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역시 한때는, '정의로운 전쟁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런 책 저런 책을 읽으며 결국 확신을 잃었습니다.
'평화를 위한 전쟁'이니 '방어를 위한 공격'이니 '생존을 위한 전쟁'이니
'모든 전쟁을 종결하기 위한 전쟁'이니... 근사해 보이시나요?
이 말들은 모두 침략전쟁을 미화하던 슬로건입니다.
전쟁이 떳떳치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전쟁을 일으킨 분들 스스로도 알았던 게죠.
십자군 역시 '신이 원하시던 전쟁'이라며 스스로를 포장했고요.
공격을 받고도 저항하지 않는다면 어리석은 일이겠지요. 저항은 우리의 권리니까요.
그러나 전쟁과 폭력의 싹이 자라도록 내버려두는 일 역시,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중세 시절에도 서구사회 내부에 "십자군원정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지요.
어느 시대에나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어요.
이들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컸다면 어땠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