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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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9월, <경애하는 모든 선배에게 바친다>는 거창한 서문을 단 한 청년의 데뷰작이 '시마다 쇼지'의 격찬과 함께 발표된다.
바로 이 작품, '십각관의 살인'은 '본격 미스테리' 부흥의 서막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일본 추리소설사에 한 획을 긋는 이른바 '신본격 운동'의 효시가 되는 중요한 작품이다.

당시 26세 쿄토대학 대학원생이었던 '아야츠지 유키토'는 어려서부터 미스테리를 좋아하여 전형적인 미스테리 매니아의 행보를 밟았고 대학 '미스테리 연구회' 회원이었다.
데뷰작의 작중 인물 <엘러리>의 입을 빌어 그는 자신의 추리소설관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에게 있어 추리소설이란 단지 지적인 놀이의 하나일 뿐이야. 소설이라는 형식을 사용한 독자 대 명탐정, 독자 대 작가의 자극적인 논리 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러므로 한때 일본을 풍미했던 '사회파'식의 리얼리즘은 이젠 고리타분해. 원룸 아파트에서 아가씨가 살해된다. 형사는 발이 닳도록 용의자를 추적한다, 드디어 형사는 아가씨의 회사 상사를 체포한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좀 그만두었으면 좋겠어. 뇌물과 정계의 내막과 현대사회의 왜곡이 낳은 비극 따위는 이제 보기도 싫어. 시대착오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역시 미스터리에 걸맞는 것은 명탐정, 대저택, 괴이한 사람들, 피비린내 나는 참극, 불가능 범죄의 실현, 깜짝 놀랄 트릭..., 이런 가공의 이야기가 좋아. 요컨대 그 세계 속에서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거지>

이 작품의 성공으로 아야츠지 유키토는 '트릭'과 '퍼즐 풀기'에 치중한 20~30년대 본격 미스테리의 고전 작품들을 자신의 이상적인 모델로 삼아, '독자와의 두뇌 게임'에 충실한 이른바 '관 시리즈' 등 후속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하며 일본 미스터리계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이어 각 대학 '미스테리 연구회' 소속의 신진 작가 즉, '노리츠키 린타로' '오리하라 이치' '기타무라 카오루' '야마구치 마사야'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이 속속 데뷰하게된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일본에서 큰 반향을 남긴 <관 시리즈>는 1997년 '학산문화사'에서 별다른 홍보 없이 조용히 출간 되었다가 곧 절판되었다. '트릭' '퍼즐' '밀실' '연쇄 살인' '명탐정' '저택' '불가능 범죄' 등 단어만으로 매니아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 시리즈는 당시 유행한 PC통신 미스테리 동호회의 입소문에서 부터 시작하여 어느새 미스테리 매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작품의 주요내용은 츠노시마라는 외딴 무인도에 K대학 미스터리 동호회 회원들이 합숙을 떠난다.
그들은 동호회의 전통에 따라 <루루> <카> <아가사> <반> <올치> <포> <엘러리> 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하루가 지나 기괴한 십각관 건물에 점차 적응이 됐을 무렵, 십각관의 중앙 홀 테이블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표지판이 발견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장난이라 여기지만, 일행 중 한 명이 실제로 목이 졸려 살해 당하고 회원들은 한 사람씩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한편 육지에서는 또 다른 동호회 회원 <모리스>와 <가와미나미> 그리고 탐정 역을 맡은 '시마다 키요시'가 '사자'의 고발장을 받고 사건을 추적한다.
 
이 작품은 섬과 육지를 교차하며 장면 전환이 일어나고 마지막에 합쳐지는 구성을 취하는데,
모든 사건의 내막이 밝혀지는 단 한 줄의 대사는 정말 압권이고 충격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뒷통수를 후려치 듯한 이 '반전'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사람에 따라 이 작품에 대한 평가가 극과극을 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추리소설을 수수께끼 풀이라고 생각하는 미스테리 매니아라면 이 작품과 곧 출간될 <시계관의 살인>에서 결코 실망하는 법은 없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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