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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슨 살인사건 ㅣ 밀리언셀러 클럽 17
S. S. 반 다인 지음, 김재윤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이른바 1920년대 고전추리소설의 황금기에 미국 추리소설 붐을 일으킨 작가는 1926년 '벤슨 살인사건'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반 다인이다.
본명이 W.H 라이트인 반 다인은 1888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젊어서 부터 다재 다능하여 화가를 지망하여 뮌헨과 파리에서 미술공부를 하기도 하고,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고 싶어 몇 년 동안 교향악과 관현악의 악보 연구에 몰두하기도 하였지만 결국 글쓰기의 즐거움이 가장 강렬했는지 1907년부터 1923년까지 LA타임즈 등 여러 신문, 잡지의 문예비평, 편집 담당자로 일하면서 많은 문예평론, 미술평론을 남겼다.
정력적으로 문필활동하던 1923년 갑자기 그는 병상에 쓰러져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고 (끊임없는 집필생활로 말미암은 두뇌의 혹사로인한 신경쇠약) 지겨운 투병 생활을 이겨내기 위해 하루는 독서를 금지한 의사에게 꾀를 내어 '미스터리 소설 같은 저급하고 대수롭지 않은 책을 읽으며 기분전환을 하고 싶은데 어떻겠습니까?' 하고 의사에게 물어 허락을 받고 이후 2년여 다른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2천권이 넘는 추리소설만 탐독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그의 쇠약해진 마음을 문예 및 미술에 대한 연구에서 해방시키고 일종의 정신적 치료가 되어 몸이 회복되고 덤으로 미스터리 소설에는 그 나름의 테크닉과 매력이 있으며 독특한 법칙에 따라 전개되어 간다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가 보기에 어떤 뚜렷한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팔리고 있는 추리소설을 보며 자신보다 훨씬 경험과 연구가 부족한 작가가 이만큼 성공을 거두고 있으니 미스터리에 대한 법칙과 기교를 알고 있는 자신은 더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그때까지의 진부한 방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구성을 짜내고 범죄사건 해결에 새로운 근대적 추리를 적용하는 특색있는 주인공을 창조하였다.
그리하여 '필로 밴스'가 태어나고 3권의 작품 개요가 완성되었다. 그는 자신의 추리소설 출판자로 하버드대학 시절의 친구를 선택하였는데 그 친구가 초고를 보고 '이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책일세' 라고 감탄하였다고 한다.
마침내 1926년 10월 '벤슨살인사건'이 세상에 나오게 되고 그의 처녀작은 비평가들의 찬사와 독자의 호평을 동시에 받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에드가 앨런 포우의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이 나온지 80여년이 지나도록 미국에서 탄생한 미스터리 소설이 영국과 프랑스에서큰 발전을 이루는 동안 미국에서는 그에 버금가는 본격적인 장편이 나오지 못하던 차에 반 다인은 세밀한 시대상황 묘사와 기존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수사법, 생동감 있는 대화와 치밀하고 사실적으로 짜인 범죄, 개성이 뚜렷한 인물과 그 인물에 대한 자세하고 섬세한 심리묘사 등 기존 작품들과는 확연한 차별성을 가진 걸작을 잇달아 발표하였다.
반 다인은 필로 밴스가 등장하는 12편의 장편을 남겼는데, 애초에 그는 3편만 쓰고 그만둘 생각이었으나,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지못하고 4번째 작품 비숍살인사건을 쓰게 되었고 '한 작가에게 6편 이상의 미스터리 소설을 구상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내가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무한하게 추리소설을 쓸 능력이 있다고 해도 6권으로 끝낼 것이다' 고까지 하였으나 결국 그보다 갑절이 많은 작품을 남겼다.
카나리아 살인사건(1927) 그린 살인사건(1928) 비숍 살인사건(1928)
딱정벌레 살인사건(1929) 케넬 살인사건(1932) 드래건 살인사건(1933)
카지노 살인사건(1934) 가든 살인사건(1935) 유괴 살인사건(1936)
그레이시 앨런 살인사건(1938) 겨울 살인사건(1939)
반 다인이 창조해 낸 '필로 밴스'는 183cm의 키에 다부진 몸, 펜싱, 골프, 포커의 명수, 미술, 음악 등 예술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 하버드에서 공부한 심리학 지식, 뛰어난 패션 감각 등 너무나 완벽해서 어쩐지 인간 같지 않고 개성이 너무나 뚜렷하여 그를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이 극단적으로 양분된다.
하지만 현학적인 말들과 사건을 해결하는 그의 방식은 참으로 매력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는 범인의 심리와 성격을 중요시 하는 심리 분석형, 일종의 연역형 탐정이다. 물증보다는 심증, 증거를 찾기보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안락의자형 탐정의 정형이다.
이러한 매력적인 탐정이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 작품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추리소설 황금기 거장들의 걸작에서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뭔가 모를 끌림과 매력을 느낀다면 분명 당신은 추리소설 애호가가 될 수 밖에 없다.
자! 이제부터 필로밴스를 만나러 가자...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