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고양이 -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 단편집
니키 에쓰코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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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 미스터리의 축적된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있으나, 수록작 전부가 걸작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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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 게임 - Y의 비극 '88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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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거장들에게 바치는 오마주 - 미스터리 매니아의 범상치 않은 데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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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발소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안소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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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에 이어 2번째로 접한 '야마모토 코우시'의 소설이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하나의 소재를 매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연작소설이다.
 
전작은 1958년 4월에서부터 이듬해까지 도쿄를 배경으로 한 12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어려운 시절이지만 내일을 희망을 상징하는 '도쿄타워'가 모든 작품에 반드시 등장한다.
가령, 살짝 길을 잃은 소년이 공사 중인 도쿄타워를 표지판 삼아 집으로 향하고,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옛사랑 여인과 시간 떼우기의 의미없는 대화 속에서도 언급이 되고,
새 가족을 맞으려는 소녀가 어쩌면 자매가 될 지도 모를 다른 소녀와 유원지 놀이기구 안에서
도쿄타워를 바라보며 따뜻함을 느낀다는 식이다.

이 소설집에 실린 6편의 이야기에는 한 '이발소'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특별할 것 없는 이 동네 이발소에는 어딘지 모르게 특이한 아줌마 이발사가 있다.

우연히 그 곳을 찾은 손님이 이발 의자에 앉아 그녀의 소소한 잡담 (전 남편이 운영하던 이발소를
물려 받은 사연, 남자 손님을 상대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는 둥...)을 들으며,
기분 좋은 안마를 받다 보면 어느새 스르르 졸음이 찾아온다.

비몽사몽간에 그녀의 말에 맞장구 치다가 머리 손질이 끝났다는 말에 정신을 차려 보면,
거울 속에는 평소와는 180도 다른, 도저히 수습이 안 되는 헤어 스타일로 확 바뀐 자신의 모습이 있다.
그런데, 헤어 스타일만 확 바뀐 것이 아니라 어쩐지 이전의 '내'가 아닌 새로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마법에 걸린 6명의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소시민들이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말단 회사원 (들개와 춤을)
집안에 든 도둑과 맞닥거린 후 두려움에 떠는 여자 회사원 (호신술 입문기)
산 속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깨어난 사나이 (암흑의 세계)
번번이 취직 시험에 떨어지고 있는 취업 재수 여대생 (마이 웨이)
타인의 잘못을 자신이 떠 안고도 혼자서 삭히기만 하는 사무직 여사원 (밀어버린 눈썹)
정년퇴직후 어쩐지 무기력해진 노인 (나팔꽃 골목)

누구나 헤어 스타일을 바꾼다거나, 평소와 다른 화장을 한다거나,
파격적인 의상을 입는다거나 하면, 웬지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된 듯한 환상에 빠질 수가 있으며,
이러한 작은 착각은 무미건조한 일상을 잠시라도 탈피하게 해주는 생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일상의 소소한 경험을 소설적 장치로 확대하여,
우연히 헤어 스타일이 바뀌어진 소시민이 이를 계기로 새로운 기분을 느끼고,
자신도 몰랐던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며, 평소에는 상상도 못했던 생각과 행동으로
한 바탕 대형사고를 치고 마는 '소동'을 시종 경쾌하게 그려 내고 있다.

독자들은 과장된 설정임을 인식하면서도,
특별하지 않는 보통 사람들이 소망하는 '자기 변신'의 욕구에 공감하고
좌절이 일상화된 상처 입은 현대인의 내면에 대한 '자기 치유'의 과정을 따뜻한 웃음으로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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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불행하다
카리 호타카이넨 지음, 김인순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핀란드에서 가장 흔하다는 '마티'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평범한 중년의 가장이다.
스웨덴과의 아이스하키 중계방송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아내 '헬레나'가 딸 '시니'를 데리고 가출한다.
딱 한번 아내에게 주먹을 휘둘렀을 뿐인데 아내는 별거선언과 함께 이혼을 요구한다.

가족이 인생의 전부인 마티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건이다.
가족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오직 단 하나의 방법은 아내가 소망하였던 '단독주택'을 마련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은 그 순간부터 마티의 내 집 마련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그가 내 집 마련 후보로 찍은 집은 이른바 '참전용사의 집'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향을 잃은 난민들과 참전용사들에게 정부에서 부지와 융자금을
지원하여 기본 설계도에 따라 대거 지어진 집으로,
마티는 이 집이야말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꼭 필요한 것만 갖추어져 있는 집다운 집이고
스스로를 '가정 전선'과 '여성해방 전선'에서 분투한 참전용사로 여기는 자신에게 꼭 맞는 집으로 여긴다.

그런데, 그의 '내 집 마련'은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의 원래 목적은 행복하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것이었지만,
점점 내 집 마련 자체가 하나의 강박관념, 집착, 절대 명제가 되어 그와 그 주변 인물들의 목을 조른다.

돈 마련을 위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온갖 눈물겨운 노력을 다하는 것은 차치하고,
단독주택 주인, 부동산 중개인, 단독주택을 찬미하기 바쁜 심리학자 등 내 집 마련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람들의 뒤를 캐고 괴롭히기 까지 한다.

그는 집을 사기만 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거라는 신념 하에 부동산 중개인을 협박하고,
남의 집 정원에 오줌을 갈기고, 개를 죽이고 노인을 묶어 지하실에 가둔다.
내 집 마련은 마티에게 무한한 에너지원인 동시에, 그를 괴물로 만들어 가는 악몽이된 것이다.

지은이 '카리 호타카이넨'는 핀란드에서 독자와 비평가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작가이고,
이 소설은 지은이가 실제로 집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이 살고 있는 헬싱키 북부 바그뵐레 근교에 있는 거리 이름 'Juoksuhaudantie(참호로)'를 따서
제목으로 붙였다고 한다.

2002년에 발표한 이 소설은 그에게 핀란드 최고의 문학상인 '핀란디아 문학상'과 '북유럽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선사하였고, 독일 등 13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다고 한다.

많이 접하기 힘든 북유럽의 현대소설을 읽을 수 있는 색다른 독서 경험이었고,
내 집 마련이라는 우리에게도 친근한 이야기 구조 속에(인간들의 삶이란 대동소이 하다)
현대인의 내면에 깊이 드리워진 '집착'과 '상실'이라는 명제에 대한 지은이의 날카로운 통찰이
뼈아픈 위트와 신랄한 독설 속에 숨어 있어 한 번쯤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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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유 있는 '뻥'의 나라 - 황희경의 차이나 에세이
황희경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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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글을 쓰기는 어렵다.
가벼운 신변잡기류의 내용이 아니라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을 쉽게 쓰기는 더욱 어렵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정말 잘 읽힌다는데 있다.

지은이는 대학에서 '유학'을 전공하였고 한자로 씌어진 중국고전을 오랫동안 공부해 온 학자이다.
지은이는 자신이 공부하던 '한문'을 매개로 고전 속의 중국을 처음 만났고,
한중수교 이후 중국과의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지자 고전 속에서 본 중국이 아니라,
자신의 눈 앞에 살아 있는 현대 중국을 보기 위해 수 차례 중국을 방문하였다고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축적된 지은이의 중국이란 나라에 대한 생각과 경험들을
마치 친구들이 모인 장소에서 차를 마시며 한담하듯 나직한 목소리로
또는 왁자지껄한 술자리에서 키득키득 웃으며 큰 소리로 수다를 떨듯이 쏟아 내고 있다.

지은이의 맛깔스러운 글 쓰기는 가히 '강호'의 달인의 솜씨라 할 수 있다.
구수한 입담과 함께 진지한 성찰이 있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고
과거와 현재의 중국, 중국인에 대한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만한 책이다.

지은이는 '루쉰'을 좋아하는 것 같다.
글 곳곳에 '루쉰'에 대한 이야기가 불쑥 불쑥 나오는데, 아래의 글은 '루쉰'의 유명한 글 중 하나이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정말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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