. 분명 이는 새로운 것을 많이 만들어낸다고 실천될 이상향을 아닐 것이다. 기존의 것을 고민하고, 인간의 삶을 조금씩 늦춰가며 어울리는 공간으로서의 건축을 서울에서도 많이 보게 되기를, 그리고 더 많은 건축콘서트가 열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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