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못 살인자 밀리언셀러 클럽 5
로베르트 반 훌릭 지음, 이희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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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예로부터 오늘날의 추리소설과 비교될 수 있는 '公案小說'이라는 고대 소설의 한 양식이
존재하고 있었다.
'公案'이란 '관공서의 문서'라는 의미와 '관청에서 조사를 요하는 사건'이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의 재판기록에 가까운 공안소설은 그 기원이 확실하지 않지만 '史記'에 이와 흡사한
'酷吏列傳'과 '循吏列傳'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매우 오래 된 쟝르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범죄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판관이나 지방관이 수사관의
역할을 맡아 해결에 나선다는 전통적 공안소설의 내용을 일반 민중들은 도시나 읍내의 장터,
길거리를 떠도는 이야기꾼의 구전으로 흥미진진하게 접했을 것이고
현실의 가혹한 관리와는 너무나 다른 정의롭고 인자하며 현명한 주인공의 모습에 열광하였음은
불문가지이다.
공안소설의 주인공은 어느듯 민중의 영웅으로 칭송 받아 수많은 사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 '디런지에'도 당나라때의 실존인물이 모델이고 구전 소설이 그러하듯
아마 수많은 판관들의 이상적인 모습을 조금씩 따왔을 것이다.

'로베르트 반 홀릭'의 '디공'시리즈는 이러한 중국 전통적 공안소설의 현대적인 변용이라 할 수 있다.
그는 1910년 네덜란드 태생으로 외교관을 지내며 중국을 비롯한 동양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여러 분야를 연구했는데
1940년 저자 미상인 18세기의 공안소설을 우연히 입수하여 곧 그 작품에 매료되어
1949년 일본 도쿄에서 '디 공안 : 디 판관이 해결한 세 가지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의 번역서를
한정판으로 펴내었고 이후 디공이 등장하는 작품을 17편이나 출간하여 50~60년대 서구출판계에
'디공' 열풍을 일으켰다.

'쇠못살인자'는 1961년에 출간된 디공이 등장하는 6번째 작품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한 여인이 자기집에서 벌거벗은 채 목이 잘린 참혹한 시체로 발견되지만 목은
사라지고 없는 기괴한 사건이 발생하고 마침 집을 비운 남편이 용의자로 고발된다.
또한 도성 안의 한 유력 자산가의 딸이 실종된 사건도 접수되고, 이 두 사건의 수사를 돕던
무술의 달인이 독살당하는 사건도 잇달아 발생한다.

이러한 3가지 사건을 충직한 4명의 수하 - '홍' 과 '타오 간' (개과천선한 뜨내기 사기꾼 출신으로
암흑가의 속사정에 밝음) '마중'과 '차오 타이' (도적출신 이었으나 디공의 인품을 흠모해 따름) -
와 함께 디공이 해결해 나가는 줄거리 이다.

왜 연관성 없어 보이는 3가지 사건을 동시에 해결해 나가는 구조를 취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다른 작품인 '쇠종살인자'를 읽으니 이 작품 역시 그러한 구성이라
날마다 수많은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그 당시 판관의 모습이 그리하였기에 이러한 전형적인 구성을
취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이런 저런 추리소설을 보아온 독자들은 옛날 이야기 같은 이 작품을 읽으며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후속작으로 출판된 '쇠종 살인자'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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